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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아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72
로이스 로리 지음, 조영학 옮김 / 비룡소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저번에 미션으로 받았던 메신저 라는 책에 이어서 또 로이스 로리 작가의 시리즈를 읽게 되었다. 

이 시리즈는 기억 전달자, 파랑 채집가, 메신저에 이어 태양의 아들로 끝이 난다고 한다.

나는 이 네권중 세권을 다 읽은 셈이 된다. 그런데 이 세 권을 읽었을 때 신기했던 점은 꼭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이야기의 어귀가 잘 맞아떨어지고

이해가 가능하다는 것이였다. 조나스의 탈출기, 산속을 뚫고 간 멧티가 떠오르면서

작가 로이스 로리가 이 기나긴 이야기의 끝을 어떻게 맺을지 너무나도 궁금해졌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클레어와 가브리엘이었다. 가브리엘은 애칭으로 게이브로 불리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했지만 분명히 기억전달자의 조나스가 새로운 마을로 데리고 온

동생이자 아기였다. 그리고 클레어는 게이브의 엄마였다.

클레어는 조나스와 같은 사회에 살고 있었다. 사회에 일어나는 모든 현상, 모든 일, 모든 교육을 다 통제 관리하던 그곳에서 클레어는 출산모라는 직업을 배정받았다.

보통 그러하듯이 직업 배정은 열두살 때 이루어진다. 그렇게 생각하면 끔찍하지 않은가. 열두살 때 그녀는 인공적으로 태아를 생성시켜야 했고 아이를 낳는 고통을 겪어야 했던 것이다.

정말 잔혹한 사회가 아닐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아기를 낳다가 문제가 생겨서 다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그녀는 마치 쓰레기 처분하듯이 어류 부화장에 가서 일을 하라며

보내졌다. 출산동에서 감정을 없애는 환약 복용을 그만 두었던 클레어는 다른 사회구성인원과 다르게 감정을 가질 수 있었는데 모정과 아이에 대한 애틋함이라는 소중한

감정을 느낀 후에는 환약을 다시는 복용하고 싶지 않았다. 남들 눈을 피해서라도 복용을 안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고 했고 마음속으로 자신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낳은 아이일

그 신생아에 대한 마음을 키워갔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사회 규율인 거짓말 금지 규율을 어기고 양육센터에 가서 봉사가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바로 자신의 아기인 36호를 보기 위해서이다. 봉사를 핑계로 그녀는 아이와 장난도 치고 울음을 그치도록 달래도 보고 품에 안아도 보았다.

하루하루가 지날 수록 클레어는 아기가 없으면 미칠것 같았고 하루종일 아기 생각만 났다. 공동체 위원회에서는 성장이 더딘 그 아이가 문제가 있다며 아이를 죽이기로 결심을 하는데

자신의 의사를 밝힐수도 그 아이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도 없는 클레어는 절망했고 조나스가 아이를 데리고 도망쳤다는 소식을 듣자 아이가 살수도 있다는 희망에 강가에 있는 배에 올라탔다. 폭풍우 치는 순간에 배는 클레어를 집어삼켰고 그녀를 바다로 데려간 강은 그녀에게서 모든 것을 뺏었다. 기억마저 모두 없어진 클레어는 그 마을에서 인정 많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았지만 그녀에게 기억은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어느 새 그녀는 소녀에서 여성이 되어있었고 오로지 아들을 찾겠다는 의지로 그녀는 절벽을 오르기로 결심한다.

그곳에 사는 사람중 단 한명도 그 일을 해낸 사람은 없었고 아이나르만이 절벽을 올라본적이 있는데 정체모를 악마에게 두 다리가 잘려 떨어지고 말았다. 아이나르는 그 후로 말수가 적어지고 홀로 양을 돌보며 살았다. 클레어는 그에게 절벽을 오르고 싶다고 말하고 그는 고민끝에 클레어의 의지를 보고 도와준다. 눈을 감고 모래주머니를 여러개나 달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거나 한손으로 푸쉬업을 수백개씩하는등 뼈를 깎는 훈련을 오년 이라는 긴 시간동안 견뎌낸 클레어는 드디어 절벽에 오르게 되었다. 오년이라는 아이나르 와의 훈련을 거치면서 클레어는 사실 아이나르를 향한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겼다. 그것은 아이나르에게도 마찬가지였고 둘은 서로의 마음을 알았지만 클레어가 곧 떠나야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 슬픈 사랑을 단절시킬수 밖에 없었다. 피를 흘리며 절벽 끝에 도착한 클레어도 아이나르와 같이 거래마스터라는 사내를 만났다. 그는 실로 악마였다. 거래를 통해 소원을 이루어진다는 조건으로 클레어의 젊음을 가져간

