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혁명 (증보판) -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끄는 혁신적 패러다임
돈 탭스콧.알렉스 탭스콧 지음, 박지훈 옮김, 박성준 감수 / 을유문화사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7년 말부터 작년 초까지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화폐가 광풍처럼 우리나라를 휩쓸며 지나갔었다. 주위에서 비트코인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누구라도 더 늦기 전에 그 대열에 동참해야하나 생각했을 것이다. 자산 증식의 거의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기회를 혼자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투자를 고민했을만큼 그 기세가 대단했다, 전국적으로 블록체인 신드롬처럼 번져서, 일확천금을 꿈꾸며 전재산을 암호화폐에 베팅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분위기가 과열되자, 법무부를 앞세운 국가가 나서서 거래소 폐쇄며, 거래 계좌 실명제 등을 내세워 그 열풍을 잠재우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작년 초까지 이어진 비트코인 과열 소동은 진정되었으나  결국 그것이 가치가 있는 것인지, 효용이 있는, 혹은 실체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쟁거리다. 아마도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는 그래도 부정적인 평가를 더 많이 받고 있는듯 하나, 블록체인 기술 그 자체에 대해서는 그 혁신성과 익히 알려진 기능들에 대해서 폄하하는 이는 드물다. 다만 과연 우리 세상을 통째로 바꿀 만큼의 혁신적인 기술인지, 혹은 잠시 나타났다 사라질 지나가는 유행의 기술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정보 기술 연구 회사인 가트너가 발표해서 유명해진 것으로 하이프사이클(Hype Cycle)이란 개념이 있다. 기술의 수명주기를 성숙도와 시장의 기대에 따라 나누어 표현한 그래프이다. 일반적인 반원 형태의 PLC 그래프 모습과는 달리 하이프사이클은 처음 기술이 도입되었을 때 급속히 올라갔다가 곧 그 버블이 꺼지면서 다시 급전직하하는 단계가 있다. 이 단계까지 잘 넘겨서 살아남으면 그 후에는 완만히 성장하며 시장의 기대치대로 기술발전과 시장에서의 수용이 이루어져 안정적인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 이를 블록체인에 적용한다면 아마도 블록체인은 현재 그 급전직하하는 단계(이를 하이프사이클에서는 '환멸의 계곡' 이라 부른다)를 지나며 바닥을 다지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눈먼돈처럼 몰려들었던 자본의 상당수가 빠져나가고 많은 거품이 사라져서 대중의 관심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지만 여전히 블록체인 기술이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거라 믿는 많은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실험하고 적용하며 그 가능성을 타진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렇게 바닥을 다지는 단계를 꾸준히 하며 실현 가능한 사례들을 발굴하여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구현되면 그때는 어느새 대세기술로 자리잡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돈탭스콧, 알렉스 탭스콧의 공동저서인 '블록체인 혁명'은 그 가능성으로서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어느정도 이루어진 연구 조사 결과와 함께 무한한 신뢰를 보여준다. 과거 인터넷이 정보시대를 이끈 주역이었고, 인터넷이 전 세계에 미친 파급력은 지금은 인터넷이 없는 삶을 상상하기 힘들만큼 대단한 영향력을 미쳤던 것처럼, 블록체인 역시 꼭 그러하리라 믿는다. 아니 인터넷이 끼친 것 이상의 파워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두 저자의 책은 600여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인데 많은 부분을 블록체인을 통해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분야와 그 사례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할애했다. 금융서비스, 기업의 아키텍처 구성,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 사물인터넷, 경제적 편입, 정부와 민주주의, 창의적 산업 등으로 요약된다. 각 분야마다 이론과 현실에서의 사례가 저자의 오랜 연구결과를 토대로 작성된 것이어서 그런지 상당히 구체적이고 현실감있다. 
가령 블록체인을 통한 송금 및 결제는 이미 많이 진전된 영역이기는 하나, 적절한 예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책에서는 블록체인의 여러 가지 특성 중에 몇가지를 조합해서 마치 이러저런 블록체인만의 기능으로 송금에 적합하다는 방식으로 설명을 풀어나가지 않는다. 그보다는 현재 송금을 하기 위해 어떤 문제가 있고 (가령 국외 송금을 하는데 어떤 절차와 비용 그 이해관계자들 간의 헤게모니가 얼마나 복잡다단한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의 특성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기에 적합한지 이해시키고 설득시킨다. 
물론 책에서도 여려번 언급하지만, 블록체인이 만능키는 아닌 것이 여전히 풀어야할 난제들이 남아있고 이 단계까지 이르려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 후여야만 가능할 것이다. 스마트컨트랙트의 경우 계약이 이행되면 자동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컨셉으로 블록체인 플랫폼의 기저를 이루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긴 하나 계약 조건이 만족되었는지 아닌지의 여부는 디지털처럼 0 or 1이 아닌, 아날로그와 같은 수많은 눈금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의 이행인지를 판단하고 그 결정을 내려야 하기에, 최대한 중개인을 배제하고자 하는 블록체인의 기본 철학이 완벽하게 구현된다고 보기에는 여전히 찜찜한 구석이 있을 것 같다. 

2년 전 첫 책이 나오고 증보판으로 나온 책인데, 증보판을 위한 서문만 백여쪽에 이를 정도로 후속 연구와 업데이트에 충실한 책이다. 각 분야별로 설명은 거의 사회과학서적을 연상시킬만큼 기술 용어 외에도 사회적, 문화적, 철학적 고찰을 담고 있는 훌륭한 책이다. 블알못이 바로 읽고 이해하기에는 약간 난이도가 있을 것 같지만, 어느정도 블록체인을 접한 독자들에게는 만족스러운 심화서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