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풍선이 남작의 모험 비룡소 클래식 34
고트프리트 뷔르거 지음, 한미희 옮김, 도리스 아이젠부르거 그림 / 비룡소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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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이라, 제목부터가 심상치가 않다. 마치 톰 소여의 모험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 같아서 한껏 기대를 하면서 첫장을 넘겼다. 모험에 대한 이야기가 있겠지, 했던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정말로 제목 그대로 허풍이 심한 남작이 들려주는 자신의 모험 이야기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재미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크게 부응하진 못했다. 재미있게 하려고 허풍을 심하게 떠는 내용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것 같은데 그것이 나에게는 그렇게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풍선이 남작이 친구 셋을 불러 포도주와 음식을 접대하며 자신의 모험 이야기를 시작하는 데에서 이 책의 스토리가 시작된다. 허풍선이 남작이 하는 말은 모두 터무니없고 일어날 수 없는 일들 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의 친구들이 그것을 또 믿어준다는 것이다. 그의 친구들은 각자 "정말 그랬단 말이야?", "나라면 너무 무서웠을 거야." 와 같은 반응을 보이며 이야기를 계속하게 했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저 우스울 뿐이였다. 남작이 들려준 자신의 여러가지 모험 이야기 중 하나를 알려주자면  그가 괴물고래로부터 선원 만명을 구해낸 사건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 현실성이 없는 내용이지만 그는 백퍼센트 포도주로 된 바다를 항해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굶주린 거대한 괴물 고래가 남작의 배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고래의 뱃속에 다다른 남작과 선원들은 당황해서 어떻게 나올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단 장소를 탐색하기 위해 횃불에 불을 켜자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그 괴물 고래가 먹은 것이 그 배 뿐만 아니라 다른 수많은 배들도 포함했다는 것이였다. 게다가 고래는 포도주로 된 바닷물을 너무 많이 삼켰다 뱉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주정을 하면서 취했지만 오직 술에도 강한 뮌히하우젠 남작, 그러니까 자신만은 깨어있었다고 남작은 뽐을 냈다. 게다가 자칭 용감무쌍한 뮌히하우젠 남작은  갑판에서 뛰어내려 창자까지 가서 만명의 선원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만명의 투표로 지휘대장은 남작으로 결정되었다. 겸손하게 투표 결과를 받아들인 뮌히하우젠 남작은 가장 큰 돛대를 가져다 고래에 입에 세로로 끼워넣었다. 노발대발한 고래는 이리뛰고 저리 뛰고 날뛰었지만 용감무쌍한 남작의 지휘하에 다들 고래에 날숨에 맞추어 배의 노를 저어 고래뱃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토록 남작의 모험들은 얼토당토않은 일 들 뿐이였다. 늑대가 썰매를 끈다던가 탄환이 빈 총으로 새 몇마리를 한번에 잡는다던가, 갑자기 폭풍에 배가 휩쓸려 두둥실 떠올라 달나라까지 여행을 갔다던가. 순 허풍뿐이였다. 또 우스웠던 것은 이 모든 모험에서 남작 자신은 아주 용감하고 기발하고 똑똑하고 멋있는 인물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자기 자랑을 그렇게 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허풍쟁이 뮌히하우젠 남작은 잘도 그런 이야기를 하였다.

 

남작의 허풍에는 그다지 재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이 뮌히하우젠 남작이 실존 인물이라는 점은 매우 신선하고 재밌었다. 뮌히하우젠 남작은 18세기 독일에서 살았던 실존인물이라고 한다. 남작은 이 이야기속 남작처럼 귀족 친구들을 불러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길 좋아했다고 한다. 그 때부터 남작의 이야기 솜씨가 좋고 재치있는 이야기를 잘한다는 소문이 돌았나보다. 이런 소문을 듣고 멀리서 남작의 이야기를 들으러 오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니깐 말이다. 라스페라는 사람은 이런 사람들 중 하나였을 거라는 추측이 많은데 그가 최초로 뮌히하우젠 남작의 이야기에 살을 붙여 책을 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이것을 번역함을 시작으로 뮌히하우젠의 이야기가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무슨 이런 뻥투성이에 엉터리, 우스꽝스러운 책이 다있어,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뒤에 이런 사실이 숨어있다는 것을 몰랐다. 뮌히하우젠 남작의 이야기는 심지어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바꾸어 이런 마음이 들게 됬다. 뻥투성이에 엉터리, 우스꽝스러운 책이지만 이 거짓말들, 소위 "뻥"들이 너무나도 허무맹랑해서 재미있는 것이라고, 사실 남작이 강조하듯이 자신은 항상 털끝만큼의 거짓말도 없이 진실만을 말한다고 맹세할 때마다 소리내서 웃었었다. 이런 허무맹란한 뻥들이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서 산다면 조금은 메마르고 삭막한 세상이 될 것 같다. 삶에 재미를 조금 가미하기 위해서 이정도의 허풍은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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