거래마스터는 그래도 클레어의 소원을 들어주긴 했다. 클레어를 게이브가 사는곳으로 데려다 준것이였다. 육체가 매우 강인했던 여성의 몸에서 꼬부랑 할머니가 된 클레어는 허리가 아파 많이 걷지도 못하고 이가 아파 과일을 씹지도 못했다. 기껏해야 잘게 부슨 빵을 조금 먹을 수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클레어는 젊고 아름다운 어머니를 가져야할 게이브에게 쭈구렁 할머니인 자신이 미안한 마음에 정체를 드러내지도 못하고 얼토 당토 못한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아무도 믿지 않을 것 같아 털어놓을 사람도 찾지 못했다. 항상 마을 뒷편에서 게이브를 바라만 보던 클레어는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감지했다. 자신이 곧 죽으리란 것을 말이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어릴적 공동체에서 가끔 얼굴도 마주했던 조나스가 있음을 기억해내고 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녀는 게이브의 출산모라고. 조나스는 잘 들어주었고 게이브는 처음엔 이 꼬부랑 할머니가 자신의 어머니라는 것을 믿으려 하지 않았지만

그를 찾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를 깨닫고는 그녀가 죽어가는 것을 안타까워하였다. 클레어는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고 게이브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클레어를 살리는 유일한 방법은 거래마스터와 한 거래를 물리는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러려면 누군가가 악독한 거래마스터를 해치우는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게이브는 그를 해치웠다. 게이브에게는 조나스나 키라와 마찬가지로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주목했던 것은 게이브가 어떻게 거래 마스터를 이겼느냐이다. 게이브의 능력이 힘이 마구 세지는 그런 초능력이라 거래마스터를 한번에 던져버려 쓰러트린 것이 아니였다.

게이브의 능력이 무기를 불러와서 그를 무찌르거나 동물과 교감하여 야생동물로 하여금 공격하게 하는 것도 아니였다. 게이브의 능력은 '접혼' 이라고 그사람의 의식 속에

들어가 그 사람을 파악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이였다. 나는 사실 의아했다. 물론 그런 능력이 있으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하거나 시험을 볼 때 유리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능력으로

어떻게 결투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게다가 게이브는 결투에 응하기 전에 세찬 강을 건너서 체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였다. 나는 게이브가 어떻게 싸움을 할지 몹시 궁금했다.

예상했던 대로 게이브는 접혼을 시도했고 거래 마스터의 속안을 들여다 보게 되었다. 루이스로리는 거래 마스터를 악의 존재로 그려놓았다. 세상의 모든 악함을 거래 마스터로 비유했다고나

할까. 거래 마스터의 본질은 끝까지 악했고 그는 다른 사람들의 비통을 보며 힘을 키웠다. 자신이 낳은 불행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다보면 또 다른 결론에 다다른다는것을 게이브는 깨달았다. 자신의 힘이 강력하지 않다고 느낄때, 자신이 악하다고 믿어왔던 것이 깨어질때 거래 마스터는 비로소 힘을

잃는 다는 것이였다. 나는 그때 작가 로이스 로리의 생각에 또 다시 놀랐다. 악의 세력에 대항 하는 것은 또다른 폭력이나 악행이 아니라 그것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 힘의 근원을

무너뜨리는데 있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짚어냈기 때문이다. 만약 게이브가 힘으로 거래 마스터를 찍어 눌렀다면 게이브도 또 다른 거래 마스터와 다름없이 되었을 것이다. 그것은 정말로 무찌른것이 아닌 임시방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거래 마스터의 빈틈을 잡아낸 게이브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어머니는 기꺼이 모든 것을 당신한테 넘겼고 당신은 빼앗아갔죠. 젊음과 아름다움, 힘과 건강까지 모두.....",".....하지만 상관없어요. 우린 서로 만났으니깐."

게이브는 거래 마스터를 동정했다. 당신이 모든 것을 빼앗는 바람에 애틋함과 사랑은 더 진해졌으리라고. 거래 마스터는 말 하나하나에 공격을 받는듯이 키와 몸집이 줄어갔고 나중엔 한줌에 재로 남고 말았다. 그리고 그 재마저 게이브가 발로 툭 차자 바짝 마른 모래성처럼 바스라져버렸다. 결국 거대해 보이는 악의 존재와 그 실체는 겨우 이정도라는 것을 뜻한 것이였을까.

 

클레어는 다시 젊은 모습으로 돌아온 게이브를 맞이했다. 이렇게 4부작의 시리즈, 기나긴 이야기가 끝을 맺었다. 이 이야기로 하여금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칠 수 있는 희생, 기꺼이 실천하는 용기, 그리고 한줌의 재 뿐이 아니였던 악의세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독자들은 이 이야기를 뻔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클레어가 기억을 잃고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할때 그리고 결국 게이브를 멀리서 지켜만 볼 수 없을때 독자들은 클레어와 하나가 되는 기분을 느낄 것이다. 이야기만 들으면 뻔하지만 직접 그사람이 되어보아도 그럴까? 우리 사회를 빼다 박아놓은 듯한 마을 사람들의 모습과 언듯 언듯 볼수 있는 그들의 인정이나 매몰참. 독자는 로이스 로리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배경속에 녹아들어 그 분위기에 매료될 것이다.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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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칸트의 집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71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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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는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이다. 칸트는서양 근대철학을 종합시킨 철학의 대가라고도 불리우고 칸트없이는 철학을 설명할 수 없다할 만큼 중요한 인물이라고 한다. 

