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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개 ㅣ 미래의 고전 60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20년 3월
평점 :
길 위의 개
미래의 고전 시리즈60
강숙인 지음
푸른책들 출판
반려견.
책을 읽고 이틀 정도 오랜 시간이 지난
나의 어린 시절 내면 깊숙이 묻어 두었던 기억이 떠올라 슬픔과 위로를 오갔다.
어른이 된 지도 너무나 긴 시간이 지났는데 여전히 소중하지만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는
내 반
려견의 자리가 그리도 컸음을 다시 느끼게 했던 책.
어릴 적 반려견을 키워 본 부모이거나 지금 애틋하게 키우는 아이들이라면
한 글자 한 글자 너무나 공감될 책이다.
‘길 위의 개’의 6가지 이야기는 내 이야기들을 전부 얽혀 놓은 이야기들이다.
승효의 동생이던 똘망이가 세상을 떠나고 엄마가 새로 데려온 무지개.
다른 강아지는 두 번 다시 없다며 똘망이에 대한 미안함에 새 강아지에게 마음을
내주지 않는 승효.
늦은 밤, 모두가 잠든 가족 중 유일하게 안자고 아빠를 기다려 주던 똘이.
개장수에게 팔려나갈 위기의 친구 집 잡종 개 멍이.
예나와 할머니의 어색해진 사이를 한방에 풀어준 길고양이 가족.
소미의 사랑을 받지 못한 셋째 새끼 고양이 삼점이.
가장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담은 ‘길 위의 개’ 보배.
유기견이다가 할머니와 인연을 맺고 이사 때문에 한번 더 버림을 받는다.
보배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던 할머니와 그 헤어짐 속에서
할머니의 눈물은 내 어릴 적 그 아픔을 다시 꺼내버려
아이 옆에서 눈물을 주룩주룩 쏟아냈다.
9살, 6살 아들 둘은 늘 강아지와 고양이 노래를 한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단칼에 거절하는 엄마,
승효처럼 어릴 적 혼자 있어야 했던 시간이 많았던 나에게 강아지들은
나를 지켜주는 든든한 내 그림자 같았던 존재이다.
커다란 마당이 있던 집에 어린 나는 그 덕에 늦은 시간까지 전혀 두렵지 않았다.
이 책을 통해 아이에게 솔직한 고백을 털어놓았다.
평생을 의지하던 강아지와 이사 때문에 억지로 헤어지면서
그 고통에서 벗어나는데 너무나 큰 아픔을 감당했어야 했던 어린 엄마.
지인분께서 엄마의 강아지와 그 아들을 끝까지 예쁘게 키우셨지만
만날 때마다 우울감에 힘들까 봐 단 한번도 찾지 않았던 기억.
개에게 물린 상처들이 몸 구석구석 많은 나름 개 박사였던 엄마의 어린 시절,
강제적으로 헤어질 수밖에 없던 아픔 뒤로
어느 강아지에게도 눈길을 준 적이 없는
엄마가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을.
읽는 내내 얼마나 눈물이 났는지 모른다.
내가 9살이 된 아들만 할 때 여행에서 돌아왔더니 어느새 빈집에서 쫄쫄 굶으며
새끼 5마리를 낳고 기운 없던 내 친구가 아직도 가끔 생각이 난다.
가족 모두가 너무 놀라고 미안해 고기 듬뿍 넣은 미역국을 급히 끓이고
우유를 잔뜩 밥그릇에 부어줬을 때 허겁지겁 먹던 우리 자크.
아직도 그 미안함이 종종 떠오르곤 한다.
반려동물, 사람의 이기심으로 소유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생명으로
버려지는 유기견이 없이 살아가길 바라며
언젠가는 마당 넓은 집에서 다시 한번 강아지를 키워보는 꿈을 가져보며
‘길 위에 개’에 대한 무거운 마음을 잠시 덮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