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가족에 관한 글쓰기 - 가족 가면 벗기기
양혜원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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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의 『마흔에 시작한 글쓰기』를 읽기 시작하면서 박완서 작가님의 일생에 대해 조금 알 수 있었다. 사실 대표작이라고 불리는 몇 작품을 읽긴 했지만 아주 오래전 필독서 개념으로 읽었던 터라 작품보다 작가 자체에 대한 기억은 흐릿했다. 그런데 최근 『마흔에 시작한 글쓰기』를 읽으며 박완서 작가님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다.

전업주부에서 전업작가가 된 그녀의 일생을 돌이켜 보면 대부분이 가족과 여성의 이야기다. 한편으로는 그 도전이 나에게 같은 길을 밟아간 거대한 발자취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인생의 후반부, 자신의 온전한 독립과 정체성을 위해 글쓰기에 몸을 던진 작가의 삶에 공감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읽은 『박완서의 가족에 관한 글쓰기』는 박완서 작가의 작품 속 여성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양혜원 작가가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마흔에 시작한 글쓰기』 역시 어렵지 않게 읽혔는데, 이번 책도 마찬가지였다. 박완서의 작품과 시대를 함께 배치해 놓고 읽다 보니 작품을 읽었을 당시보다 오히려 지금 더 와닿는 부분도 많았다.

양혜원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박완서에게 가족은 '노는 마당'이었다. 가족은 그녀가 가장 오래 머물며 관찰하고 들여다본 세계였고, 가장 많은 이야기가 태어난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 가족은 단순히 따뜻하거나 아름답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사랑과 애정이 있는 만큼 상처와 갈등도 있고, 위로가 되는 동시에 벗어나고 싶은 굴레가 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일본의 배우이자 영화감독인 기타노 다케시의 말이 떠올랐다. "가족이란 아무도 보고 있지 않다면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라는 말이다. 물론 거친 표현이지만 그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당시를 살던 여성들에게 가정을 만들고 꾸려나가는 일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 안에서 여성의 욕망과 권리를 이야기하는 일은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박완서 역시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가족은 힘이 되는 존재일까, 아니면 굴레가 되는 존재일까. 신기한 것은 수십 년 전에 쓰인 작품들인데도 지금 읽으면 여전히 현재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시대와 작가명을 가리고 읽는다면 지금의 여성들이 하고 있는 고민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가족이라는 단어가 가진 힘을 제대로 들여다보기에는 우리는 아직도 많은 이야기를 남겨두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어머니, 아버지, 노년, 결혼, 이혼, 외도, 아들과 딸 등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나는 7장 「한 남자 두 여자 이야기」에서 소개된 『저물녘의 황혼』과 마지막 장 「나, 진실을 깨닫는 순간」에서 언급된 『거저나 마찬가지』가 특히 궁금해졌다. 조만간 꼭 읽어볼 생각이다.

박완서는 역사가 되었지만 그녀의 작품을 읽으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완서의 작품 세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혹은 여성의 내면과 가족이라는 복잡한 관계를 깊이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도서제공을 받아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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