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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가의 오후 - 피츠제럴드 후기 작품집 (무라카미 하루키 해설 및 후기 수록)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무라카미 하루키 엮음, 서창렬 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1월
평점 :
F.스콧 피츠제럴드 X 무라카미 하루키. 언뜻보면 안 어울리는 조합같다. 하지만 다른 하루키의 저서에서도 피츠제럴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 마니아인 그의 안목을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은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들과 에세이들을 하루키가 엮어 만든 책이다. 하루키의 소설이 아님!!! 짧은 소설과 에세이로 읽기에 부담이 없다. 그리고 피츠제럴드만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위대한 개츠비』를 재밌게 읽었던 사람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p. 362 이 책을 위해 내가 고르고 옮긴 작품은 주로 그가 말 그대로 ‘자기 몸을 축내며’ 살았던 암울한 시대에 내놓은 작품들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깊은 절망을 헤치고 나아가려는, 그리고 어떻게든 희미한 광명을 움켜쥐려는 긍정적인 의지가 줄곧 보인다. 그것은 아마도 피츠제럴드의 작가로서의 강인한 본능일 것이다. 자기 연민이나 자기기만을 능가하는 힘을 지닌 것이다.
👉 피츠제럴드에 대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애정이 돋보이는 구절이다. 피츠제럴드는 『위대한 개츠비』로 유명한 작가이다. 1900년대 초 중반 뉴욕에서 활동한 작가로서, 그 때문인지 읽으며 글의 독특한 향취를 느낄 수 있었다. 세계대전으로 인한 미국의 초호황기, 매일 열리는 파티와 터지는 샴페인. 세계대전의 종전으로 인한 대공황. 여성 편력과 남성 편력으로 인한 신경증. 모든 것의 중심에는 뉴욕이 있었다. 마치 피츠제럴드가 뉴욕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처럼, 그의 작품활동에도 흥망성쇠가 있었다. 하지만 망과 쇠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펜을 놓지 않았다. 하루키의 말처럼 자신에게 찾아올 광명을 믿고 있었기에.
p.60 "우리는 왜 평온함과 사랑과 건강을 차례로 잃어버렸을까? 그 이유를 알 수 있다면, 누가 우리에게 이유를 말해준다면, 우린 분명 노력할 수 있을 거야. 나는 정말 열심히 할 거야."
p.297 나는 뉴요커로서 가슴 가득 차오르는 자부심을 느끼며 이 빌딩에 올랐다가 전혀 예상치 못한 과경을 보고 크게 당황했다. 뉴욕이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빌딩숲이 아님을, 끝이 있다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p.303 한편 이와는 다른 종류의, 내부에서 오는 타격이 있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다가 그것을 자각했을 때는 너무 늦어서 손쓸 도리가 없는, 그런 종류의 타격이다. 어느 면에서는 자신이 다시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마침내 깨닫게 되는, 그런 타격이다.
p. 354 인생이 낭만적인 것이라는 믿음이야말로 너무 이른 시기에 거둔 성공의 대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