그 사람은 생각이 많아 왠지 심오하고 알쏭달쏭한 말을 할 것만 같다. 살아생전에 칸트는 매번 같은 시간에 산책을 나가 그 마을 주민들이 칸트가 산책을 나서는 것을 보고 시계를 맞추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칸트와 너무나도 닮은 두명의 칸트들이 이 책에 등장한다.

 

서술자 소열무의 형 소나무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 그래서 남들과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나무는 자신이 관심있는것에만 집중하고 다른것들은 나몰라라한다. 게다가 자신이 정한 많은 규칙들중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으면 매우 불안해하거나 그자리에서 주저앉아 울며불며 난동을 부린다.그래서 또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나무 때문에 엄마, 나무, 그리고 열무는 사람이 거의 없는 바닷가 마을로 이사오게 되었다. 엄마는 아빠와 이혼해서 힘든 생계를 꾸려나가야했고 굳건히 버티려던 엄마도 곧잘 풀에 지치고 외로워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무는 바닷가에있는 새들에게 곧장 관심을 쏟기시작했다.새만 보였다하면 다른 것은 신경도 쓰지 않고 따라나서는 나무 때문에 형이 어디로 튈지 몰라 열무도 짜증이 났다. 그러던 어느날 새를 쫓아가던 나무와 나무를 쫓아가던 열무는 칸트의 집을 발견했다. 집은 박스처럼 네모났고 나무로 만들어졌지만 창문이 없어 따뜻한 느낌보다는 어두침침한 분위기를 풍겼다. 마치 관처럼 생긴 그곳에는 백발의 남자가 살고있었다. 나무와 열무는 그를 소장님이라고 불렀지만 열무의 마음속에서 그는 언제나 칸트였다.

 

소장님은 산책시간을 엄격히 준수했다. 그는 평소에도 말이 없었지만 산책할때는 노을을 감상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정확한 시간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 나무와 열무와 맞닥뜨렸다. 나무는 막무가내로 집안에 들어와 이야기를 나누었고 소장님과 곧장 말이 통했다. 나무가 워낙 솔직한 성격이였기에 소장님은 그걸 좋아했다. 형이 골칫거리였던 열무는 언제나 나무를 따라 소장님댁에 갔지만 그곳에가서 그림 다섯장을 그리고 오는 나무 곁에서 열무는 우두커니 있을 뿐이였다. 매우 고요하고 조용한 풍경이였다. 그리고 가끔씩 칸트가 던져주는 말에 곰곰히 생각을 하다보면 꿈결에 지나간듯 그 집에서의 시간은 몽롱하게 느껴졌다. 하르가 갈수록 나무와 열무는 중독되듯이 그 집에 가는 걸 고대하게 되었고 집에서 나오자마자 내일 가게 될 방문에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항상 오지말라는 말로 두 아이들을 보내던 소장님도 시간이 갈수록 마음을 열어 나중에는 먼저 자신의 집 문을 열어주는 모습까지 보였다. 소장님의 직업은 건축가였다고 한다. 소장님은 어느날 두 아이들에게 집을 지어보라는 제안을 한다. 항상 원래 있는것만 그리던 나무와 형과 형만 신경쓰는 엄마 곁에서 너무 현실적이게 자란 열무에게는 꿈과 상상력이 동원되는 작업이 큰 어려움이였지만 점점 어떤 집을 만들고 싶다는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자신만의 환상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소장님, 칸트, 와 나무(형), 칸트, 두 칸트가 대화하는 것을 보면 이해하지 못할 때도 많았지만 나무는 그 틈바구니에서 항상 어떤 깨달음을 얻곤 했다.

 

그러던중 나무는 소장님의 개인사에 대해 알게된다. 소장님에게는아들이 있었다. 소장님은 자신이 어릴 적 살았던 집 터에 멋들어진 건물을 짓고 별장으로 쓰자며 아들을 위해 집을 지었다. 그런데 바쁘다는 핑계로 항상 아들과 아내를 먼저 보내고 뒤따라가겠다며 약속을 하고 늘 지키지를 못했다. 아들이 죽던 그날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아들이 익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들의 얼굴을 영안실에서 마주하면서 소장님은 자신의 잘못으로 아들이 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벌을 받는 생각으로 이 집으로 돌아와 죽음을 바라보며 살고 있었던 것이였다. 빛나는 영롱한 눈빛 뒤에 나이를 숨기고 있던 칸트는 한순간에 늙어보였다. 다시 집을 찾아오지 말라는 칸트의 말에 열무는 자신은 몰라도 나무에게는 너무 충격인 일이며 나무에게 집을 짓게 한 사람이 소장님이며 마치 하느님이 노아에게 방주를 만들게 한것처럼 소장님은 그런 존재라는 걸 일깨워줬다. 다음날 칸트의 집에 오랫동안 드리워졌던 커튼이 없어져있었다. 알고보니 한 벽면이 통 유리로 되어있었던 칸트의 집은 눈부신 햇살을 모든 방향으로 흩뿌려주었다. 칸트의 집에 무지개가 떴다. 한동안 새 박물관을 만들자는 계획이 추진되다 계획이 취소되자 칸트는 한동안 다른일에 몰두했다. 그 일이 무엇이었는지는 몇 주 후 칸트가 죽고 나서 아이들은 알게 되었다. 칸트는 나무가 자신이 살 집이라고 도안을 만들었던 것을 표본으로 거의 똑같이 나무 집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그 도중에 나무에서 떨어졌고 쇠약했던 소장님은 그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나무는 나무집을 보면서 열무에게 우리집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했다.

