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E, Crystal 지음 / 시코(C Co.)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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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는 마치 슬픈 영화를 한편 본듯한 먹먹한 여운이 남는다. 영화를 좋아하지만 일부러 단편 영화를 찾아보는 편은 아닌지라 이 책의 모티브가 되었던 영화 간이역이 이미 개봉한지도 모르고 있었다. 뒤늦게 찾아본 짧은 영상은 마지막 장의 먹먹함에 한층 더 깊이를 더한다. 에일리의 뮤비 예고는 또 왜 이리 슬픈 건지,,, '이대로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라는 부탁이 절로 나오게 하는 분위기다.

1장 승현의 이야기, 7년 전 갑갑한 고향을 떠나고 싶어 하는 그녀를 잡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를 잊지 않기 위해 그녀가 좋아하는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파티쉐가 되었다. 그녀의 행복만을 빌었는데,,, 다시 돌아온 그녀가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없다. 그 또한 기억을 잃어가고 있지만 이번에는 그녀를 혼자 보낼 수 없다. 그의 마지막 기억 한자락에 그녀를 새겨두고 싶다.

"그래도 난 운이 좋은 편입니다.

내 인생에 그녀가 있으니까요." (p.93)

2장 지아의 이야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도 전 풀벌레 소리 가득한 이곳에 승현을 남겨두고 떠났지만, 빽빽한 빌딩 숲에서도 여전히 풀벌레 소리와 새소리를 쫓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승현이 그녀를 잡아주기 바라는 마음을 남겨두고 고향을 떠났던 건 아니었을까,,, 마지막을 정리하기 위해 돌아온 이곳에서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승현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그와 함께 하지만 그녀가 떠나고 남겨질 승현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늘 하고 싶었던 말.

하지만 삼켜왔던 말.

내가 하면 나중에 네가 너무 아플까 봐.

그래서 못 해준 말.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p.180)

간이역은 조발성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27살 승현과 말기 암으로 시한부를 살고 있는 동갑내기 지아의 슬픈 사랑 이야기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잡을 수도, 놓아 줄 수도 없는 이들의 애절함이 안타깝다. 간이역,,, 역무원도 없이 덩그러니 역사만 남아 어쩌다 오가는 뜸한 손님을 위해 정차하는 초라한 역사다. 운명 같지만 슬픈 승현과 지아의 사랑을 초라하지만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꿋꿋이 버텨내는 간이역에 비유하고 싶음이 아니었을까...

E.Crystal 작가님이 환상적인 일러와 함께 이어지는 승현과 지아의 독백 같은 에피소드들이 슬픈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한층 더 깊게 해준다. 슬프지만 너무나 예쁜 멜로 영화를 한편 본 듯하다.

[ 네이버카페 문화충전200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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