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줄게요 - 늘 괜찮다는 당신에게
박지연 지음 / 어바웃어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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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준다'라는 짧은 문장의 위로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예쁘다라는 생각보다는 푸근하고 투박하다는 느낌을 주는 커다란 곰아저씨(왠지 곰아저씨가 곰아줌마 보다 더 푸근한 느낌이라서)가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따뜻한 위로의 포옹만을 나눠준다.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늘 괜찮다고 말하지만, 괜찮지 않은 괜찮을 수 없는 고된 삶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 앞에 나타난 커다란 갈색곰은 아무조건 없이 자신의 품을 내어준다. 덕지덕지 스티커가 붙은 전봇대에도, 해가 뜨기전 부지런히 움직여 다른 이들을 위해 책상을 정리하고 사라지는 누군가를 위해, 소리없이 두팔 벌려 한가득 따뜻한 위로의 포옹을 전한다. 세상에 꼭 필요한 일들이지만 누구도 중요하게 생각하지않는 작은 일들을 묵묵히 하고 있는 힘없는 이들에게 내어준 갈색곰의 따뜻한 품은 그들의 고된 삶에 따뜻한 빛이 되어줄 것만 같다.


안아주는 것은 그사람을 알아주는 것이라고 한다. 당신의 고단함을, 당신의 외로움을, 당신의 슬픔을 나도 알고 있으니 잠깐이라도 나에게 기대어 삶의 버거움을 덜고 가라고 토닥인다.


평소보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던 어느날 눈에 밟히는 커다란 갈색곰을 무작정 사고, 그 아이를 한아름 안은 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따뜻한 곰의 포옹으로 가슴속 응어리를 풀고 그때부터 갈색곰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작가의 고백처럼 때로는 한마디 말보다 따뜻한 포옹이, 따뜻한 온기가 위로가 된다. 고된 삶을 버티는 누군가에게 살아낼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온기가 되어준다.


가만가만 책장을 넘기며 푸근한 갈색곰의 포옹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해진다. 배불뚝이의 갈색곰은 나에게 말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 준다. 고된 일상으로 지친 나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을 때, 따뜻한 차한잔과 한줌의 햇살을 친구삼아 읽기에 좋은 책이었다. 문득 커다란 갈색곰 한마리가 절실해진다.


나이 든 꿈

스물.
소 판 돈으로 대학생이 됐다.
'꿈'을 말하는 건 불효였다.

서른.
'하면 된다'는 사훈에 맞춰
가장 일찍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했다.
'꿈'을 떠올릴 시간이 없었다.

마흔.
'명예퇴직' '정리해고'라는 이름으로
자고 일어나면 동료가 사라졌다.
'꿈'은 정신 나간 소리였다.

쉰.
두 아이 학원비를 보태겠다며
아내가 마트에 취직했다.
'꿈'은 이기적인 단어였다.

예순.
40년 넘게 시달린 '월요병'에서 해방됐다.
'나중에' '언젠가'라는 말로 미루는 사이
검은 머리에는 하얀 서리가 내려앉았다.
지난 시간은 나의 최선이었으니
남은 시간은 온전히 나를 위해 '꿈'을 꾸기로 했다.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 (p.150~153)​


[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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