"열무가 열무 집 지을 때까지는 우리 집으로 해,어때? "

 

나는 이 책이 정말로 집을 짓는 다기 보다는 마음을 열지 못했던 두 사람에게서 비로소 소통이 시작되는 과정을 보여준 이야기라고 생각이 되었다. 병으로 인해, 그리고 가족과의 이별로 인한 아픔으로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았던 두 사람(칸트)가 집을 짓는 이야기를 하면서 속마음을 열어가는 것을 볼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이 든 칸트는 자신을 드리우고 있었던 긴 커튼을 버리고 드넓은 창으로 밖을 바라볼수 있게 되었고 어린 칸트는 자신과 자신의 관심사만을 바라보던 눈길을 '우리'로 돌리는 법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집을 동생과 공유하는 법을 배웠다. 비로소 두 명의 칸트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물꼬를 텄다.

 

임마누엘 칸트가 죽을 때 그는 술 한모금을 마시고 "좋다" 라는 한마디를 내뱉고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책에 나오지 않았지만 나는 분명 소장님, 칸트가 같은 말, 같은 생각을 하고 죽었으리라 믿는다. 가슴속을 죄고 있던 죄책감과 후회가 걷어지고 그 잘못을 인정하고 조금은 후련해진 마음으로 바깥을 바라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날씨 좋은 날 바닷가에 지는 노을을 생각하며, 아들을 생각하며, 나무와 열무를 생각하며 눈을 감았을 것이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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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 2
모리 에토 지음, 오유리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다이브 2는 전편 다이브 1에 이어지는 후속작이다. 다이브 1에서 도모키와 사부키의 고민과 그들이 다시 다이빙을 하게 된 사건을 다룬 방면 다이브 2에서는 완벽해보이던 요이치의 슬럼프와  친구들의 빛에 가려져 그늘 속에 있던 레이지의 사연, 그리고 올림픽이라는 장대한 꿈을 향해 도전하는 세명의 아이들의 결말을 다룬다,

 

다이브 1에서 알려졌다시피 요이치는 항상 1등을 거머쥐는 자신만만한 선배 이미지였다. 물론 타고난 다이빙 실력도 있겠지만 그 뒤에는 자신을 혹사시켜서 완벽한 정형화된 다이빙을 구사하게 만든 자신의 피땀과 노력이 있었다. 그래서 요이치는 자신만의 안정된 연기로 높은 점수를 따곤 했던 선수였다. 하지만 라이벌인 시부키와 도모키를 의식하며 같이 올림픽 출전권을 향해 도전하는데 다이브 2 첫 장에서 요이치는 미묘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이번 해에는 올림픽 출전 선수 선발전도 없이 메달을 바라는 수영 연맹에서 데라모토 선수와 요이치를 올림픽에 내보내도록 결정했다는 것이다. 요이치는 올림픽 선수가 되어 기쁜 감정도 잠시 시부키와 도모키처럼 훌륭한 선수들을 냅두고 왜 자신이 선택되었는지, 조금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고 왠지 그 자격을 자신의 힘으로 얻지 못했다는 생각에 찜찜하기만 하였다. 선발전도 없이 선수가 발탁되었다는 말에 시부키와 도모키도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도모키는 자신의 한계가 올림픽에 있다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의 틀을 넘겠다는 생각으로 실망감을 이겨냈고 시부키도 별 미련없이 요이치를 응원해주었다. 하지만 요이치도 그들의 내면 깊은 곳에서는 원망과 아쉬움이 가득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 자신이 자신의 올림픽 출전을 인정하지 못했다. 필요이상으로 올곧은 요이치의 성격으로 이번 결정은 인정할 수 없었다. 게다가 데라모토 선수가 매우 뛰어나서 메달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지만 혹여 그 선수가 실수 할때를 대비해서 지정한 대체선수가 자신임을 알게된 요이치는 충격에 휩싸이게 되고 결국 그는 수영 협회의 회장인 마에바라 회장을 찾아뵙고 담판을 짓는다. 결론은 친선 경기를 열어 그 경기에서 600점 이상을 획득하는 선수에게 출전권을 준다는 것. 말로는 친선경기이지만 실제로는 올림픽 출전 선수 선발전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다시 기회를 얻게 된 도모키, 시부키, 요이치는 자신들이 몸담고있던 mdc 클럽 풀을 떠나 더넓은 세계 무대를 향해 도약하게 된다.

