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정의 - 표창원이 대한민국 정치에 던지는 직설
표창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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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프로파일러로 익숙한 표창원 전 국회위원은 딱히 관심없던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를 흥미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해주던 출연자 중 한사람이었다. 이번에 읽은 '게으른 정의'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처럼 대다수 전문가들이 보통사람의 적극적 정치참여를 주장하지만, 나에게 정치는 여전히 관심이 생기지 않는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감이 가거나 관심있었던 유명인사가 정치참여를 선언하면 왠지 못마땅해지곤 한다. 자신의 영역에서 충분히 전문성을 발휘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진흙탕 같은 그곳으로 향하는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을 뿐이다. 주관적인 생각이니 어쩔 수 없다지만 표창원 전 국회의원도 나에겐 정치참여 선언이 아쉬운 유명인중 한사람이었다.


갑작스런 정치참여 만큼이나 갑작스런 정계은퇴라고 느끼는 건 비단 나뿐이 아닐 듯하지만, 독자들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게으른 정의를 "정치와 무관했던 한 시민이 본의 아니게 정치인이 되어 시민을 대표하기 위해 애쓰면서 겪고 느낀 솔직한 심정의 기록"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정치를 1도 모르는 문외한이라서인지도 모르지만 소신있는 정치 보다는 소속 정당의 이익을 대변해야하는 부조리함을 견디지 못한 은퇴라고 말할 수 있는 기록을 응원하고 싶다. 내가 선호하는, 관심있는 사람들의 정치가 불편했던 이유를 딱 꼬집에서 알려주고 있다는 생각이들 정도다.


사실, 게으른 정의에 서술된 이야기들이 딱히 새롭다거나 감명을 주지는 않는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815 광화문 집회 등 대다수가 알고 있는 사실을 리뷰하고 있다. 마치 그간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유를 확인시키는 듯한 여야의 싸움과 이익집단의 이기심을 확인시키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정치인들의 갑질, 포장된 지역구활동, 불법선거운동 등 문자화돼서 다뤄지는 이야기들이 지극히 불합리함에도 늘상 보던 일이라는 사실에 저절로 눈살이 찌프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이 가는 건, 프로파일링하듯 정쟁의 현장속에 깊숙히 속해있던 한사람의 자기반성과 함께하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작가에 대한 관심으로 정치 비평서를 읽게됐으니, 평소 생각해보지 않았던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기준울 생각해 본다. 나는 보수와 진보 어디쯤 속해있을까. 합리적인 판단을 하겠다며 어느 한편이 아닌 중도라 여기고 있을테지만, 어쩌면 중도란 정치 무관심을 그럴듯하게 포장해놓은 이도 저도 아닌 회색지대 일지도 모르겠다. 안전한 회색지대에 머무르며 권리위에 잠자고 있는 무심한 주권자인 시민이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정치가 아닌 정치질을 일삼는 정치인이나 모두 스스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부적절한 정치라는 핑계로 스스로의 책임과 권리를 방치해 둔 게으른 유권자의 한사람으로 깊이 반성하며 다소 무거웠던 책읽기를 끝낸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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