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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에 만나요
용윤선 지음 / 달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용윤선 작가의 두 번째 책인 
13월에 만나요는 그녀가 다녀 갔던 장소들을 소제목으로 각각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언젠가는 제주, 속초, 진주 등 우리나라의 각 지방에 그녀가 머물렀을 때의 순간들, 또 언젠가는 한강, 남산, 장안평 등 서울의 어딘가이기도 하며, 텐진, 낭트 등의 해외가 등장하기도 한다. 

40대의 작가는 누군가의 아내이고, 어머니지만 누구보다 홀로이고 싶어한다. 그녀가 쓴 짧은 이야기들을 하나 하나 읽어가다보면 그녀가 정말 혼자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시간이 불명확한 채 하나씩 놓여 있는 이야기와 함께 하며 그녀의 삶이 더욱 궁금해진다. 


"손가락을 부딪치며 걸을 수 있을 때까지 네 번의 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기댐 | 한강] 중에서 -


언제였는 지 알지 못할 그녀의 사랑 이야기. 책 곳곳에 등장하는 여러 사람들은 성별을 알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사랑이란 감정은 포괄적이어서 성별을 초월하고,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닌 인간애로써 상대를 사랑할 수도 있다.
책을 읽으며 '이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가 궁금해지기도 하고, 또 내가 너무 감정을 나누어서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돌아보기도 했다. 
누군가의 아내라면 억눌러야 하는 감정이고, 과거의 이야기도 지금 옆에 있는 그 사람이 보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박혀있었나보다. 사실은 한 여자이고, 모든 감정에 요동칠 수 있는 한 인간임이 먼저인데 말이다. 
엄마에게 빌려주고 싶은 책이다.


"이별이란 서로를 위한 일이다."
- [서로를 위한 이별 | 군산] 중에서 -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작가의 정서는 허무함, 고독, 쓸쓸함이다. 아무 얘기도 하고싶지 않으며 관계를 형성할 의지가 없고 모든 것과 이별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러나 동시에 작가는 글을 통해 그녀 옆의 사람들이 얼마나 아름다우며 그들과의 시간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보여준다. 

불교적 가치관을 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처럼 작가는 그녀의 삶에 미련이 없어 보인다. 잡고 있던 것을 붙잡지 않고 놓아준다. 과거에 잘 하던 것이 어려워졌다면, 지금은 놓아줄 때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아파야 할 것 같다.'의 인쇄가 우연히 흐리다. 여기저기 희미하고 명확하지 않다. 종이와 잉크 모두 아픔을 간직한 것 같았다.



"아멜리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사랑? 아…… 지금부터 행복해지겠습니다."
- [지금부터 행복해지겠습니다 | 낭트] 중에서 - 


용윤선 작가가 이 책에서 사용하는 단 하나의 한자가 있다. 그것은 生이다. 생을 말할 때는 꼭 生을 쓴다.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인생을 고민하면서도 집착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두는 삶은 生이라는 글자로 밖에 표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하기도, 공허해지기도, 깊은 바닷속에서 가라앉아 있는 나를 발견하는 기분이기도 했다. 生이라는 글자로.




"그런데 이토록 즐겁고 고마운 선물보다 더 감격스런 선물은 그곳에 함께 가주는 일이다."
- [만나지 말고 여행할 것 | 바람아래] 중에서 - 


누군가와 함께 있는 시간, 그리고 그와 함께이기에 달라지는 장소와 그 속의 행복함을 알기에 그녀는 오히려 고독을 더 즐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13월에 만나요』는 어딘가 푸른 숲 속, 아니면 수평선이 멀리 보이는 바닷가에서, 용윤선의 속 이야기를 바람이 소근소근 들려주는, 그런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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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얼굴 사랑의 얼굴
김얀 지음 / 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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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러니까 사랑은 언제부터 우리 곁에 왔던 것일까?



정말 이상한 일이다. 누군가는 그토록 원하는 사랑이 잘못이라는 것이. 
사랑은, 한 단어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이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에 상상력을 조금 보탰다, 라는 글을 보았다. 
이런 설명은 어느 쪽도 예측할 수 없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실화인지, 실화는 아주 일부분인지, 
사실은 다 실화인데 너무 깊숙해서 상상력을 보탰다는 방어막을 치는 건지,
사실은 거의 다 지어낸 이야긴데 내가 이런 사람이다, 포장하는 건지.

어렵다. 
어려운 이야기이다.

어느 쪽도 나는 아마 절대 알지 못하겠지만 이 글 속에 담긴 작가의 진심은 느껴진다.
사랑에 대한 진심.
ㄷ에 대한 진심과 애절함. 

한숨에 다 읽게 하는 김얀 작가만의 흡입력과 서술 능력 덕분에 책을 읽는 동안 내내 
표지에 있는 그림 속 파도에서 계속 일렁일렁, 또는 울렁울렁 흔들리게 하는 듯하다.


표현에 있어서 어느 하나의 거리낌도 없는 그녀가 나는 부럽다. 
무언가 쓸 때 그저 솔직하지만은 못한다. 항상.
그러나 그녀의 묘사는 먹을 묻힌 커다란 붓을 잡고 끝이 없는 종이에 마음가는대로 휘두르는 것 같다. 





휘몰아치는 감정 앞에서 사람은 언제나 무기력하다.
그 사람을 떠나야만 그 무기력함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극복은 정녕 불가능한 것일까.

사실 사랑이란 단 한가지 종류는 아닐 것이다.
다양한 방식이 있고, 다양한 깊이가 있고, 다양한 형태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얀 작가의 사랑의 얼굴을 우리는 마주할 수 있다. 언제라도.

그 얼굴에 우리가 휘둘리더라도,
물론 사랑은 아무 잘못도 없다.





책의 중간 중간에 있는 밑줄로 된 글이 좋았다.
과거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본문의 내용과 어우러지는 현재의 작가의 이야기.
현재라 조금 더 생동감있고, 글이 조금 더 단조롭지만 명확하다. 





그녀의 문체는 미끈하다. 계속해서 물살을 부드럽게 가르며 헤엄치는 문어처럼 끈적하고 유연하다.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어쩔 수 없이 깊은 바다 속으로 계속해서 가라앉았다, 수면 위로 떠올랐다를 반복하는 기분이다.

아, 나는 김얀이 너무 좋아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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