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약국의 딸들 - 박경리 장편소설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안경을 맞춘 기념으로? 장편소설을 읽었다. 다시, 안경 을 맞추고 읽은 첫 책이 장편소설이다. 박경리의 <김약 국의 딸들>. 삼천 원인가에 중고서적을 산 것인데 받아 보니 책 일부가 젖은 흔적도 있고 젖어서 마른 곳은 종 이 부스러기가 일었다. 환불을 요청하니 삼천 원을 돌 려 주고 책도 알아서 처분해 달라기에 이걸 어쩌지, 왠 지 다 읽고나면 소장하게 될 것 같은 인상이 책에 묻어 있었다. 망설이는 마음을 아직 열어놓은 채로 일단 책 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박경리의 <토지>에 도전하기에 앞서 꼭 읽고 싶었던 작품이 김약국이었다. 제목처럼 김약국의 딸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세대갈음을 위한 장치정도로 받 아들이면 크게 거부감은 없었다. 다섯이나 되는 김약국 의 딸들의 이름을, 누가 맏이고 누가 몇 째인지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야 정리가 되었다. 첫째부터 용숙, 용빈, 용란, 용옥, 용혜다. 통영을 무대로 전개되는 이 이야기 는 그쪽 사투리가 심해서 내가 이걸 끝까지 읽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등장인물도 많다. 김약국을 중심으로 그의 딸들, 그의 가족친지들, 그가 거느린 직원들, 그의 사위들, 그의 딸들의 지인들 등등. 412쪽에서 멈춘 그의 채취에서 아무 것도 느껴지지가 않았다. 분명, 씁쓸한 생애를 다녀가는 그이지만 그렇 다고 아무 맛도 나지 않을 게 뭐람. 아마도 남은 세 페 이지에서, 남겨진 가족들의 앞으로의 행방같은 것이 무 의식의 시야에 언뜻언뜻 비치기 때문이 아닐까. 세숫대 야 같은 큰 그릇에 담겨온 인심 좋은 국수집의 멸치국 수처럼 결국 다 먹지 못 해 고명으로 올랐던 애호박 몇 줄기와 불어버린 김가루, 그리고 국수 몇 가닥을 내려 다 보며 이것들의 행방이 뻔히 내다보이는 것처럼, 부 른 배와는 상관없이 첫입에 맛 본 그것과는 확연히 다 를 수 밖에 없는 삶의 이치같은 것들이 가리키는 행방 말이다. 남겨진 자들의 행방, 앞으로의 독서가 그것들 을 채워주는, ‘까꾸막’을 넘는 ‘디건이’ 품 속의 애처로 움을 닮아야겠다. 책은, 내 책장에 꽂아 소장하기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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