 

도모키는 4회전 반을 향해 도전한다. 앞으로 세바퀴 반을 돌게 된 지 얼마나 되었다고 4회전 반을 연습하는 지 성공률이 6%센트 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동체 시력을 가진, 다이아몬드 눈동자를 가진 자신이, 누구보다도 유연성이 좋은 자신이라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도모키 자신이 누구보다 더 잘알고 있다. 게다가 중학생인데다 딱히 이렇다 할 대회 성적이 없는 도모키로서 올림픽을 향한 싸움에서 이기기위해서는 4회전 반을 성공해야만한다. 그래서 그 6퍼센트에 운명을 걸고 도모키는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

시부키는 극비에 부쳐 바다에서 스완다이브를 연습하고 있다. 허리에 부상이 있는 시부키로서는 자신의 파워와 역량을 믿고 앞으로 다이빙하는 허리에 가장 무리가 안가지만 난이도도 매우 낮은 동작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더욱 스완 다이브에 승부를 거는 것이다. 앞으로 다이빙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다이빙 동작이지만 동시에 가장 아름답다고도 할 수 있는 동작이다. 스완다이브는 백조처럼 물속에 뛰어드는 것인데 한마리 백조처럼 파워풀하게 풀속으로 돌진하되 물보라를 하나도 튀기지 않는 노스플래쉬가 인상적이여야한다. 난이도가 낮기에 올 만점을 받아야하는 이 동작에 승부를 건 시부키는 열정을 불태우며 의기투합하고 있다,

 

이런 두 라이벌을 보며 요이치는 고민을 한다. 이 중요한 시기에 슬럼프가 온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고 오래전 트라우마에 얽매어 앞으로 서서 뒤로 돌기 자세는 아예시도도못하는 자신에게 실망감도 느낀다. 궁지에 몰린 요이치는 결국 자존심을 잠시 접어두고 아사키 코치에게 앞으로 서서 뒤로 돌기 자세를 가르쳐 달라고 여쭌다. 그리고 훌륭한 코칭과 요이치의 정신력에 의해 기적스럽게도 요이치는 이주만에 새로운 기술을 연마해 대회를 위한 완벽한곡예를 할수 있게 된다. 하지만 시합 하루전날 밤 늦게 까지 풀에서 몸을 혹사시키는 바람에 대회 당일에는 심한 고열과 어지럼증에 시달리게 된다.

 

도모키와 시부키가 좋은 컨디션에 감사하며 자신들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을 때 요이치는 몸살과 고열이 겹쳐 힘든 몸을 이끌고 실수도하고 비틀대기만 한다. 후지타니 코치는 요이치의 아버지로서 걱정이 많이 되지만 한번도 자상한 아버지 역할을 해준적도 없고 코치로서 모든 제자들에게 공평한 모습을 보여야하기에 망설이면서도 아무말도 건네주지 못하고 만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세명의 다이버들은 정신력과 자신들의 모든 육체적인 힘을 이끌어내서 경기에 임한다.

 

이 빛나는 세명의 다이버들은 독자들의 시선을 독차지 할 것이다. 그들이 다이빙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너무 아름다워서 누구든 매료되고 만다. 하지만 내가 주목한 것은 그들의 눈부신 빛에 가려진 레이지다. 레이지는 친구들에 비해 하위권에 머무르고만 만다. 사실 레이지도 어릴 적엔 도모키보다도 성적이 좋았고 일본 다이빙 선수권에서 삼위 안에 들것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던 유망주였다. 그러나 아사키 코치가 온 후 동체시력을 가진 도모키를 지목해 그를 주로 코칭하면서 관심 밖으로 밀려난 레이지는 도모키와의 성적 차가 점점 벌어지게 되었다. 자존심이 상한 레이지는 있는 힘껏 기량을 발휘하고 연습도 많이하고 했건만 온갖힘을 다해 도모키를 따라잡으려 한걸음을 떼면 도모키는 타고난 끼와 재능의 힘으로 이미 열 발짝은 폴짝폴짝 뛰어나가있다는게 현실이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든 포기를 갈망하고 다이빙을 그만 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레이지는 그러지 않았다. 나는 그런점에서 레이지가 정말 훌륭하고 대단하다고 생각이 된다. 솔직히 내가 레이지 였어도 곧바로 후지타니 선생님께 클럽을 그만두겠다고선언했을 것 같다. 레이지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그말을 꾹꾹 내려 참고 다이빙을 계속했다. 그리고 자신이 다이빙에 대한 소질이나 타고난 재능이 도모키, 시부키, 요이치에 비해 없는 편이며 그들보다 능력이 뛰어나지 못하다는 것을 용기있게 인정하였다.그리고 나서 더 마음이 편해진 그는 선수 선발전 예선전에 비록 꼴지로 붙었으나 예선을 통과한 것에 크게 기뻐하며 만족하였다. 그리고 다음 목표를 자신의 능력에 맞게 세우면서 꼴지만은 하지말자는 생각으로 11등을 목표삼았다. 그리고 차근차근 그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여 경기에 자신만의 페이스를 넣었다. 다른 다이버들의 큰 장점이 유연성, 파워, 완벽함 등이라면 자신의 장점은 신중함과 안정성이라는 것을 깨우치고 그 자신만의 장점을 부각시키며 고집한 레이지는 결국 대학생 두명을 제치고 계획했던 11등보다도 훨씬 더 높은 등수로 경기를 끝마치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과 그 세명의 다이버들과는 목표자체가 다르며 자신만의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올림픽은 무슨 일본 선수권 대회만 해도 충분하다며. 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레이지의 모습이 정말 용감하다고 생각되었다. 남들이 무시하기 쉬운 스포트라이트 밖에 있으면서도 끝까지 자신만의 페이스로 목표를 달성하는 모습이 정말 멋졌다. 실제로도 사회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1,2,3 등 보다 그 빛에 가려진 나머지 사람들이 훨씬 더많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은 빛의  범위에서 벗어났다며 좌절하고 책망하며 주저 앉아만 있어야하는가? 아니다, 레이지가 그들에게 길을 보여준 것이다. 1,2,3등처럼 빛의 중심에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그 빛이 가장 최상의 목표는 아니다. 빛의 범주에 들지 않는 사람들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만의 목표, 자신만의 길을 가야하는 것 뿐이다.

