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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재즈
황덕호 지음 / 그책 / 2019년 3월
평점 :
작가 황덕호의 에세이를 읽고, 20년 가까이 자부하고 있는 재즈리스너로서 그동안 재즈를 허투루 듣지는 않 았구나하는 안도감으로 그 느낀 바를 작가의 궤와 같이 걸어 보며 풀어 본다. <다락방 재즈>라는 책의 제목으 로 새로 쓴 글로만 구성되어 있지는 않다. 재즈매거진 이나 재즈관련기사 정도의 과거 글들이 함께 엮어진 것 으로 재즈역사, 연주자, 평론가, 공연, 공연장, 재즈음 반엔지니어 등등 재즈에 관한 견문이나 체험을 다양한 관점으로, 작가의 다락방 위트를 해물파전 위에 흩어진 청양고추처럼 얹어 가며 들려준다.
지금은 거의 국내 유일의 재즈 라디오 프로인 <재즈수 첩> 진행자의 ‘글’을 읽기 전에, 내 나름 그동안의 재즈 에 관한 복습을 해 보고자 일기의 형식으로 ‘글’을 지어 보았다. 모두 여덟 편이고 되도록 인터넷 검색을 자제 하며 순수하게 애정을 담아 써 보고 이 책의 내용과 대 조한 결과, 허투루 듣지 않은 그 자부심을 한 겹 더 쌓 았다. 음반을 고르다 보면 버브나 콜럼비아와 같은 대 형 음반사보다는 리버사이드나 프레스티지의 음반들 이 더 끌려서 왜 그런지 자꾸 들어보니 음반사의 규모 가 작을수록? 연주자의 의사가 더 존중되는 분위기임 을 잠정적으로 눈치채고는 했는데 이 책을 통해 잠정과 눈치를 뺄 수 있었다. 크고 작은 음반사들의 생래에 관 한 작가의 설명 덕분이다. 국내 재즈페스티벌에 왜 혁 오밴드가 그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지, 라이너노트는 누가 쓰는지 연주자와는 어떤 관계인지, 재즈음반에 빠 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는 루디 반 겔더의 정체 등 재즈 리스너들의 소소한 호기심들에 성의없게 답을 툭 던져 주기 보다 우리집 다락에 세 들어 사는 형아처럼 함께 고민하듯 풀어준다.
이 ‘형아’가 마냥 친절하지는 않다. 클래식이나 영화얘 기처럼 재즈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주제가 나오면 나같은 노멀한 리스너에게는 라틴어처럼 읽기가 어렵 다. 하지만 다시, 20년 동안 어디서나 이방인 취급-재 즈를 듣고 있거나 하면 사람 자체를 어려워하는 경향- 을 받아야 했던 재즈리스너로서 도피할 수 있는 재즈안 식처를 찾은 듯, 언젠가 또 그런 대우를 받자면 늘 곁에 두고 숨어들 다락방을 기꺼이 내어 주는 형아처럼 반가 운 책이다. 수집한 음반들 중 유독 귀에 들어오는 드럼 소리들이 궁금해 각 앨범들의 뒷면을 보니 모두 맥스 로치의 연주였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의 사진을 액자 로 방에 걸어둔 것처럼 이 책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