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에겐 기본소득이 필요할까 - 삶을 일보다 중요하게 만드는 무조건적 소득의 가치와 실현가능성과 시행에 대하여
말콤 토리 지음, 이영래 옮김, 안효상 감수 / 생각이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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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과 같은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만 복지혜택을 제공하던 선별적 복지의 시대를 지나 아동수당처럼 누구나에게 조건만 충족하면 지급되는 보편적 복지의 시대를 살고 있다. 물론 보편적 복지제도가 사회전반에 자리잡고 있지는 않지만 아동수당, 무상급식, 무상교복, 무상교육 등 보편적 복지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급되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아동수당의 지급대상 선정과정에서 쟁점으로 등장했던 과제가 전체 아동양육가정의 90%에 이르는 대상자를 선별하기 위한 행정처리비용과 제외되는 10%에 대한 아동수당과의 비교였다. 결론적으로 제외대상을 선별하기 위한 행정처리비용 과다로 7세 미만의 아동을 양육하는 모든 가정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아동수당이 무상급식에 이어 대표적인 보편적 복지로 자리잡은 것이다. 아동수당이 아동을 양육하는 가정의 무조건적이고 철회할 수 없는 것을 조건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아주 미약한 금액이긴 하지만)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무상급식에 대한 논의가 한참 이루어지고 있을 때 학교의 선별적 급식지원제도 때문에 복지대상자로 낙인 찍히는 것이 두려운 아이들이 밥을 먹지 않는다는 사례를 접하고, 아이들에게 밥은 편히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하는게 아니냐며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써 광분했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무상급식과 아동수당 등의 사례가 등장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기본소득이나 보편적 복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는 누구나 제공받을 수 있는 복지서비스를 통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제도로 보여진다. 물론 막대한 재정이 수반되어야 하고,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걷어가는 세액 또한 많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편적 복지는 계속되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풀리기도 전 우리앞에 새롭게 등장한 것이 기본소득이다.

"모든 개인에게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매주 혹은 매달 각 개인에게 동일한 액수로 지급되는 무조건적이며 철회할 수 없는 소득이다." (p.14)

소득이 증가해도 사라지지 않는 기본소득 덕분에 사람들은 보다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는 기본소득이 가지고 있는 무조건성과 보편성을 이유로 한다. 소득이 증가되므로써 받고 있는 복지혜택이 감소한다면 대다수 대상자들의 소득 이 증가할 수 있는 일을 찾기보다는 가만히 놀면서 수급권을 유지시키고자 할 것이다. 게으른 것이 아니라 어쩌면 당연힌 결과일 것이다. 노동활동위 유무와 상관없이 나에게 주어지는 가처분 소득이 같거나 비슷하다면, 나부터라도 미흡한 가처분 소득을 위해 일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기본소득은 이와 같은 폐단을 방지하여 시민(기본소득의 수혜자)이 스스로의 가처분 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는 일을 찾게 한다.

기본소득이 주제로 등장하면 항상 재정의 확보라는 대치되는 의견이 등장한다. '무조건적이고 철회할 수 없는' 소득을 보전해 주기 위해서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 재정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 찬성론자들은 모든 시민(국민)에게 일정부분 가처분 소득 부여를 통해 소비를 창출하는 등 선순환을 통해 경제도 살리고 시민(국민)의 기본권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기본소득 반대론자들은 충분한 재정확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가처분 소득을 부여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 재정에 무리만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오래되었지만, 실제 적용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솔직히 나는 찬반의 입장보다는 중립적인 입장이다. 국가의 재정이 탄탄한 상황이라면 보편적 복지 또는 기본소득을 통해 삶의 질을 보장해주는 것이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 할 수 있겠지만 기본소득 지급을 위해 재정확보 방안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편적 복지나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설계되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모든 사람에게 적절한 기본소득이 보장돼야 한다. 미국과 같은 부유한 국가는 모든 사람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이 소득에 의존해서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복지가 더 제한돼 있다. 부유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가난한 사람들도 여가에 의존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자." (p.234)

어쩌면 생소할 수도 있는 기본소득이라는 주제를 육아수당, 실업수당 등 실제 경험해볼 수 있는 사례와 함께 설명하고 있어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또한, 책의 말미에 마련된 '간략한 요약' 편은 기본소득에 대한 개념을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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