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의 대륙 - 상
안제도 지음 / 리버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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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조차 없는 깊은 잠. 어둠보다 깊은 그림자. 이곳은 빛의 무덤. 생명의 단말마. 모든 죽음의 요람." (p.33)

가상의 세계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판타스틱하게 그려내는 판타지 소설은 어마어마한 스케일로 끊임없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다만, 살짝 거친듯한 스케일 덕분에 여성 독자들보다는 남성 독자들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나 역시 보통의 성향을 벗어나지 못한 탓에 판타지 소설을 읽기는 하지만, 전쟁의 서사를 다룬 판타지보다는 로맨스 판타지를 선호하는 편이다. :)

아들과 함께 '나 혼자만 레벨업'이라는 장편의 판타지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고3 아들이 잠깐잠깐 짬을 내어 웹 소설로 읽기에 감질(?) 난다는 아들의 건의를 적극 받아들여 8권의 책을 구매하고 주말 내내 뒹굴뒹굴하며 읽었던 기억이다. 다소 허무맹랑하기는 했지만 8권의 책을 순식간에 읽을 정도로 재미있었던 탓에 판타지 소설에 대한 거부감이 급상승하기도 했다.

이번에 만난 사계절의 대륙은 정통 판타지 소설답게 광활한 스케일의 대륙과 천하무적의 영웅이 등장한다. 물론 영웅의 로맨스도 빠지지 않는 소재로 등장하지만, 기대만큼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지는 않아 로맨스 판타지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살짝 아쉽다.

약한 군사력, 무기력한 국왕 그리고 부패한 귀족까지 약소국의 모든 조건을 갖춘 작고 힘없는 나라 포트리오를 배경으로, 포트리오가 강대국이 되기를 열망하는 보병 출신의 기사 카일 로스를 비롯한 다양한 열망을 가진 이들을 중심으로 대서사는 이어진다. 카일은 포트니오 보다 강한 이웃나라의 침략으로 아버지를 잃은 사건을 계기로 기사의 길을 걷게되고 에바 브린트 왕녀와 운명적인 만남 갖게 된다.

힘없는 약소국의 보병이었던 카일은 신검 데이드리아의 부름을 받아 강력한 힘을 가진 기사로 성장하게 되고,,, 운명에 이끌려 영웅이 되었지만, 포트니오가 힘을 키워갈수록 카일은 감정을 잃은 채 목적만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여준다. 프롤로그의 암시처럼 태고의 공허는 절대적인 허무함으로 존재를 거부하는 듯하다. 목적은 이루지만 빈 껍데기가 되어가고 있다.
"기억은 인간에게 후회를 안겨 줄 때가 많지요. 집행하는 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감정일지도 모릅니다." (p.40)

"사랑과 우정은 인간에게 주저를 주는 걸림돌. 그것들을 잃어가는 대신 주군의 검은 더더욱 강해질 것입니다."(p.68)

케이로니아력 1841년 겨울. 포트니오, 그로스공화국을 비롯한 여덟나라가 사계절 대륙을 통일하기 위해 치열하게 버텨오던 지리한 전쟁이, 그들 저마다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남긴채 끝으로 치닫는다. 오직 마법의 검 데이드리아만이 자신의 존재를 남긴 채 사계절 대륙의 남부에 위치한 변방 포레수트할 교회에서 끝난다.

낙월의 문장의 보호와 죽음의 광기를 담은 데이드리아에게 영혼을 잠식당한 영웅의 판타지가 흥미로운 서사였다.

[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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