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조 앤 새디 vol.2 - 탐나는 주부 마조의 영근영근한 생활툰 마조 앤 새디 2
정철연 글 그림 사진 / 예담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웹툰 만화책은 일단 겉이 참 화려하다. (다른 표현으로는 예쁘다, 알록달록하다, 아기자기하다)

그리고 두께는 두꺼운 편이고(아닌 것도 있음) 종이 질도 좋고(그리고 질기다) 돈도 비싸다(거의 만원 이상).

평소 만화를 즐겨보는 나는 이러한 웹툰 만화책의 성격 중에서도... 오로지 마지막 특성으로 인해... 웹툰 만화책은 서점에서 겉으로만 즐기는 편이다.

그냥 이리저리 어떤 만화가 있나 훑는 정도. 왜냐하면.

만화책 한 권에 만원 이상을 쓰기가 왠지 낯설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지금까지 꾸준히(그래봤자 이제 2권째...) 신간이 나올 때 마다 사는 웹툰 만화책이 있었으니, 바로 <마조 앤 새디>다.

작가가 <마린블루스>를 인터넷에 연재할 때 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나는 '팬'으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작가 정철연의 만화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생활의 흔적이 있어서 참 공감되고 재밌다. 평소 만화를 즐겨 읽지 않는 독자라 해도 끌어들일 것 같은 흡입력이 있다.

요즘의 생활 트렌드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남자 주부만화가'라는 주제를 잃지 않기에 누구나 정겹게(?) 다가가게 하는 만화다. 작가 특유의 개그 센스도 그림을 통해 유감없이 발한다. 정말이지 탐나는 주부요, 탐나는 만화다.

 

게다가 만화에 나오는 주연은 주부 만화가 본인인 마조와 그의 아내 새디.

이 부부의 알콩달콩한 결혼생활 이야기가 중심이다보니 결혼한 독자에게는 재밌게 사는 이들을 보며 점검의 기회를, 결혼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결혼생활의 기대를 가져다준다. 물론 부부라도 다른 점이 많고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 자주 놓이지만, 그것을 이해하는 과정 또한 배려와 사랑의 증거라고 생각하면 이들 부부의 모습은 좋은 본보기가 된다.

 

2권에서 벌어지는 큰 사건이라고 하면 역시 직장인이었던 새디가 사장님이 된 것이라 할까.

10년동안 다니던 회사에서 디자인실이 없어지면서 퇴사하게된 새디는 이제까지 갈고 닦아온 사업 기술을 바탕으로 직접 캐릭터 사업체를 운영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마조웍스'다.

현재 <마조 앤 새디>의 캐릭터 상품을 출발로, 지속적인 캐릭터 사업 전개를 할 예정이다.

주부 마조의 활약상과 함께, 당찬 여사장으로 오늘도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을 새디 사장님의 활약도 기대된다.

 

매 페이지가 알록달록하여 눈이 즐겁다.

하지만 이 웹툰은 눈만 즐겁게 하는 것이 자랑이 아니다.

우리가 생활하면서 느꼈던 삶의 애환... 사회적인 문제가 집안을 침투하고 들어올 때, 가장 걱정되는 것이 가정의 위기다.

아무리 세상사가 뒤틀리게 돌아가도, 나의 가정만은 안전하기를 바라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우리의 마음을 신랄한 개그와 표현으로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 <마조 앤 새디>다.

 

"맞아, 그랬었지."

"오, 이런 방법도 있었네~?"

"응, 그렇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을까?"

 

내 나이가 결혼나이가 되다보니 일찍이 배우자를 잘 만나 결혼하는 이들이 주변에 많다. 신혼인 지인이나 곧 결혼할 예비 부부에게 이 만화책을 선물해주었다.

그들에게 들은 소감은 거의 한결같다. '공감된다.'는 것.

그러면서 '나만 이렇게 힘들게 사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곧 있을 결혼생활이 두려운 이들은 이 만화를 접하고는 "우리도 이렇게 재밌게 살고 싶다."며 되려 앞날을 기대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것만으로 이 만화는 사회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이 만화를 '결혼 권장 만화'로 상을 줘야하지 않겠냐고 다들 이야기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주변의 생활정보도 얻고, 평범하지 않는 남자 주부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도 엿보고, 부부의 재미난 살림살이도 배우고...

그래서 이 만화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모 인터넷 서점에서 '만화 순위를 정해주세요'라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이벤트 실시 배경인즉, 정말 유용하고 멋지고 공감되는 좋은 만화들이 많이 나오는데 독자들의 관심이 적어 안타깝다는 것.

그래서 이벤트를 통해 좋은 만화들을 적극 홍보하고 싶다는 취지다.

좋은 취지인 것 같아 나도 참여했다. 그런데 후보에 올라온 것 같은 만화책이 대부분 웹툰 쪽 만화들이라 약간 아쉬웠다.

한편으로는 웹툰 쪽을 많이 접하지 못한 나에게 좋은 웹툰을 소개받는 기회도 되었다.

 

 

나는 어린 시절 만화를 보며 자랐고, 지금도 괜찮은 만화는 돈을 내서 사보고 있다. 만화시장이 많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만화 작가들도 포기하지 않고 살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만화지면에서 웹으로의 전향도 그 노력 중 하나다.

그렇기에 알고 있다. 만화 또한 처절한 노력과 애환이 어린 예술의 일부라는 사실을. 결코 쉽다 하여 무시해선 안되는 장르임을. 진정한 학자이고 집단을 선도하는 지도자라면 어느 한 쪽에만 치우친 판단을 해서는 안된다. 나는 소위 한 회사의 CEO라는 사람이 수준이 낮다는 식으로 만화를 폄하한 글을 보고 씁쓸한 마음을 품은 적이 있다. 그 또한 어린 시절에는 만화를 즐기고 자란 사람이었고, 나이가 들어 세상 속에 찌들어 살다가 문득 지난 시절의 만화를 보니 싸구려같았다고, 사람이 책을 읽다 보면 의식 수준도 높아지게 되니 만화가 아닌 책을 읽으라고 했다.

물론 내용 없는 만화만 계속 읽는 다면 좋은 책 한 권 읽는 것 보다 못할 것이다. 이는 나도 경험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좋은 지식과 앎을 선사하는 만화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왜 만화가 장르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책의 위신을 높여주는데 쓰이는 '수준 낮은 장르'로 불려야 하는지, 나는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다. 만화는 만화의, 책은 책의 장단점이 있다. 제발 이 시대를 이끄는 소위 엘리트들이여, 깊이 탐구하지 않은 채 마음대로 어떤 사물이나 매체에 대해 말하지 말길 바란다. 그리고 만화를 폄하한 그 사장 또한, 그 시절에는 그가 그 만화를 통해 감동받은 것이 있지 않았냐고, 그 때문에 메마른 마음에 감정의 폭을 더할 수 있지 않았었냐고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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