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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식스 (DAY6) 노래 / JYP 엔터테인먼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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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노란색 박스 원필이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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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나이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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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이란 단어는 참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별것도 아닌 일을 크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 크고 어려운 일을 작고 사소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죠. 태어날 때부터 평생을 같이 살아온 부모님도 가족이라 부르고, 20년을 넘게 남으로 살아오던 사람과도 어느 순간 가족이 되곤 합니다. 반대로 몇 십 년을 같이 살아온 가족과 한순간에 남이 되기도 하죠. 요시모토 바나나의 서커스 나이트는 이런 가족 간의 따뜻한 감정을 이야기하면서도 삶과 죽음에 관해 담담히 이야기합니다.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시부모님 집의 2층에서 어린 딸 미치루와 살고 있는 주인공 사야카 씨는 물건의 기억을 읽는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화롭게 살아가던 사야카 씨는 어느 날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됩니다. 댁의 마당에 소중한 무언가가 묻혀있으니 조금만 파내고 괜찮겠냐는…. 편지의 발송인은 끔찍했던 과거를 떠오르게 하는 자신의 옛 남자친구 이치로입니다. 자신의 과거를 기억해가며 히비스커스 나무 아래에는 작은 사람 뼛조각이 묻혀있습니다. 그 작은 뼛조각을 이치로에게 넘겨주기 위해 사야카 씨는 자신의 옛 애인을 만나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와 마주해야 합니다.
 판타지 요소가 가미되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잔뜩 풍길 거 같은 줄거리지만 책장을 펼쳐보면 생각보다 이야기는 잔잔합니다. 잔인한 추리소설도 스펙타클한 판타지 소설도 아닌 일본 특유의 잔잔한 감동을 주축으로 한 치유 소설이죠. 자극적이고 빠른 스토리를 많이 접해보신 분들이라면 선뜻 책장이 넘어가지 않을듯합니다만, 반대로 자극적인 이야기에 익숙했던 만큼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서커스 나이트는 죽음이라는 단어를 슬프게 꾸미지도 아름답게 포장하지도 않고 그 단어 그 자체로 천천히 다가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의 독백만큼이나 잔잔하게 말이죠.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그리고 죽은 다음에도 달은 언제나 저기 있다.

 사야카 씨의 남편이자 미치루의 아버지인 사토루 씨의 죽음은 소설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계속해서 다뤄지지만 극적인 반전을 이야기하지도 가슴 아픈 슬픔을 이야기하지도 않습니다. 언제나 달은 저기 있듯이, 태어났다면 언젠간 다시 돌아가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주인공들 사이에서 하나의 추억으로 자리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사야카 씨도, 사야카 씨의 시부모님들도 사토루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슬퍼하지만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슬퍼하지만은 않습니다.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지만 필사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담담하게, 또 살아있는 사람을 위해. 누군가의 죽음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이 담담함이 더 슬프게 다가오지 않을까, 그리고 더욱더 현실적이라 씁쓸하게 느껴질 거 같단 생각을 했습니다. 



인간의 슬픔은 치유되지 않는다. 거듭 쌓여 갈 뿐.
죽을 무렵에는 큼지막한 경단이 되어 있다.
나는 다르다고 생각지 마. 
주위 탓으로 돌리는 게 가장 나쁘지만, 나만은 괜찮을 거라는 생각도 틀린 거야.


 이치로의 신사에 찾아오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보며 딸 미치루가 이렇게 말합니다. '난 아직 모르겠어. 아는데 왜 실수를 하는지.' 사람이 살아온 환경은 누구나 다르고 그에 따른 슬픔이 있다는 걸 말해주는 사야카 씨의 말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그들과 나는 다르다고 생각지 마, 나만은 괜찮다는 생각도 나빠. 딸 미치루의 천진난만한 물음에 답하는 사야카 씨의 답변들이 하나같이 너무 소중하고 예뻐서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자연 속에 사는 무수한 생물에게 있는 가능성이란 게 그렇지.
싫어도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이제는 끝이다 싶은 경우도 많지만,
끈질기게 버티다 보면 시간이 알아서 흘러가 숨통이 트이는 곳으로 나와 있곤 하잖니.
그래도 안될 때는 주저앉는 수밖에 없겠지만.

사토루도 그랬지만,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것을 보고,
그렇게 깊이를 더해 가다가 갑자기 죽으면 다 없어진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딘가에는 반드시 남아서 살아 있는 것들에게 계속해서 영향을 미쳐.
그러니 무서워할 게 뭐가 있겠니.


 갑자기 죽으면 다 없어진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살아 있는 것들에게 계속해서 영향을 미쳐. 이 말이 참 좋은 거 같아요. 태어나서 살아가고 그렇게 사그라들고, 그럼에도 우리는 어딘가에서, 나를 기억하는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미칠 거라고. 아직 죽음을 알지 못하는 나이이지만, 그래서 죽음의 무서움을 아직 실감하지 못하지만 나의 삶이 한없이 헛되게 사라지지만은 않을 거라 믿어요.



자기가 일찍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이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워 견딜 수가 없다고,
나뭇잎도 꽃도 닭과 병아리도 오리도 강아지도 아침에 마시는 오렌지 주스도 
전부 아름답게 보인다고 했어.

할수도 있잖아, 앞으로.
앞으로. 란 얼마나 좋은 말인지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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