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구성의 책이다. 읽는 동안 이 책이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짧은 엽편인지 장편인지 여러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쓴 책으로 보인다. 소설가이자 작사가인 저자 한경혜 작가는 자신의 장기를 잘 살려 책을 기획한 듯 보인다. 결론만 말하자면 이 책은 장편 소설이다. 그러나 엽편과 에세이적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 맘에 드는 편을 골라 읽거나 거꾸로 읽거나 읽는데 전혀 무리가 없는 책이다.
소설 '표현의 감각'은 세연이라는 한 여성의 일상, 사회, 연애 속에서 다루는 언어를 다루고 있다. 한 편 한편이 짧은 엽편처럼 상황을 다루고 있다. 엽편이나 에세이처럼 제목으로 구성된 한 편으로 기승전결의 구성으로 한편이 완결성을 갖추고 있다. 앞에도 적었으나 따로 떼어서 읽어도 읽는 것에 전혀 무리가 없다. 한 편의 이야기에서 언어와 함께 관계에 대한 소회를 다룬 에세이처럼 보이기 때문에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들 역시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다. 순차적으로 이야기를 읽으면 많은 관계 속에서 성숙해진 세연의 자립기(?)를 다룬 장편 소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이야기 속 세연의 삶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아 읽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세연을 응원하게 될 것이다.
엽편, 에세이, 장편, 모든 구성을 갖추고 있다고? 이렇게 글을 쓰는 게 가능한가. 가능했다. 탄탄한 기획과 구성을 통해 만들어진 이야기까지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매력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삶에 대한 내공도 깊어 읽는 동안 참 많이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