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페이지가 채 못 되는 얇은 두께와 단조로운 표지는 짧은 시간 가벼운 독서를 기대하게 했으나 나의 완벽한 오판이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나 기욤 뮈소의 경험으로 개인적인 성향으로 읽기 어려워하는 소설이 프랑스 소설인 걸 알고 있었음에도,,, 사실 요즘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품이 한결 편해진 덕분에 용기 있게 선택했지만 역시 나에게 프랑스 소설은 좀 어렵다. ^^;;할머니가 유산으로 남긴 늪지대에 위치한 낡은 장엄호텔을 지키고 있는 '나'를 화자로 장엄호텔과 함께 남겨진 두 언니 아델과 아다와 함께하는 일상을 전한다. 생각만으로도 꿉꿉해지는 늪지대에 위치한 낡은 호텔이지만 그녀는 매일 밤 네온사인을 밝힌 채 장엄호텔을 찾는 손님을 기다린다. 오래되고 낡은 장엄호텔이 무너지듯 정체불명의 전염병으로 할머니와 언니들의 죽음을 맞이하고 오로지 '나'만 무너져가는 장엄호텔에서 살아남는다. 세월로 말미암아 성한 곳이 남아있지 않은 그곳을 고치고 메우며 지켜낸다. 무너져내리는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한다. 어쩌면 머지않아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세월의 무게감일지도 모르겠다. 지팡이를 짚고 꼿꼿이 장엄호텔을 지키던 할머니와 늪지대의 그곳을 몸서리치며 거부하던 엄마. 엄마는 왜 그토록 싫어하던 그곳에 오로지 그녀만 남겨두고 떠났을까... 장엄호텔만큼이나 외로웠을 그녀가 안타깝다. 어두운 밤 네온사인을 밝히고 그곳을 지키듯 그녀가 살아가는 이유가 장엄호텔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막힌 배관을 뚫고, 물이 새는 지붕을 고치고, 이제는 낡아서 끊어질 것만 같은 커튼을 세탁하면서 장엄호텔을 지키며 그녀의 삶을 살아낸다. 오래되고 낡은 그곳을 Splendid라 부르는 건 끝까지 그곳을 지켜내는 그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짧은 단문으로 이어지는 글줄이 머리솟을 멤돌며 좀 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이 살짝 아쉬웠지만 프랑스 소설 특유의 정서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할머니와 언니들은 늪의 일부가 되었다. 장엄은 밤낮으로 열려 있다. 손님은 언제나 환영이다. 호텔로 오는 길목에 눈이 쌓였다. 장엄에 서는 늪이 잘 보인다. 눈에 덮여도 늪은 늪이다. 할머니의 사업가다운 정신 덕분에 이 고장의 늪 중에서 호텔이 있는 유일한 늪이다. 늪지대 어디에서도 장엄이 잘 보인다. 밤이면 네온사인이 빛나 아주 멀리서도 잘 보인다. 하늘과 눈 위에 두 점이 있다. 그건 장엄의 네온사인이 반사된 빛이다." (p.170)[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장엄호텔#마리르도네#이재룡옮김#열림원#컬처블룸#컬처블룸서평단#프랑스여성소설작가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