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성을 지켜라
프랑크 베르츠바흐 지음, 박정례 옮김 / 안그라픽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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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 앞을 분간하기 버거운 사회생활에 허덕이며 늘 자신이 고갈되어 가는 듯한 느낌을 의무감처럼 안고 사는 직장인을 위해, 그동안 창의성을 개발하도록 일깨우고 독려하는 서적은 무수히 등장했다. 하지만 이 책 <창조성을 지켜라>는 그 대상을 ‘디자이너’로 정했다는 점에서 다른 책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디자이너야 말로 이 책 제목처럼 창조성을 지키는 것이 다른 어떤 요소보다도 중요하며 어찌 보면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핵심이라 할 만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창조성의 미덕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부각되는 다른 분야 직장인이더라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디자이너든 아니든 사회인으로서 우리는 회사 같은 조직에 속해있거나 프리랜서로서 맡은 일을 수행해 나가는 상황에 있으며 크던 작든 창조성을 발휘해야할 순간이 반드시 오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게 만드는 일종의 규칙이라 보아도 상관없다. 사회에서 창조성이 사라진 풍토는 금융위기만큼 치명적이다.

<창조성을 지켜라>는 다른 자기계발서가 흔히 빠지기 쉬운 요소, 즉 막연한 구호만 요란한 뜬구름 잡는 듯한 부분이 일체 배제되어 있어 디자인 분야에 종사하지 않는 사회인이라도 아주 읽기 좋다. 저자도 책이 추상적인 분위기로 빠지는 것을 피하려고 세심하게 고려한 것 같다. 저자는 업무를 수행하며 일어날 수 있는 갖가지 애로사항, 특히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상황을 어떻게 하면 유연하게 극복할 수 있는지 많은 부분을 공들여 할애하고 있다.

특히 <창조성을 지켜라>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챕터는 3장 ‘혼자서 일하라’다. 여기서는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혼자 일한다는 여러 장단점이 뒤엉킨 상황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고 맡은 일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는지 꼼꼼하게 다루고 있다. 재택근무의 좋은 점과 나쁜 점, 홀로 일하며 빠지기 쉬운 나태와 슬럼프, 아무래도 불리한 의사소통 환경을 어떤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는지 놀라울 정도로 세심하게 다루고 있다.

상당수 디자이너는 ‘1인 기업’의 타이틀을 걸고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번역가·외주 교정교열가 등 프리랜서 비율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분야는 얼마든지 있다. 조직에 속한 일원으로 활동하기보다는 개인이 지닌 재능과 역량을 온전히 풀어나가야 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이런 격변에 가까운 상황에서 <창조성을 지켜라>는 이른바 ‘슬기롭게 살아남는 법’에 대해 정답에 가까운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스트레스 강도가 높은 디자인 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창조성을 지켜라>는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이 책에는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부터 기량을 쌓아 독립하는 순간까지, 창조력과 처세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정글 같은 업계를 무리 없이 헤쳐 나갈 수 있는 거의 모든 요령이 담겨있다. 또한 여러 번 강조했듯, 디자인 분야와 관련 없는 직장인에게도 이 책은 창의성을 보다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영양제 역할을 충분히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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