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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크림슨 - 소리에서 침묵으로 ㅣ 빈서재 / 음악 5
이경준 지음, 김형진 외 게스트 / 빈서재 / 2024년 10월
평점 :
뭐든지 흔해지면 가치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게 직접적인 경제적 가치의 하락일 수도 있고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정신적 가치의 하락일 수도 있다.
음악은 어떨까. 지금은 24시간 내가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언제든지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심지어 내 취향에 맞춰 리스트를 자동으로 만들어 주고 추천도 해준다.
이런 편의성은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도 했지만 결국 음악의 가치를 하락 시킨 여러 요소들 중
하나가 돼 버렸다. 정보도 마찬가지다. 굳이 음반 해설지를 읽을 필요도 없이 몇 번의 검색만
하면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 관련 서적들은 다행히 꾸준히 나와주고(?) 있다.
그중 오늘 소개하는 책은 조금 특별하게 다가온다.
역사상 최고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킹 크림슨의 평전이다. 번역본이 아닌 무려 평전이라니!
프로그레시브 록 팬으로서 너무 기대가 큰 책이었다.
이미 딥퍼플, 주다스 프리스트, 카펜터스 등의 전기를 쓰고, 말도 안 되는 분량의
데이비드 보위의 평전을 번역하는 등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이경준 님의 저서라 더욱 기대가 컸다.
얼추 예상은 하고 첫 페이지를 펼쳤지만 실제 그 내용들은 나의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검색을 통해서도 찾아보기 힘든 이런 정보들을 어떻게 얻었을까?
대체 얼마나 많은 관련 음악들을 찾아 들었을까?
책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킹 크림슨의 대표작들은 말할 것도 없고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는 그야말로 레어 한 음원들 까지 저자는 놓치지 않고 있고, 심지어 직접 감상까지 해가며
글을 써 내려간다. 근래 음악 관련 서적들 중 이런 책이 있었을까.
애정이 없으면 절대로 쓸 수 없는 내용들이다. 디테일을 넘어선 집착에 가까운 정보들은
흡사 로버트 프립의 음악들과도 묘하게 이미지가 겹쳐진다.
책을 읽는 내내 하나라도 더 정확하고 더 많은 정보들을 전하고자 하는 작가 정신이 느껴졌다.
평전이라는 건 결국은 정보 전달이 목적인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주 잘 써진
훌륭한 킹 크림슨 평전이다. 초심자나 기존 팬들 모두에게 유익할 책으로 강력하게 추천한다.
최근 출퇴근 시간에 계속 킹 크림슨의 음악만 듣고 있다. 몰랐던 곡 들이나 앨범들을
찾아듣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음악도 정보도 흔해진 시대지만, 책을 통한 정보의 습득이 얼마나 매력 있고 가치 있는 일인지
경종을 울리는 보석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을 조금이라도 좋아하고 아직 구입 전이라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