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극장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5
홍예진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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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앤니나 소설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으로 만난 소나무극장. ‘유령이 선택한 배우가 스타가 된다’는 여고괴담 같은 가벼운 한 문장으로 시작하고 있지만, 가벼움과는 사뭇 다른 묵직한 이야기를 전한다.

소나무 극장, 현재 파인아트센터의 유령 1929년생 차인석. 스스로가 유령으로 남아있는 이유조차 알지 멋한다고 여기지만, 못다이룬 배우의 꿈을 잊지 못해서,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건네지 못한 사랑하는 이를 잊지 못해 소나무 극장의 유령으로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6.25 전쟁즈음 격변의 세월을 살아낸 청춘들과 여전히 창작의 꿈을 꾸고 있는 오늘날의 청춘들의 시선이 교차되며 소나무 극장의 역사를 보듬는다.

부유한 집안의 아들로 연출가를 꿈꾸는 수찬과 극작가를 꿈꾸는 재기발랄한 영임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며, 배우를 꿈꾸는 인석. 대학 연극부에서 만난 이들은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하는 미래를 꿈꾼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이념의 소용돌이속에 휘말리기 전까지,,,

이념을 사이에 둔 전쟁은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그들을 평범하게 살도록 놓아두지 않았고, 결국엔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건네지 못한 연인들을 생사를 가른다. 서로를 품은 진실된 마음을 하늘도 거스르지 못한 듯, 70여년이 지난 소나무 극장은 그들의 마지막 인연을 잇는다. 일제강점기, 6.25전쟁 등 고난의 한국 현대사를 겪어내는 젊은 청춘들을, 70년을 떠나지 못한채 유령으로 떠돌 수 밖에 없는 가여운 청춘들의 안쓰러움이다.

"이런 기운이 좋다. 그 시절의 우리가 70여 년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여기에 와 있는 것만 같다. 무대를 사랑하고, 객석과 호흡하고, 조명이 켜지면 환희에 몸을 떨던 우리가. 긴 세월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신세라도,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처지라도, 이런 날만큼은 나도 살아있는 것 같다. 나는 배우들 사이를 유영하다가 그들의 몸을 차례차례 통과해본다. 오늘 오디션에서 합격점을 받아 무대에 서게 될 이들을 골라내보고, '궁극의 배우'를 찾아내는 것이다. 나와 함께 영혼의 여행을 떠날 사람을." (p.9)

한 시인의 절절한 시구와 바그너 오페라의 연인을 향한 외침을 사이에 두고, 과거와 현대를 오가는 소나무 극장 유령의 이야기는 평행선을 달리듯 조금의 이물감도 없이 다가온다. 전쟁으로 말미암아 원치않는 역사의 중심에 서 있지만, 꿈을 사랑을 놓을 수 없었던 청춘들이 절절하기만 하다.

'유령'이라는 가벼운 소재로 시작해서 '역사'와 '청춘' 그리고 '사랑'을 묵직하게 쏟아낸다.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꿈꾸던 청춘의 약속은 수찬의 소나무 극장으로, 영임의 희곡으로 비록 유령이 되었지만 소나무 극장의 스타를 만들어내는 유령 배우 인석으로 지켜진다.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파인아트센터 무대에서, 시대에 맞게 각색된 영임의 극본이, 인석에게 선택된 배우의 열망으로 행해지는 멋진 공연을 상상하며 마지막장을 넘긴다.

"걸음을 서버리는까닭은
서너 걸음 안개 건너편 한 폭
그림자 흔들리고 있음이오.

감나무 가지 너머로 석양이 깔리고 있었다. 땅 위의 적색은 단죄받는 중이었으나 하늘의 그것은 아름답기 만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의 석양도 그날과 다를 바 없었다. 영임은 건너편 아파트 사이로 기우는 태양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p.255)

[ 네이버카페 몽실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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