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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퍼케이션 1 - 하이드라
이우혁 지음 / 해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15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바이퍼케이션을 읽고 또 읽었다.
바이퍼케이션의 초회 연재분을 15년전에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지금 돌이켜봐도 단순히 '설득의 힘'이나 '최면' 수준의 것으로서
지금의 개념은 아니었다
물론 기본적인 틀은 15년 전의 것이나 지금의 것이나 흡사하다.
사랑하던 부부중 한 쪽이 사망하면서 일어나는 바이퍼케이션 현상
은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팩트로 작용하고
있다는 그런 이야기다.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한 '바이퍼케이션'을 작가가 도입한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
바이퍼케이션 현상이 발생하면서 생기는 '동시성'의 세계....
융의 동시성 원리를 도입하는데 바이퍼케이션 현상이야말로 불확실
성과 맞물려 가장 걸맞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고 할수 있다.
이 바이퍼케이션 현상으로 소설속 주인공은 동시성의 세계를 볼 수
- 감각적인 차원으로는 보는 것이 아니지만 아무튼 볼 수 있다 표현
하기로 한다- 있게 되고 그 세계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그 능력이 발현되고 보통의 사람들과 그 능력을 제한하고 통제하는
계약을 맺어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심리가 소설속에 펼쳐지
게 된다.
또 하나의 중요한 모티브인 인지부조화 역시 소설 곳곳에 많은 사례
와 설명으로 독자들에게 읽을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심리적인 내용이나 사이코패스, 하드고어와 같은 것이
이 소설의 진정한 그 무엇을 나타내고 있다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은 과연 무엇이고 '존재한다'
라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인가 하는 것이라는 그런 이야기다.
동시성 원리나 인지 부조화, 그리고 수많은 연쇄 살인범들의 심리와
행동은 어떤 리뷰에서 읽었듯 너무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어서 그냥
소설을 읽기만하면 저절로 습득되는 것들이다.
그러나 그 근간을 이루는 것에 들어가면 소설은 스토리를, 지식을 초월
한 그 무엇이 되어버린다.
가령 헤라와 헤라클레스의 관계가 그러하다.
소설속에서 헤라와 헤라클레스는 둘 다 존재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독자들
에게 읽혀진다.
그러나 에이들과 벨라의 관계에서 벨라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되어
독자들에게 읽힐 공산이 굉장히 크다.
그러나 헤라클레스와 벨라의 관계에서 벨라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면 헤라
클레스는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헤라클레스 역시 헤라의 마음속에서 태어났고 벨라 역시 에이들의 마음속에서
태어난 '존재'인 것으로 이해 한다.
벨라는 물론 에이들의 어린시절 트라우마를 준 그 벨라는 아닐것이라 생각
하지만 그렇다고 현재 에이들의 벨라는 단순히 에이들의 '기억창고'로서의
역할만 하고 있다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소설이 뒤로 갈수록 더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벨라는 소설의 뒤로 가면 갈수록 - 즉, 에이들이 괴물이 되어가면 갈수록 -
그 존재를 더더욱 드러내며 에이들이 헤라클레스의 싸움을 대등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헤라클레스 역시 에이들에게 많은 것들을 습득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 에이들에 동화 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에이들 역시 헤라클레스와 동화되어가는 모습을 보이며 이미 물리력이나 지배력
을 초월한 그 어떤, 쉽게말해 에이들도 괴물이 되어 헤라클레스와 싸움을 이어
가게 되는 것이다.
괴물과 싸우다보면 괴물이 되어간다고 하는데 그것은 알게모르게 그 어떤 것이
서로에게 끌림을 주고 동화됨을 이끌기 때문이리라..
물론 위에 쓴 모든 것들은 어느정도 주관이 많이 반영된 해석이다.
이 소설을 읽어감에 있어 첫번째 읽을 때는 '스토리라인 & 재미'가 주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두번째 읽을 때는 '모든 스테이지의 파해법을 알고 있는 게임을 다시 하는'
느낌으로 소설의 사건과 복선을 재조합하는 지적만족을 느낄 것이다.
또한 소설속에 작가가 풀어놓은 모든 지식과 설명들을 흡수하면서 또 다른 지적인
만족을 느낄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번째 이 소설을 읽으면 이 소설은 작가가 너무 자세하게 풀어놓은 지식
과 심리학을 넘어 소설속 '무의식의 세계가 존재함'을 드디어 드러내는 것이다.
약간 위에 썼던 주관적인 해석역시 이런 소설의 무의식을 느끼기 시작하며 해석
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아주 조금이다. 본인도 그저 재미있으면 장땡(!)인 타입이어서 그렇게
깊은 사색을 할 수 있는 타입이 되지는 못한다)
헤라클레스가 가르시아반장을 정말 멍청이라고 생각하고 쓸모없어 했는지
그 역시 생각해 봐야할 문제다.
그렇게 멍청이고 쓸모 없는 가르시아 반장을 왜 버려두고 가지않고 치료까지
해주며 끝까지 챙겼는지 깊이 생각해보면 할수록 알수 없는 일인것이다.
자신의 말에 그렇게 욹그락 붉그락 하는 가르시아가 헤라클레스는 재미있어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이상한 생각까지도 해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 헤라클레스는 과연 존재함을 인정 받을수 있을 것인가
도 생각해 봐야할 문제다.
소설의 마지막 헤라클레스는 모든 존재들로부터 자신의 존재가 지워진다.
그렇다면 그 시점 헤라클레스는 존재함을 인정받을수 없게 된다.
