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손을 보다
구보 미스미 지음, 김현희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마음이 간질간질해 지는 연애소설을 읽기 좋은 계절이다.

깊어가는 가을 읽어보기로 선택한 구보미스미의 일본소설 '가만히 손을 보다'는 일본의 후지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벌어지는 4명에 대한 미완의 사랑이야기이다.

오래전 아이와 함께 후지산이 있는 일본의 시골마을을 여행한 적이 있다. 후지산을 처음 봤을 때의 감동이, 계속되는 후지산의 모습으로 인해 반감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소설속에서도 어디를 돌아봐도 늘상 보이는 후지산이 마음의 평안을 주기보다는 갑갑함으로 작용하는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이 소설은 각자의 사랑에서 일탈을 꿈꾸고, 일탈을 감행했다가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사랑을 감성적으로 표현한 글이었다.

서로 다른 사랑에 대한 인생관과 함께 후지산이 보이는 서로가 끈끈하게 연결된 한적한 시골마을과 대조적으로 주변에는 전혀 관심조차 두지 않는 도쿄를 상반되는 배경으로 하고 있다. 복잡한 도쿄에서는 한적한 시골을 꿈꾸고, 한적한 시골마을에 정착해서는 복잡한 도쿄를 그리워하는 모순적인 감정을 함께하는 사람에 대한 감정으로 위화감없이 접목시킨다.

유일하게 의지하던 할아버지를 여의고 사랑의 감정은 없지만 묵묵히 자신을 도와주고 있던 가이토를 밀어내지 못하고 같이 살게되는 희나, 하지만 희나는 갑자기 찾아온 사랑일지도 모르는 미야자와를 향한 마음을 접지못하고 가이토를 뒤로한다. 하지만 진실한 사랑이 아님을 알게되고 결국엔 가이토에게 돌아온다.

"가장 편안하고 익숙한 낯익은 사랑이란 그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인내와 노력, 희생이 동반되면서도 폄하되는 숙명이 있는 것 같다." (p.335)

히나를 사랑하면서 멀어져가는 히나를 잡지못하고, 그녀를 잊기 위해 자유로운 이혼녀 하타나카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가이토. 가이토는 본인 스스로를 오지랍이 넓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정에 끌려다니는 성격 덕분에 상관없는 책임감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그 손금을 따라 유성 펜으로 덧그린다. 세 개의 선을 단번에 하나의 선으로 이어가자 M이라는 알파벳 모양이 되었다."

"옛날 사람들은 별과 별을 이렇게 이어서 별자리 형태로 방향을 알아냈대. 이건 유키의 별자리야. 유키 손바닥에 이게 있으니까, 앞으로 유키는 절대 길을 헤미지 않아." (벼러질까바 두려워하는 하타나카의 아들 유키에게 가이토가 전하는 말 p.281)

자유로운 사랑을 꿈꾸며, 아내의 집착으로 부터 벗어나고자 히나를 선택한 미야자와. 책을 읽으면서 제일 이해가 되지 않았던 인물이다. 히토미를 벗어나 히나에게 다가가고 또다시 히나를 벗어나고자 하는 모습이 무작정 책임을 회피하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여기 밖에 있을 장소가 이제 내게는...' 그날, 희나에게 말한 '여기'는 히나의 고향도 도쿄도 아니다. 내가 있을 곳은 내 마음속뿐인 것이다." (p.235)

무책임한 사랑으로 여기저기 떠돌면서 죄의식없는 부적절한 만남을 이어가는 새로운 요양보호사 하나타카, 모성을 부정하면서도 아이에 대한 책임을 놓지 않고, 정에 끌려다니는 성격 때문에 이혼녀인 자신과 장애가 있는 아이를 책임지려는 가이토를 밀어내는 것을 보면 완벽하게 무책임한 사랑도 완벽한 책임을 갖는 사랑도 없는 것 같다.

보통의 연애, 사랑과는 다른 방향의 전개가 당황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던 소설이다. 아마도 우리네의 연애감정과 다르게 조금은 자유로운 일본의 연애감정을 다룬 소설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이지 싶다. 정형화된 연애, 사랑의 감정이 아닌 다소 어긋나 있는 감정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서로를 이해하는 것으로 회귀하는 보통의 연애, 사랑의 감정을 잔잔히 이야기 하고 있는 감성적인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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