 

나는 미래를 향해 도약하는 세명의 다이버들에 대해 다른 청소년들도 꼭 읽어보았으면 한다.플랫폼을 떠나 공중에 떠있는 1.4초를 위해 점프하는 세명의 청춘은 우리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사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이 다이버들에 비해 열정도 에너지도 부족한 편이다. 별다른 목표도 없이 꿈도 없이 살아가는 청춘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청소년들도 자신들도 이들처럼 무언가에 뜨겁게 열망하며 빠져들고 싶다는 기분이 들것이다. 물 속으로 시원하게 다이빙한는 도모키, 시부키, 요이치, 레이지를 보며  독자들은 가슴속에 뜨거운 뭔가가 불끈불끈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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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 1
모리 에토 지음, 오유리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다이빙은 수영에 비해 비인기 종목이라 할 수 있다. 나 또한 가끔 올림픽이 열릴때 수영, 마라톤, 양궁을 기다리며 채널을 돌리다가 시간이 남을 때 우연히 보곤 했던 다이빙이라 그런지 별로 관심도 없고 잘 모르는 종목이였다. 가끔 보다보면 "와...저런동작을 어떻게하면 할 수 있지?" 하는 생각과 더불어 어렴풋이 "아름답다.."라는 감탄사를 했던 것은 같은데 그렇게 크게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던 터라 생소할 따름이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거의가 다이빙에 대한 열정으로 불타는 청춘들이였다. 10 미터라는 무시무시한 높이의 플랫폼, 공중에 떠있는 1.4초의 시간을 날아오르기 위해 몸을 던지는 다이빙 선수들을 보고 다이빙이 대체 뭐길래 이들이 이토록 열광하는지, 또 모든걸 포기해도 좇을 수 있는 열망과 열정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도모키가 다니는 MDC 다이빙 클럽은 곧 폐쇄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도모키를 비롯한 그의 또래 다이빙 선수인 료와 레이지는 자연스레 긴장할 수 밖에 없다. 그들에게 MDC 가 사라진다는 것은 다이빙을 더 이상 못하게된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특히도 다이빙을 위해서 많은 것을 포기해 온 도모키에게는 MDC 폐쇄위기가 남다르게 신경이 쓰였다. MDC 다이빙 클럽을 만들자고 강력히 주장했던 MDC 회장이 돌아가신 후에 MDC에서 얻는 경제적 이득이 매우 적다고 불평을 하던 임원들이 클럽을 닫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다이빙 클럽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의 주인공은 바로 아사키 코치였다. 그녀는 MDC 다이빙 클럽을 만든 회장의 손녀였으며 다이빙 코치를 미국에서 열심히 공부해온 여자였다. 그녀는 미국에서 배워온 새로운 방법으로 코치를 시작하고 도모키는 그녀의 코치 아래 더욱 더 성장하게 된다. 그녀는 도모키가 이중관절이 있어 유연하며 동체 시력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기술이든 빨리 배울 수 있을 거라는 걸 눈치채고 도모키에게 혹독한 셀프 트레이닝을 요구한다. 혹독한 트레이닝 덕에 도모키는 중학생임에도 불구하고 고등학생 못지 않은 체력과 근력, 유연성을 얻게 되었다. 수영 클럽의 유망주, 요이치는 고등학교 이학년으로 매년 수많은 다이빙 상을 탔던 선배다. 그는 부모님이 수영 협회에서 있었기 때문에 정형화되고 깔끔한 방식으로 군더더기 없는 다이빙으로 유명했다. 그러던 어느날 아사키 코치는 전설의 다이빙 선수라며 사부키를 스카웃해오고 그전까지 배우던 다이빙과는 달리 개성있게 점프하는 사부키를 보고 모두가 할 말을 잃게 된다. 다이빙은 아름다운 곡예를 하며 물을 하나도 튀기지 않고 노스플래쉬로 입수하는 것이 관건인데 사부키는 높이뛰어서 기초적인 동작으로 시원하게 입수를 했는데 물살이 폭탄처럼 요란하게 이미터는 족히 튀어오를만큼 짜릿하게 뛰어내렸기 때문이다. 다이빙의 정석은 아니였지만 사부키의 다이빙은 모두가 감탄하고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사람들의 뇌리에 박히는 점프였다. 아사키는 MDC클럽을 살리기 위해 이 기대주들, 사부키,요이치,도모키를 키워서 그중 한명을 올림픽 후보 선수로 내보낸다는 말도 안되는 계약 조건으로 MDC 임원들과 계약해 클럽 폐쇄를 지연시켰다.

