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우행시나 봉순이 언니등 여러가지 책이름을 들었지만 내가 제일 처음 접한 공지영 작가의 책은 '즐거운 나의 집'이다. 이혼에 대한 편견이 기성세대에 비해 많이 희박하며, 배다른 형제나 자매에 대한 거부감도 별로 없고(불륜추구는 아니다), 싱글맘에 대해 관용적인 10대이에 이책에 선뜻 손이 간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자칫 심각한 소재를 감성적으로 다루면서 쉽게 받아 들일 수 있게 하며, 파괴된 가정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고정관념을 벗지게 부정해 준다. 하지만, 진심으로 안타까운건 그것뿐이라는 것이다. 내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이 책은 한국소설의 색도, 일본 소설의 색도 제대로 묻어 나오지 않았다. 왜 생뚱맞게 여기서 일본소설이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난 이책의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일본식 열린결말(갑자기 타임워프를 하면서 열린결말이 나버리는 것과 같은....)이라던가, 주제와 상관 없으면서 툭툭 튀어나오는 이야기가 금방 들어가지 못하고 책장을 열장이상 차지한다던가, 때지나면 알아서 어른스러워지는 주인공에서 일본 소설의 색을 받았다. 그 동안 작가가 일본소설에 심휘하였나, 라는 의구심이 든다.

 

나는 한국 소설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딱히 일본소설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어설픈 일본소설 같다고 비판하는 것은 40대에 들어가며 이제는 '중견작가'라는 이름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책이 깊은 연못 같은 한국 소설도, 그 연못 위에 파문같은 일본 소설도, 그리고 그 둘의 조화도 제대로 취하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에 주제가 무엇인지 계속 의문을 가졌으며, 광고에서 이책은 뭐뭐다, 라고 계속 떠들지 않았다면 아직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혼가정의 아이들이 어떤 일을 겪으며, 어떤 취급을 받는지에 대해 알리고 싶어 딸의 입장을 취한듯 하지만  그렇다면 어머니의 사정은 포기하거나 좀더 조심스럽게 다루는 것이 낫다. 엄마가 딸한테 말하는 것과 같이 '노골적인' 설명은 정말 보기 좋지 않을 뿐더러 작가가 자신에게 하는 변명처럼 보일 정도다(여기서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거 같아 말하는데 난 이혼에 대해 매우 관대하며, 공지영 작가의 이혼 또한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남편이 아내를 때리고, 집안에 여자를 데려오며, 처가에 행패를 부리는데도 내가 참고살아야지, 라며 계속 살아가는 여자들을 수동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약간의 경멸도 한다.)

 

도대체 작가가 말하려는게 뭘까. 이혼녀의 어려움? 가부장적 남성관 비판? 차별받는 아이? 크게 따지자면 대충 세가지지만 말하자면 끝도 없다. 어마와 아이 사이의 갈등. 배다른 형재나 자매에 대한 인식, 주변의 고정관념등.. 최인훈의 '광장'과 같이 중의적인 의미를 부여한 주제가 아닌 여러가지 이야기로 생각년 또다른 주제이기에 머리가 더 복잡하기만 하다. 한 두가지만 족할 포인트 악세사리를 다 끄집어와 온몸에 두른 격이다.

 

나는 박완서 작가의 처녀작인 '나목'을 읽었을 때에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어머니와의 트러블, 초상화 가게에서의 일, 세 남자와의 이야기, 오빠의 죽음. 이 수많은 이야기들이 마지막에는 분단의 아픔과 함께 어우러져 나목이 되어있던 그 이야기의 마지막을 접했을 떄 난 울기까지 했다. 주제의 스케일이 달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결국 수많은 이야기들을 하나의 이야기 주머니에 묶어 넣는건 작자의 역량인 것이다. 세 남자와의 로맨스와 분단의 아픔을 누가 감히 엮을 수 있을까.그에 비하면 '즐거운 나의 집'은 이혼녀의 어려움과 이혼가정에서 난 아이의 아픔도 같은 주머니에 제대로 담지 못했다. '중견작가'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소문난 최신작이 신진작가의 처녀작에 비해 작품성이 훨씬 뒤떨어 진다는 것이다(물론 그 신진작가가 김윤식 교수가 '천의무봉'이라고 칭한 박완서라는 문제는 있다.)

 

너무 오랜만에 외출이라 작가가 긴장한걸까. 전작을 읽지 못한 나로써는 함부로 평가하기 힘들지만 주변에서 그동안 들어왔던 공지영 작가에 대한 평판은 무엇이었나 싶다. 내주변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소설을 좋아하는걸까. 그동안 들어왔던 공지영 작가에 대한 평가가 너무 좋아서 내가 너무 높은 기대한 것 같기도 하다. 난 내 나름대로 느낀바가 있어 열심히 쓰기도 했지만 책이 내 취향이 아닌지라 너무 싫다는 소리만 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시간이 흘러 내가 만약 이혼녀가 되어 애 셋을 데리고 살면서 이 책을 다시 읽어 보면 '어쩜 이렇게 책을 잘 썼을까!'란 생각을 할 수도 있을거다. 반대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면서 이 책을 다시 읽고 '너무 꾸민 티 난다.'라며 지금 보다 더 심한 촌평을 할 수 있겠지.

 

 나는 나중에 이 책을 다시 읽을 때에는 공지영 작가가 좀 더 성숫해져서 훨씬 더 발전한 작품을 써 주기를 바란면서 이 글의 마침표를 찍는다.

 

p.s.

이 책을 추천하고픈 사람 : 한국소설은 어렵다는 편견이 있는 사람. 주변의 이혼가정에 대해서 이해하고 싶은 사람. 현재의 유지와 이혼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

이 책을 비추하고픈 사람 : 전통한국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산만한 소설을 싫어하는 사람. 감성 이상의 것을 이 책에서 느끼려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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