그래서 헤라클레스는 그 '존재'를 인정 받기위해 '12과업'을 계속해서 실행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본인은 생각한다.
그리고 '하이드라'역시 정말 그가 괴물이었는가도 생각해봐야 될 문제라 생각
한다.
하이드라는 물론 그가 가진 '힘'으로 인해 많은 악행이 벌어지게 되는 사태를
벌어지게 하지만 과연 하이드라의 본질적인 근본이 '악'이었는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소설속의 모호한 선과 악의 존재들 가운데 '마야'는 유독 '악'으로 두드러 지고
있다.
하이드라의 힘을 이용하여 악을 저지른 것은 거의 다 마야의 손에서 이루어 진 것
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야 역시 '핫산'에게는 '천사'와 같은 존재로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악을 저지를 마야이지만 자신의 사랑하는 연인을 지키기 위한
빗나간 애정의 행태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세상사람 누구라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마야는 현대사회의 관점에서 선인가 악인가...........
법이라는 관점을 떠나 인간의 본성에 비추어 보면 쉽게 대답할수는 없는
그러한 문제라 생각해 본다.
또 하나, 하이드라는 물론 일정 댓가를 주고 힘을 나누어 주었지만 과연 그가
그렇기만하고 선한존재일까를 생각해보면 그 또한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마야의 안 좋은 의도를 당연히 느꼈을 것이지만 그 역시 자신의 '존재'를 드러
내기 위해 어느정도 마야 내지는 그 밑의 사람들의 행동을 '묵인'했다고 생각
한다.
헤라가 헤라클레스를 통해 존재감을 가지며 헤라클레스의 행동을 묵인했듯
하이드라 역시 마야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마야의 행동을 묵인했
다고 생각한다.
(소설속에 주인공들간의 상호관계에서 이러한 구조는 맞물려서 반복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심지어 주인공들의 과거 이야기 조차도 기본적인 팩
트는 반복적인 구조를 띄고 있다)
그리고 소설속에 끝내 드러나지 않은 '하이드라'가 태어나게 된 동기 또한
생각해 볼 문제다.
하이드라도 바이퍼케이션 현상을 겪은 것일까?
그렇다면 과연 하이드라에게 힘을 준 사람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과연 하이드라는 어떤 계기로 바이퍼케이션 현상을 겪었던 것일까?
이 소설에서의 '판데모니엄'은 자선병원이다.
하이드라 역시 다른 어떤 판데모니엄에서 태어나고 생존했다면 이 세상에
이러한 힘을 가진 존재는 또 존재할수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존재들과 헤라클레스가 만난다면............
지금 쓴 몇줄은 바이퍼케이션 이후의 이야기들을 상상해 본 것이지만 바이퍼
케이션 이전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기에 과거, 현재를 잇는다는 맥락
에서 고찰해 보았다.
하나 더 보태자면................
하이드라가 만들어낸 사자, 오레스테즈, 탄탈로스, 헤라클레스........
헤라클레스가 만들어 낸 파에튼, 악타이온..........................
이 모두는 정말로 만들어진 것인가 아니면 그들의 욕구를 누르고 있던 어떤
막을 단순히 제거하여 무의식에서 의식의 세계로 올라오는 계기만을 제공한
것인지...........
그리고 현재 인간들도 마음속에 사자나 탄탈로스와 같은 욕망을 누르고 세상
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마지막으로 소설의 가장 중요한 부분..............
알렉스는 그렇게 강력한 하이드라의 세례를 받았지만 '사랑'이라는 더 강하고
위대한 힘으로 그 세례를 깨뜨린다.
하이드라도 헤라클레스도 인간들에게는 미지의 감각으로 남아있는 그 어떤 감각
으로 인간을 조종하지만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고 그것은 '희망'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이 소설에서는 여러가지의 사랑의 형태가 등장하고 있지만 가장 아름답고 진실된
형태의 사랑은 알렉스의 것 일것이다.
그렇게 진정한 사랑은 동시성의 세계조차 넘어 또 다른, 더 높은 차원의 세계를
보여주며 그 어떤 것보다 위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이드라 역시 '사랑'을 콘트롤하지 못했음은 소설 군데군데 등장하고 있으니
고찰해 보면 다른 분들도 느낄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이드라가 가족의 사랑을 붕괴시키려 한 것 또한 '사랑'이라는, 자신이 넘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질투와 시기가 아니었을런지.......
이러한 '인간의 본질'이 있기에 우리는 이 아수라장 같은 세상에서도 아름다움
을 느끼고 희망을 가지며 힘차게 모든 것들을 이겨내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각설하고.........
바이퍼케이션은 결코 소설의 피상적인 '의식세계'만을 볼 소설은 아니라는 것
이다.
바이퍼케이션안에 들어있는 '인간 존재의 의미'와 '선과 악의 진성한 본질'을
파악하고 각자의 독자의 세계에서 많은 사색과 고찰이 이루어져야할 소설이라
판단한다.
15년을 기다려왔고 감격에 겨워 책을 펴고 덮었지만 3번을 완독한 후 밀려오는
너무 많은 선과 악에 대한 생각들과 소설 내내 이루어지는 주인공 상호간의
영향 교류.......
그리고 인간본성과 존재에 대한 수많은 상념과 고찰...........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인간의 밑바닥에 깔린 많은 느낌들을 여운으로 남기고 싶다.
아울러 멋진글에 박수를 보내고 앞으로 이어질 2부,3부에도 많은 기대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