 

도모키는 어릴때부터 다이빙을 시작했다. 그것은 우연이였고 인생의 전환점이였다. 다이빙대가 설치된 고등학교를 지나가다 처음으로 다이빙 플랫폼과 마주하게 되었는데, 무려 10미터나 되는 콘크리트 플랫폼은 도모키에게 용과 같이 무서운 존재였다. 그러나 도모키는 그위에 한 소년이 타고 있는 것을 보았다. 마치 10미터 짜리 용을 지배한 마냥 당당히 어깨를 펴고 서서는 훌쩍 뛰어내리는 것이다. 그때부터 도모키는 콘크리트 드래곤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했다. 그는 체중조절을 위해 맛난 음식, 음료수, 푸딩, 어린아이가 좋아할 만한 맛있는 음식들은 모두 포기했다. 그리고 잘못 다이빙할때마다 물이 그를 할퀴어 생긴 피멍들과 피부의 쓸린 자국들도 다 견뎌냈다. 그런데 동생이 여자친구까지 빼앗아갔다. 도모키는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뺏긴 기분이다. 그깟 다이빙이 뭐라고. 좋아하는 여자친구까지 동생에게 뺏겨야하나. 순간의 감정에 휩싸여 다이빙을 그만 둘뻔 했지만 도모키는 자기가 다이빙을 저버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콘크리트 드래곤을 지배하는 기분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친다해도 아깝지 않았기 때문이다. 굳은 결심으로 욕심을 내게 된 도모키는 몇일 후 아무리 해도 되지 않던 삼회전 반 회전돌기를 성공했다. 고작 네달만에.

 

사부키는 다이빙대가 싫었다. 항상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깎아지른듯한 절벽을 발판삼아 이십미터의 높이에서 뛰어내리던 사부키가 얕은 풀장에 고작 10미터 되는 플랫폼에서 뛰어내린다는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였다. 자신에게 다이빙을 가르쳐준 할아버지가 그 수치의 예였기 때문에 그는 절대로 할아버지의 생애를 번복하고 싶지 않았다. 사부키의 할아버지는 전설의 다이빙선수라고 불렸다. 사실 MDC 회장이 다이빙 클럽을 건설하기로 마음먹은것도 사부키의 할아버지 때문이였다. 사부키의 할아버지의 다이빙은 회장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아 그를 전설의 선수로 키워야겠다는 열망을 불태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세계 대전 2가 벌어졌고 전쟁의 폐해로 사부키의 할아버지는 올림픽 진출조차 거부되었다. 게다가 허리까지 손상되어 자신의 선수인생을 포기하였다. 사부키의 할아버지가 고향으로 돌아오자 조그만한 바다마을에는 온통 패배자의 수치라며 소문이 돌았고 사부키는 할아버지가 도쿄에 올라간것이 인생의 실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사키가 아무리 스카웃 제의를 해도 한사코 거절만 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아사키가 결국 사부키가 올림픽 후보선수가 되면 사부키의 할아버지의 유일한 다이빙 기록인 비디오 테이프를 준다고 제안하자 시큰둥하게 받아들이고 만다. 그러나 막상 후보 선출 대회 때 많은 관중들의 눈이 자신이 뛰어오르는 것을 지켜보자 10미터에서의 그 짜릿한 쾌감은 그 어떤 것에도 견줄 수 가없었다. 그의 시원하고도 시선을 끄는 다이빙 덕에 그 대회는 완전히 사부키의 독무대처럼 되었지만 노스플래쉬를 으뜸으로 여기는 기존에 있던 무언의 룰 때문에 삼등안에는 들지 못했다. 실망감에 다시 고향을 내려가 여자친구와 여름을 보내던 그는 다이빙을 거부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이미 콘크리트 드래곤위에서의 쾌감을 맛본 사부키는 바닷마을에서 벽으로 둘러싸인것마냥 답답하고 속이 거북했다. 그때 아사키는 비디오 테이프를 고향으로 보내줬다. 비디오 테이프를 본 사부키는 다시 도쿄로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대회에서 다이빙대에 올라서던 자신의 할아버지의 얼굴이 더없이 행복해보였기 때문이다. 그로서 할아버지의 인생에서 도쿄로 올라간것은 결코 실수가 아닌,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떠난 여행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사부키는 다이빙에 대한 새로운 열망을 가지고 다시 플랫폼에 올라선다.

