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미스터 렌 - 어느 신사의 낭만적 모험
싱클레어 루이스 지음, 김경숙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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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두툼한 소설책이다. 근래에 두껍지 않은 책만 읽다가 렌의 두께에 잠시 추춤한다. 파란색 바탕에 베이지색 꽃봉오리로 장식된 책 표지는 어느 신사의 낭만적 모험이라는 부제 때문인지 무척 낭만스러워 보인다.

우리의 미스터 렌은 저자 싱클레어 루이스가 초기에 쓴 장편소설로 사실적인 묘사와 유머, 풍자 등을 유쾌한 문체로 쓰고 있다고 소개한다.

여행도서 읽으면서 언젠가는 세계 여행을 꿈꾸며, 무료한 삶을 살아가고 있던 기념품과 장식 소품 컴퍼니의 열정적인 직원 렌의 자아성장을 다룬 소설이다.

다소 무뚝뚝하고 주변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어려운 렌은 여행도서를 꼼꼼하게 읽으면서 세계여행을 꿈꾸고 있지만, 부족한 자금과 훌쩍 떠날 수 있는 용기가 부족하다.

렌이 생각하는 여행은 직원들에게 무례한 길포글에게 멋지게 사표를 던지고, 무료한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한 로망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신과 동등한 권력을 가진 것 같다고 여기는 길포글에게 시달리는 근무시간을 마치고 가끔은 혼자서 니켈리온 극장의 연극을 보면서 외로운 생활을 이어간다.

니켈리온 극장의 검표원 모제스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끼고 있는 렌의 생각이 마음속으로는 친구가 되고 싶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렌의 본모습 아닐까 싶다.

무료한 생활을 하던중 유산으로 상속받은 저택이 팔려 뜻하지 않게 940불(소설적에서는 엄청큰 돈으로 표현, 렌의 주급이 19불 정도)이 생기고, 상상만 하던 여행을 시작한다.

성실하지 못하다고 나무라는 길포글에게 사표를 던지고 여행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조금쯤 빈둥거리는 렌이 첫 여행지를 결정하게 되는 계기 ‘남자일꾼구함’, 낭만적 여행을 준비하고 있던 렌은 영국으로 출발하는 가축운반선의 구인글을 보고 외친다.

“내 첫 번째 여행지를 신이 골라주셨어.” (p.58)

무기력하고 시큰둥하던 렌이 무한 긍정으로 변하기 시작한 출발이 되는 외침이다. 우여곡절을 격고 가축운반선에 오른 렌은 첫 번째 친구 모튼을 만나게 되고, 빌 렌이 되어 가축운반선 일꾼들과 싸우는 등 새로운 경험을 하게된다. 소극적으로만 행동하던 렌이 세상으로 한발 내딛는 더럽고 냄새나는 가축운반선과 거친 일꾼들과 부딪치면서 세상에 부딪치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과정같다.

“그러면 좀 어때? 모튼, 들어봐. 난 이 여행을 통해 많은 걸 배웠어. 평생 내 소원은 딱 하나였어. 하지만 더 좋은 소원이 생겼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난 살아오면서 친구를 별로 많이 사귀지 못했어. 어쩌다 보니 넌 내가 살면서 만났던 친구 중에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지. (중략) 친구가 된다는 건 그런 거잖아.” (p,92)

함께 여행하기를 원하는 렌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 달라고 하는 새친구 모튼과 헤어지고 여행지 영국에서 렌에게 또 한번의 변화를 불러일이키는 이스트라를 만난다. 이스트라와 충동적인 도보여행을 떠나게 되고, 여행도중 이스트라는 편지한장만 남기고 떠나버린다. 이스트라가 떠난 후 낯선 곳에서의 외로움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못이겨 다시 미국으로 향한다.

“이제는 그의 행복 공식이 될 두 문장을 생각해 냈다. ‘저녁에 집에 함께 갈 사람’, 그리고 또 다른 하나. ‘동고동락하며 함께 일할 동료’ 마치 모든 인생에 대한 모든 설계가 끝난 기분이었다.” (p.116)

생각보다 짧은 여행을 끝내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지만, 떠나기 전과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렌. 수동적으로 충실하게만 일하던 직장에서는 본인의 생각을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고, 새로 사귄 친구들이 렌의 일부가 되어간다.

깜짝 방문한 이스트라 때문에 잠깐의 위기를 겪기도 하지만 새로운 하숙집 아티 하우스에서 만난 넬리와 행복한 결말을 맞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여행은 돌아올 곳이 있어야 행복하고,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 여행이라고 한다. 우리의 낭만신사 렌이 일탈처럼 시작했던 여행을 통해 새로운 꿈에 도전하고 자기를 찾아 성장하는 모습이 의미있는 글이었다.

소설의 초반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렌이 여행을 시작한 이후의 감정변화와 친구를 사귀기 시작하면서 그들과 서투르게 교감하는 글이 공감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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