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로 산다는 것
크리스틴 폴 지음, 권영주.박지은 옮김 / 죠이선교회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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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로 산다는 것>(크리스틴 폴, 죠이선교회)을 읽고

내가 진실된 공동체를 경험하게 된 것은 그래도 다행히 가정에서였다. 중학교 1학년 때 일이다. 처음 영어를 배웠을 때 무슨 재미가 그렇게 붙었는지 학교를 다녀오면 엄마에게 미주알고주알 그날 배운 것을 일러주었다. “하이! 하와유? 그러면 엄마는 파인, 땡큐. 앤유? 하는 거야!” 하면서 오히려 내가 배웠던 것을 엄마에게 가르쳤다. 그렇게 나는 우리 가정 속에서 내 속의 것들을 엄마에게 말하는 것의 즐거움, 진실됨을 가정이라는 공동체에서 배웠다. 그런데 그러한 진실됨의 공동체가 깨진 것은 생각보다 이른 시기였다.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기 전 봄방학 때의 일이다. 하루는 한 친구를 바라보다가, 그 친구에 비하면 뭐 하나 내세울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 중학교에서 속칭 인정받으려면 첫째 싸움을 잘하든지, 둘째 공부를 잘하든지, 그것도 안되면 운동을 잘하든지 해야했다. 나는 반에서 성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편이었지만 그 친구에 비하면 어느 것 하나 그 친구보단 잘난 것이 하나도 없게 보였다. 그러한 생각에 갑작스레 비교의식으로 인한 열등감에 사로잡혔다. 그리고는 삶에 대한 비관과 우울증, 무력감이 찾아왔다. 답답한 마음에 입맛도 없고, 힘도 없어져서 하루는 “엄마 나 죽고 싶어…” 라는 체념의 말을 쏟아놓기도 했다. 몰랐다. 그 때는 엄마가 어떤 반응이라도 할 것을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머니는 어찌해야할지 모르셨던 것 같다. “그래… 도열이가 뭔가 많이 힘들구나. 왜 죽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하고 받아주시기를 바랬는데, 어머니는 묵묵부답 놀라셨어 그러셨는지 아무런 반응을 못하셨다. 그것이 반응이었는데 나는 그 반응이 싫었다. 그렇게 일주일여를 반복적으로 무기력에 젖어 있었다. 아침 밥상 앞에서 나의 정체성은 흔들리고 나의 자존감은 형편없이 무너지고 있었고, 그 마지막 버팀목이라고 여겼던 엄마마저 도울 수 없다는 것이 나를 더욱 무력하게 했다. 그 때 내 마음에는 신뢰 공동체가 무너졌던 것 같다.

공동체로 살아간다는 것은 참 어렵다. 어쩌면 저자도 그러한 부분을 알기에 영어 원제가 “living into community”라고 잡은 건 아닌지? 공동체로 산다는 것이 공동체로 들어가는 것이자, 공동체를 만들어감이라는 어감이 함께 공존하는 느낌을 전달하는 제목이다. 어떻게 하면 공동체로 살아갈 수 있을까? 특별히 21세기 자본주의의 끝을 달리고 소비주의와 SNS를 통한 개인주의화된 문명의 이기를 다 누리는 듯한 이 세대에 공동체를 만들고, 공동체를 누리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저자는 정확하게 짚어낸다. 그러면서도 공동체로 들어가는 방법을 네 가지 실천적인 덕목으로 구체화시켜 제시한다. 그 네 가지 덕목은 감사로 살아가기, 약속하기와 약속지키기, 진실하게 살아가기와  마지막으로 손대접의 실천으로 제시한다. 이 네 가지가 없으면 싸가지가 없는 존재가 된다. 이 네 가지를 갖춘 이는 하나님의 소망을 이 땅에 이루는 자가 된다. 공동체에 대한 접근에 있어서 훨씬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접근이다. 공동체의 성경적인 모델이나 정신, 원리를 제시하는 부분에 있어서 한발 앞서가는 느낌이고, 이 시대의 고민을 감싸안은 ‘동행’의 느낌이다. 실제 공동체를 꾸리고 있는 목회자들과의 프로젝트 모임에서의 나눔과 자료들이 버팀목이 된 것 같다. 읽어가면서 여러 가지로 줄을 치고 좋은 인용들과, 예리한 지적들에 어디서 이런 진주를 가져왔는지 싶었다. 여전히 어렵지만 할 수 있는 원리로서 네 가지 실천은 우리 시대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적확하게 골라내는 대목이다. 아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닌 제대로 살아가는 것이 진짜 아는 것이다. 공동체는 경험하는 것이 누리는 것이다. 공동체로 살아가는 것은 어렵지만 살아내어야 할 우리의 숙제이자 사명이다. 공동체로 산다는 것은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소망이다!

다행히 그 이후 나는 진실된 공동체를 만났다. 대학교 때이다. 시원한 속내를 다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들이 생겼다. 선교단체 동기들과 선배들이었다. 자신들의 속내를 진솔하게 드러내는 이들, 내 고민들을 들어주는 선배들이 생겼다. 신뢰가 부족하고 소심했던 나는 그러한 맘도 들킬세라 조심조심 나의 고민들을 안들키며 풀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동기들은 하나하나 자신들의 연약함을 솔직하게 드러내었고, 그것들을 받아주는 선배들의 듬직한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 나의 마음은 누그러졌다. 아니 활짝 열렸다. 진실한 공동체의 사랑과 배려 덕분에 나는 말씀 앞에 제대로 반응할 수 있었고, 진리되신 예수 그리스도가 주는 놀라운 자유함 또한 누렸다. 대학 1학년 2학기 선교단체 소그룹 모임 때 리더 누나의 이야기에 나는 적잖이 놀랐다. “도열아, 너는 실존주의적인(!) 사고에 상당히 젖어있는 것 같다. 그 부분을 잘 벗어나면 좋겠구나~” 나는 ‘실존주의’라는 어려운 말에 놀랐다기 보다는 나의 어떤 모습을 정확하게 찔러주는, 알아봐주는, 그러면서도 용기있게 말해주는 리더의 말에 고마웠다. 더 구체적인 조언들은 생각이 다 나지 않지만 그 때의 그 소그룹 모임에서 받았던 따뜻함과 예리한 조언은 내게 놀라움과 감사로 남았다. 그로 인해 나는 신뢰의 공동체를 만나게 되었다.

우리는 개인주의화되어가는 현대 자본주의 속 소비주의 패턴 속에 살아간다. 동양이 가진 공동체주의가 허물어져버렸지만 그러함에도 성경이 말하는 공동체는 하나님의 소망을 이 땅에 실현하는 장이다. 우리는 개인주의가 팽배해져 가는 이 세대 속에서 하나님의 대안인 진실된 공동체로 살아갈 것인지, 우리 역시 세속의 이기주의화된 개인주의자로 살아갈 것인지를 두고 씨름하며 살고 있다. 이왕 이렇게 산다면 진실한 공동체 속으로 진입하여 더 적극적으로 하나님의 소망을 이루어가고 싶지 않은가! 좌절하지 말고 인내함으로 한걸음 한걸음 그 결실을 누려가 보자~! 이 책 저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녀의 따뜻하고 세밀한 조언에 귀를 기울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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