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 드레이크, 다시 시작하다
린다 홈스 지음, 이한이 옮김 / 리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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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서 결혼, 반려자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사랑이라는 감정을 정확한 양으로 계량할 수 없겠지만 행복한 결혼을 위해서는 일방적인 감정이 아닌 서로의 감정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내 마음과 똑 같은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먼저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 보다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과 결혼하기를 주저없이 추천하곤 한다.  아마도, 사랑하는 것보다 사랑받는 것이 긴 시간 지속해야하는 감정의 피로함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 여기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매주 토요일 오전 나침반 카페에서 남자사람 친구 앤디와 아침을 함께 먹으며 무심한 일상을 견뎌내고 있는 미망인 에비. 그녀가 미망인이 되고 난 후, 앤디의 엄마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앤디와 그녀의 관계가 달라지기를 바라지만 그들은 여전히 좋은 친구다.
 
에비는 1년전쯤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유능한 의사 남편 팀과 누구나 부러워하는 넓고 멋진 집에서 살고있지만 그녀에게는 평생의 절친 앤디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다. 유능하고 다정한 남편을 가장하고 있지만 팀은 그녀에게 다정하지도 그녀를 사랑하지도 않는다.
 
숨이 막힐 것 같은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그녀는 이혼이 아닌 가출을 결심하고 팀을 떠나기로 하지만, 큐피트의 심술처럼 그녀가 팀을 떠나기로 결심한 날 불의의 교통사고로 팀의 그녀의 곁을 떠난다. 갑자기 벼락을 맞은 것처럼 미망인이 되어버린 에비는 남편을 잃은 슬픔을 가장한 채 미망인으로의 일상을 이어간다. 남편을 잃은 가장 슬픈 날이 사실은 남편으로부터 독립한 가장 기쁜 날이 되어버렸다.

"에비는 꽃다발을, 가을의 오렌지색과 붉은색을, 애도의 정취를, 자신의 막대한 안도감을 내려다보 았다. 목이 긴장되고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앤디의 손이 그녀의 등에 부드럽게 내려앉아 토닥였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에비는 속으 로 안심했다.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p
67)

"그걸 보고 나는 팀이 죽은 뒤로 내내 나 스스로를 미망인이라고지 칭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지. 아니, '그의' 미망인이라고 말이야. 어딘가에 가서 '전 에벌리스 드레이크라고 해요. 팀 드레이크 박사의 미망인이죠'라고 나를 소개하진 않았지. 실은 드레이크의 미망인이면서." (p.133)

비밀을 간직한 채 유령처럼 살아가던 에비에게 찾아온 상처받은 한 남자 딘. 숨쉬는 것처럼 공을 던지던 메이저리그 인기절정의 투수였던 그는 어느날 아무 이유도 없이 기계가 고장난 것처럼 공을 던질 수 없게 된다. 그리고 타인의 불행에 유난히 관심을 보이는 기자들과 주변 사람들을 피해 아무도 그를 괴롭히지 않을 곳을 찾아 에비의 집으로 들어온다.
 
남편을 잃은 슬픈 미망인으로, 슬럼프에 빠진 야구천재로 스스로를 잃어 버린 채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던 에비와 딘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기 시작 한다. 상처 받은 이유를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아픈 상처를 건드리지 않는다. 오롯이 서로를 이해하고 따뜻한 온기를 나눌뿐이다.

기쁨과 슬픔을 공존시켜야하는 스산한 가을로부터 시작한 에비의 마음은 상처받은 두 사람을 바라보는 겨울을 지나고 추운 겨울 쌓은 눈을 녹이는 봄을 거쳐 모든 것들이 생명의 충만함을 만끽하는 여름 다시 시작된다. 이미 애쓰지 않아도 충분한 '나'의 삶을 찾아간다. 시작 보다 훨씬 더 어려운 '다시 시작'의,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도전의 의미를 말이다.

"그의 갈비뼈 옆쪽에, 검은 잉크에 단순한 서체로 새겨진 문신이 있었다. "멈춘다는 건 죽어가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그녀는 입을 떡 벌렸다. "푸흐ㅎㅎㅎ" 하는 소리가 (훨씬 나중에 두 사람은 이 말이 소 리처럼 들렸다는 데 합의했다) 새어 나왔다." (p.171)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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