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끼라도 여기에서
한가람.박돼지 지음 / 달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먹는 것은 얼마나 소중한가? 
인간이 살아가기에 필요한 의, 식, 주. 
사실 나는 식, 주, 의 라고 생각한다. 
달에서 나를 위해 출간한 것만 같은 책. 
바로 상황별 식당 모음집!  『단 한끼라도 여기에서』다.





이 책은 일반적으로 맛집을 나열한 책이 아니라, 상황별로 식당을 모아 놓은 책이다. 
혼자 마음 편히 먹을만한 곳, 단 둘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곳, 셋 이상 여럿이서 시끌벅적하게 떠들 수 있는 곳 등으로 나뉘고, 
그 안에서 또 새벽에 출출할 때, 단 것이 미친듯이 땡길 때, 부모님과, 동네 친구와 등등 구체적인 상황에 맞는 맛집을 소개한다. 




식당 소개 전, <이소라의 FM음악도시>,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 등의 라디오 작가 한가람이 

각 주제에 맞게 쓴 에세이가 먼저 펼쳐진다. 
이 에세이 덕분에 이 책을 읽는 내내 라디오를 듣는 것 같았다. 
라디오에서 조곤조곤 흘러나오던 DJ의 목소리가 책을 타고 흐르는 듯하다. 
일반적인 맛집 소개 책과 달리, 그리고 달에서 나온 맛집 책답게 감성적이다. 






이어 박돼지의 맛집 추천이 등장한다. 
이 책에는 총 57곳이 소개되어 있다. 
맛집을 열심히 찾아다니는 내가 가본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는 것에 충격.
알고 있는 곳은 세 곳. 
그만큼 숨겨진 맛집을 소개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내가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왜 가본 곳이 없을까를 책을 읽으며 느꼈다. 
이 책에 소개된 대부분의 식당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가격대가 있다. 
아직 내가 가보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곳이 많았다. 
사실 개인적으로 비싸고 맛있는 곳은 맛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싸도 맛없는 음식이 세상에 널리긴 했지만,
비싸니까 맛있는 것은 사실 당연히 그래야하는 것 아닌가? 
진짜 맛집은, 같은 가격에 더 맛있는 곳이 REAL 맛집이다. 

직장인과 학생이 비싸다고 느끼는 정도는 물론 다르겠지만.
이 책에 몇십만 원짜리 음식만 소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만 원 이하도 많고, 대부분 2~3만원 대의 음식이다.  5만원, 10만원이 넘어가는 음식도 많다.

여기 '샌드박'은 내가 이사갈 집과 가까운 편이라서 곧 가볼 거다! 가격대도 가볼만 하다.  





한가람의 에세이와 박돼지의 소개 글은 다른 듯 닮았다. 
라디오 작가 특유의 감성과 따뜻함, 그리고 쓸쓸함이 녹아 있는 한가람의 글, 
박돼지의 글 또한 일반적으로 정보를 나열한 소개 글과는 다르다.
그 곳의 분위기까지 고스란히 소개하는 글이다. 
그래서 읽는 것이 즐거웠다. 기사를 읽는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지속되는 사진 때문에 새벽에 배가 고파서 괴로웠지만.




다시 한 번 언급하고 싶을 정도로 이 책의 구성이 좋다. 
한가람의 에세이는 그냥 일기와 같은 글이 아니라
이후의 맛집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에세이 속 주인공이 한 페이지 후에 그 식당에 걸어들어가는 것 같다. 
그래서 읽고 싶은 식당을 하나 하나 찾아서 펼쳐보아도 되지만, 일반적인 책처럼 순서대로 읽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사실 1년에 열 잔 겨우 마시는데요. 진짜 맛있는 커피집이 있어요.
맛을 잘 모르는 저도 맛을 느낄 만큼 정말 맛있는 커피집인데……
그 집 커피만 1년에 열 잔 마십니다."

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을 때
그의 왼쪽 귓불이 생각보다 통통하단 생각을 했다.
오른쪽만 들어가는 보조개는 웃긴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눈동자가 커피색 같다는 생각을 했다.
뜨거운 아메리카노.

그리고 그를 만난 지
2시간하고도 37분이 지난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던 한마디.
'당신이 마시는 커피 열 잔.
전부 나와 마셨으면 좋겠어요.'

손으로 막아 다행이지.
하마터면 맹랑한 여자가 될 뻔했어.
- '둘이서' 중에서




소개글 상단에는 어떤 상황에 추천 하는지가 나와 있다. 
'네가 좋아. 오늘 둘이서만 술 한잔 어때?'
'동네 친구와 간단하게, 무엇이든.'
등등.
꼭 이런 상황에 가봐야지, 하게 된다.
 




수많은 맛집 중 제일 먼저 가 봐야겠다고 생각한 곳은 <신춘 후라이>.
아주아주 간단한 이유인데 가장 저렴하고,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거의 유일하게 현재 우리 집과 가까운 구의에 있는 이 떡볶이집은 
그저 저렴해서가 아니라, 떡볶이와 맥주를 함께 파는 가게이기 때문이다!
맥주를 파는 떡볶이집인데도 떡볶이가 4,000원. 
보통 호프집에서 떡볶이가 18,000원 가량하기에, 
이런 곳은 정말이지 내가 찾던 곳이다. 
빠른 시일 내에 떠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새빨간 떡볶이, 그리고 오징어 튀김과 새우 튀김.
게다가 다국적 맥주 상비라니.
저렴한 가게에서 왕창 먹고 결국 돈은 많이 쓸 지도 모르겠지만,
같은 가격에 많이 먹어야 잘 먹은 거지. 
움핫핫.





이름도 정감가는 신춘 떡볶이. 
모든 가게의 소개글에는 이렇게 특이사항, 가격, 가게 정보까지 상세히 기입되어 있다.
굳이 따로 검색해볼 필요 없이, 알짜배기 정보가 가득. 




이름도 정감가는 신춘 떡볶이. 
모든 가게의 소개글에는 이렇게 특이사항, 가격, 가게 정보까지 상세히 기입되어 있다.
굳이 따로 검색해볼 필요 없이, 알짜배기 정보가 가득. 




밥집 뿐만 아니라 까페, 빵집까지 먹는 곳이라면 다양하고
한식, 일식, 중식, 양식, 동남아식 등 대부분의 가게가 소개된다. 
이 정도면 거의 모든 상황을 다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년의 목표는 금전적 독립에 성공하고,
이 책에 소개된 모든 곳을 방문하는 것이다. 
분명 나는 지칠 것이고, 먹는 게 위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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