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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
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도가니 같은 영화가 실화라서 더 마음이 아팠고, 얼마전 읽은 올더 레이지 역시 실화라는 점 때문에 읽으면서 분노와 무기력함이 몰려왔다. 책을 읽고난후 피곤이 몰려와 잠이 들 정도였다.
이 책 역시 근친강간이라는 끔찍한 소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것이 놀라웠다. 책표지의 평화로운 모습만 보고는 이런 끔찍한 일들이 벌어졌을거란걸 상상할수가 없다. 도대체 73세의 노인은 그 욕정을 어찌할줄 몰라 친딸을 밀실에 가두고 성폭행을 했어야하는지... 이해할수가 없다. 이 일이 알려진것은 딸 커스틴이 영양실조와 건강상의 이유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알려졌다는데 그 긴 시간동안 주변에서 알아차리지 못했다는것은 남에겐 관심없는 삭막한 현실을 반영하는듯도 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직업은 이런 소재에서도 반전과 의외와 독창적인것을 만들어내는 마술사인가보다. 어떻게 작은방에서 태어나 작은방의 세상에서만 자란 다섯살 아이를 사랑스럽게 만들수 있을까 신기하다. 물론 모든것들을 예쁘게 말해주는 엄마의 탓이겠지만 엄마는 어두운 밀실밖의 세상을 언젠가 아들이 나가게 되면 혼란스럽지 않고 또 잘 받아들이길 바라느 염원이 담겨있었던지 모른다. 아니면 그 아름다운 기억이 사라지지 않기 위해 되뇌이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연금술이라는 찬사가 너무나 당연하게 어울리는 작가로 하여금 때로는 긴장감에 책장을 넘기고, 때로는 아이의 심리가 정말 이런것일까 궁금하고 소름돋아 책을 놓지 못했다. 일정부분 당연하게 상상인데도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그 몰입도는 최고였다.
가끔 좁은 화장실에 앉아있어도 갑갑함을 느낄때가 있다 그런데 거기서 사는 잭은 태어날때부터 익숙했던 공간이기에 엄마가 유일한 존재였다. 엄마 역시 잭은 희망이고 전부였다. 방안의 모든것이 친구라지만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었겠는가. 캐스트 어웨이의 윌슨과 함께한 톰행크스도 이보단 나았을것같다. 다섯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아침부터 시작되는 이야기가 어떻게든 저 너머 세상으로 잭을 보내기 위해 실패하고 도전하는 위대하고 절박한 모험을 할 수밖에 없는 엄마의 마음이 어떠한지, 그리고 이 이야기의 끝은 어쩌면 희망으로 끝이 날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암시인듯도 했다. 그리고 아이의 마음으로 순수하고 감동적이고 아름답게 묘사된다는것이 아이러니하고 더 소름끼치고 충격적일수 밖에 없다. 결국 탈출이라는 것은 또다른 고통, 도전, 시련이 기다리는것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랜시간 죄수들처럼 외부와 단절된것과 다름없는 상황에서 밖으로 나왔다고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고, 이미 밖의 세상을 경험한 엄마의 시선과 방에서 태어나 방에서만 살았던 잭의 시선은 너무나 달랐기에 오히려 엄마의 행동과 불안은 아이에게 무척이나 당황스러웠음을 충분히 이해할수 있었다. 멀쩡하게 매일 매일 변화하는 것들을 몸으로 부딪히며 사는 나같은 사람들도 이 세상에 적응하기가 힘들때가 있은데 이 모자에겐 어떠했을지 책은 내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실화가 바탕으로 된 소설임을 알고 시작해서 그런지 내내 마음은 무거웠다. 그러면서 궁금해지고 빨리 끝장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때문에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아이의 시선을 따라 우리가 사는 지금을 여유롭게 돌아볼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