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이혼을 꿈꾼다 걷는사람 소설집 2
이경자 지음 / 걷는사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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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차별은 아버지 가장의 권력이라는 그늘로부터 시작해서 사회와 국가로 넓혀진다. 차별은 정교하개 장치되어 있다." (p.5)​


말이 필요없는 제목에 눈길이 간다. 직장인들의 안주머니에 늘 들어있는 사표처럼, 결혼한 여자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늘 이혼이라는 단어가 잠을자고 있다. 아니 모두가 아니라 일부, 어쩌면 나만. 아무튼 나는 종종 이혼을 꾼꾼다.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을 때는 잊고 있다가도 약간의 여유가 생기면 이것저것 아이고 남편이고 다 떼내고 혼자 살아보고 싶은 깊은 열망속에 흔들리곤 한다. 어쩌면, 사람이 되고자 이혼을 꿈꾸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쇼파와 한몸이 되어 TV에 푹 빠진 남편의 뒤통수를 두주먹 불끈쥐고 바라보는 모습의 첫인상과 함께, 남자와 여자의 역할을 바꿔놓은 글로부터 시작된다. 첫번째 단편을 읽고 나서는 이혼을 꿈꾸기보단 이혼을 실행에 옮기는 이야기들인가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강렬한(?) 느낌을 받는다. '아니 여자가!'가 아니라 '아니 남다자!'를 외치며 군림하는 모습에 살짝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무튼 강렬한 첫인상의 옛날 옛날 한 옛날에를 시작으로 54편의 짧은 단편들이 하나인듯 아닌듯 연결되어 있는 단편집이다. 


이경자 작가님이 스물여섯부터 마흔다섯까지 겪은 여성차별의 현장을 고스란히 담아낸 글이라고 한다. 92년 출간 당시 20년의 경험을 담아냈다면,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는 말인데 지금도 적지않은 여성차별의 잔재가 남아있으니 40여면도 훌쩍 넘은 그 당시의 여성차별이야 말해 무엇할까. 무튼 표지의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화가난다.


92년 출판본의 복간이면 30여년이나 지난 스토리임에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끼는건 나만의 착각일까. 여전히 어려운 맞벌이 엄마로서의 삶과 며느리, 딸로서의 삶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독박육아, 가정폭력, 성희롱, 외도, 주부에 대한 희화와 무시에 대한 주제는 어쩌면 3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주제인 걸까. 아마도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논쟁이 여전한 이유와 맞닿아 있지 않을까 싶다.


30년이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함들고 팍팍하기 짝이없는 여성들의 삶을 토닥이며 책읽기를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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