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여름의 끝 무렵 이었다.  추운 지하철 안에서 찡해지는 코끝을, 고이는 눈물을 참느라 애썼던 기억이 난다. 나는 그 때 하필이면 로자 아줌마가 가끔씩 정신을 잃기 시작한 부분을 읽고 있었던 것이다.  

집에 돌아와 새벽 - 침대에 앉아 책을 다 읽어갈 즈음엔 몇 번이나 책을 덮었다 폈는지 모른다. 내 마음을 다 주어 모모의 이야기를 들었고, 서평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몇 번이나 시작했지만 - 나는 몇 줄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어야 했다. 책을 읽는 동안에도 그러했지만, 글로 정리하려니 더욱 더 우리 할머니가 떠올랐던 것이다. 그리고 결코 모모처럼 철들지 못했던 나의 모습도.  

열네 살 모모처럼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그 사랑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았다면 - 생이란 것이 어떠한 것인지를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 이 책을 읽는 것이 훨씬 쉬웠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전혀 그러하지 못했고 - 그것은 무엇보다 큰 후회와 자책으로 남아 서평 하나도 쓰기 어렵게 되어 버렸다.  

내가 이 소설을 '2009 나의 최고의 책 TOP 5' 안에 꼽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그것 - '공감'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라 한다면, 좋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는 두 번째 이유는 모모가 말하고자 하는 것 - '사랑' 때문이다. 남녀간의 사랑이 아닌, 모두에게 있어야 할 그 마음 - 그래서 더 어려운 그 사랑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냥 덤덤하고 사실적으로 써 내려갔음에도 모모의 감정이 다 전해지는 작가의 그 능력 - 그것이 놀랍다. 이러한 세 가지가 글재주 없는 나를 이렇게라도 표현토록 하고 있다.  

우리는 다 자기 앞의 생을 살아간다. 누군가 에게는 힘겨운 인생, 다른 이에게는 너무도 가벼운 인생. 어떤 크기와 무게의 생을 살든 - 모모의 말은 진리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반드시 알고 따라야만 하는 진리.   

"사랑해야 한다."    

사실 이 책은 서평보다는 몇몇 문구를 소개하는 편이 더 적절한 부류의 소설이라 생각하기에, 그의 문구를 적으며 마무리 한다.  

   
  "할아버지,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어요?"
"그렇단다."
할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녀에게 덜 먹으려면 살을 빼는 수밖에 없다고 아주 솔직하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세상에 혼자뿐인 노친네에게 그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아줌마에겐 아무도 없는 만큼 자기 살이라도 붙어 있어야 했다. 주변에 사랑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사람들은 뚱보가 된다.

"하밀 할아버지, 하밀 할아버지!"
내가 이렇게 할아버지를 부른 것은 그를 사랑하고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직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 그런 이름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하밀 할아버지가 이제는 뒤도 못 가리는 쓸모 없는 인간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노인들은 겉으로는 보잘것없이 초라해 보여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가치가 있다. 그들도 여러분이나 나와 똑같이 느끼는데 자신들이 더 이상 돈벌이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보다 더 민감하게 고통 받는다. 그런데 자연은 노인들을 공격한다. 자연은 야비한 악당이라서 그들을 야금야금 파먹어간다. 우리 인간들에게 그것이 더 가혹하게 느껴지는 것은 노인을 안락사 시킬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이 그들을 천천히 목 조르고 결국엔 머리에서 눈알이 튀어나오게 될 때까지 내버려두어야 한다.

"내가? 내가 너한테 거짓말을 했다구?"
"열네 살인데, 왜 열 살이라고 하셨냐구요."
믿기 어렵겠지만, 정말로 그녀는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네가 내 곁을 떠날 까봐 겁이 났단다, 모모야. 그래서 네 나이를 좀 줄였어. 너는 언제나 내 귀여운 아이였단다. 다른 애는 그렇게 사랑해본 적이 없었어. 그런데 네 나이를 세어보니 겁이 났어. 네가 너무 빨리 큰 애가 되는 게 싫었던 거야. 미안하구나."
나는 덥석 그녀를 끌어안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는 무척 아름다웠던 것 같다. 아름답다는 것은 우리가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사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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