 

나는 너무나도 부러웠다. 망설임없이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다이빙대 위에서 공중제비하며 추락하는 청춘들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뜨겁게 열광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되었다. 그리고 참 한심해보였다. 내가 열렬히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고작 연예인 정도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방송 쪽일에 너무나도 참여하고 싶어서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연예인들의 화려한 외모와 그들이 이뤄놓은 성과들에 경외심을 가지는 게 고작이였다. 학교, 학원을 반복하듯이 돌아다니면서 사는것은 참 의미없는 일 같았다. 차가운 물방울을 튀기며 피멍이 들어가며 시원하게 다이브하는 그들을 보며 나도 눈을 반짝이며 다이브 할 만한 것이 나타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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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선이 남작의 모험 비룡소 클래식 34
고트프리트 뷔르거 지음, 한미희 옮김, 도리스 아이젠부르거 그림 / 비룡소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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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이라, 제목부터가 심상치가 않다. 마치 톰 소여의 모험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 같아서 한껏 기대를 하면서 첫장을 넘겼다. 모험에 대한 이야기가 있겠지, 했던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정말로 제목 그대로 허풍이 심한 남작이 들려주는 자신의 모험 이야기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재미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크게 부응하진 못했다. 재미있게 하려고 허풍을 심하게 떠는 내용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것 같은데 그것이 나에게는 그렇게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풍선이 남작이 친구 셋을 불러 포도주와 음식을 접대하며 자신의 모험 이야기를 시작하는 데에서 이 책의 스토리가 시작된다. 허풍선이 남작이 하는 말은 모두 터무니없고 일어날 수 없는 일들 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의 친구들이 그것을 또 믿어준다는 것이다. 그의 친구들은 각자 "정말 그랬단 말이야?", "나라면 너무 무서웠을 거야." 와 같은 반응을 보이며 이야기를 계속하게 했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저 우스울 뿐이였다. 남작이 들려준 자신의 여러가지 모험 이야기 중 하나를 알려주자면  그가 괴물고래로부터 선원 만명을 구해낸 사건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 현실성이 없는 내용이지만 그는 백퍼센트 포도주로 된 바다를 항해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굶주린 거대한 괴물 고래가 남작의 배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고래의 뱃속에 다다른 남작과 선원들은 당황해서 어떻게 나올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단 장소를 탐색하기 위해 횃불에 불을 켜자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그 괴물 고래가 먹은 것이 그 배 뿐만 아니라 다른 수많은 배들도 포함했다는 것이였다. 게다가 고래는 포도주로 된 바닷물을 너무 많이 삼켰다 뱉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주정을 하면서 취했지만 오직 술에도 강한 뮌히하우젠 남작, 그러니까 자신만은 깨어있었다고 남작은 뽐을 냈다. 게다가 자칭 용감무쌍한 뮌히하우젠 남작은  갑판에서 뛰어내려 창자까지 가서 만명의 선원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만명의 투표로 지휘대장은 남작으로 결정되었다. 겸손하게 투표 결과를 받아들인 뮌히하우젠 남작은 가장 큰 돛대를 가져다 고래에 입에 세로로 끼워넣었다. 노발대발한 고래는 이리뛰고 저리 뛰고 날뛰었지만 용감무쌍한 남작의 지휘하에 다들 고래에 날숨에 맞추어 배의 노를 저어 고래뱃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토록 남작의 모험들은 얼토당토않은 일 들 뿐이였다. 늑대가 썰매를 끈다던가 탄환이 빈 총으로 새 몇마리를 한번에 잡는다던가, 갑자기 폭풍에 배가 휩쓸려 두둥실 떠올라 달나라까지 여행을 갔다던가. 순 허풍뿐이였다. 또 우스웠던 것은 이 모든 모험에서 남작 자신은 아주 용감하고 기발하고 똑똑하고 멋있는 인물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자기 자랑을 그렇게 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허풍쟁이 뮌히하우젠 남작은 잘도 그런 이야기를 하였다.

 

남작의 허풍에는 그다지 재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이 뮌히하우젠 남작이 실존 인물이라는 점은 매우 신선하고 재밌었다. 뮌히하우젠 남작은 18세기 독일에서 살았던 실존인물이라고 한다. 남작은 이 이야기속 남작처럼 귀족 친구들을 불러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길 좋아했다고 한다. 그 때부터 남작의 이야기 솜씨가 좋고 재치있는 이야기를 잘한다는 소문이 돌았나보다. 이런 소문을 듣고 멀리서 남작의 이야기를 들으러 오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니깐 말이다. 라스페라는 사람은 이런 사람들 중 하나였을 거라는 추측이 많은데 그가 최초로 뮌히하우젠 남작의 이야기에 살을 붙여 책을 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이것을 번역함을 시작으로 뮌히하우젠의 이야기가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무슨 이런 뻥투성이에 엉터리, 우스꽝스러운 책이 다있어,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뒤에 이런 사실이 숨어있다는 것을 몰랐다. 뮌히하우젠 남작의 이야기는 심지어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바꾸어 이런 마음이 들게 됬다. 뻥투성이에 엉터리, 우스꽝스러운 책이지만 이 거짓말들, 소위 "뻥"들이 너무나도 허무맹랑해서 재미있는 것이라고, 사실 남작이 강조하듯이 자신은 항상 털끝만큼의 거짓말도 없이 진실만을 말한다고 맹세할 때마다 소리내서 웃었었다. 이런 허무맹란한 뻥들이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서 산다면 조금은 메마르고 삭막한 세상이 될 것 같다. 삶에 재미를 조금 가미하기 위해서 이정도의 허풍은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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