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의 삶, 그 눈부신 기적.

 ‘무엇인가 책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을 때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른 책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었다. 2009 삼성경제연구소(SERI)선정 CEO가 휴가 때 읽을 책 20선, 제2회 블로거 문학 대상 에세이 1위, 조선일보, 중앙일보 책 선정, 에세이 분야 베스트셀러라는 거창한 소개와는 달리 이 책은 조용하게 우리의 삶에 대해 말한다.   


 우리는 '빠름'과 '정확'이라는 어쩌면 같이 공존할 수 없는 요소를 동시에 추구하라고 강압 받는 아이러니컬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서 당연히 스트레스 받을 수밖에 없는 우리네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두런두런하며 다독여주는 이 책은 “적서가 적자의 손에 적시에 제공되어야 한다(the right book be put into the right hand at the right time)”라는 다나(Dana)의 말을 절로 생각나게 한다. 김종삼 시인의 『어부』에서 따온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란 제목을 가진 이 책은 단지 저자인 장영희 교수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좋은 일이 나쁜 일로 이어지는가 하면 나쁜 일은 다시 좋은 일로 이어지는 끝없이 이어지는 운명행진곡” 속을 누비는 우리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에는 장영희 교수님의 환경이나 능력에만 초점이 맞춰진 글들을 보았기 때문에 장애를 극복한 영화 같은 이야기를 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일한 일상이라는 곳에서 쳇바퀴 돌듯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일수록 좋지 않은 환경을 극복한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끌리기 마련이다. 소아마비를 겪고 암 투병을 이겨내면서도 영문과 교수이자 번역가, 칼럼리스트, 영어교과서 집필자로 올라서는 여성을 묘기를 감상하듯 감탄하며 봐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그녀와 마주 했을 때, 정작 나를 감동시킨 것은 장애와 암 투병을 이겨내고 만든 성공이 아닌, 진솔하면서도 가슴 따뜻하게 주변을 바라보는 그녀의 감성과 쉼 없는 노력이었다.  


 글을 읽을수록 내가, 우리사회가 겉으로 드러난 눈에 보이는 특징에 치중한 나머지 중요한 우리들의 내면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힘들어하고, 어려워한다. 반면에 그녀는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함께 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녀 나름의 방식으로 의미를 찾으며 기뻐하고 슬퍼하면서 주위를 둘러보고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녀가 묘사하는 일상의 이야기들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팍팍해진 우리가 무심하게 지나쳐버릴 수도 있는 소소한 것들을 세밀하게 짚어내는 독특함이 있다. 특히 “나의 불가사리” 라는 이야기에서는 우리가 어쩌면 놓치고 있지도 사실을 생생히 전해주어서 마음 한구석이 아려오기까지 했다.  


 이 책의 힘은 바로 여기 있는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살아가는 삶이 기적이라는 것을 깨닫고 또 다른 사람에게 기적을 전해주어 세상을 향해 희망을 품는 과정 말이다.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진 바와 같이 고통을 이겨냈다는 것은 단지 결과 일 뿐, 삶을 진솔하게 읽어가는 눈이 오히려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내가 과연 주위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나 내면의 상처를 얼마나 이해했을까, 또한 기적이라고 말할 만큼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나는 나를 얼마나 사랑 했을까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던 점은 이 책이 나에게 준 눈부신 기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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