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최진영 외 지음, 곽기영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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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반에 <석수>라는 생수가 유행이었다. 하지만 나는 물을 돈을 주고 사서 먹는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등학교까지 지방에 살면서 더우면 수도꼭지를 틀고 물을 마시면 되었다. 물론 스무살이 되고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수도꼭지의 물을 그냥 먹지는 않았지만, 가끔 술에 취해 갈증이 심할 때는 그냥 예전처럼 그렇게 마시곤 했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 나도 마트에서 물을 사서 먹는다. 세상이 변했다. 그것도 위험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가끔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가 '선생님은 어릴 때, 은하수가 강물처럼 흐르는 것을 보았는데, 너네들은 본 적이 없지? 선생님은 유성이 쏟아지는 모습도 그냥 마루에 누워서 봤는데'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면서 이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 그리고 이 아이들의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가 자꾸 부정적으로 상상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숨 쉬는 소설>은 그런 지구의 변화에, 지구인들의 잘못된 인식에 조그만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책이다. 화학 제품으로 인한 문제, 플라스틱 문제, 온난화의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서 생각거리와 토론거리를 제공해준다. 그 중에서도 생명의 문제를 다룬 <노찬성과 에반>이 인상적이었다. 

아침이나 저녁에 해안길을 따라 걷기 운동을 하다보면 못 보던 개가 반갑게 달려들다가 곧 멈칫하며 뒤둘아서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아마 도시 사람들이 휴가나 주말 나들이 나왔다가 반려견을 버리고 간 모양이다. 1년에 4-5마리 정도 버려진 반려견(유기견)을 보는 것 같다. 그들은 털이 엉키거나 뒷다리를 절룩이거나 등등 추한 모습이 대부분이다. 아마 이전 주인들의 필요에 의해 길러졌다가 필요가 다한 후에 버려졌을 것이다. 생명을 필요에 따라 버리기도 하는 세상이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생명들부터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런 마음부터가 지구를 위한 조그만 변화를 위한 시작이라는 생각에서 <노찬성과 에반>을 꼭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지금 빗줄기가 베란다 통유리를 때리고 있다. 가을인데 생각보다 많은 비다. 가끔 엄마가 날씨가 미쳤는갑다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면 나는 이제 미친 날씨가 정상적인 날씨가 되는 시대야라고 심드렁하게 말한다. 오래 살았던 엄마도, 80년대를 시골에서 살았던 나도, 앞으로 미래를 살아갈 우리의 아이들도 미친 날씨가 아닌 정상적인 날씨에서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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