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감각 - 매력적인 사람의 감각적 언어 표현에 대하여
한경혜 지음 / 애플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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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언어의 온도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든 이기주 작가가 말의 품격이라는 책을 냈다. 해당 도서는 말을 품격있게 쓰기 위해 개인이 가져야 하는 태도에 대한 많은 일화를 에세이로 기재한 책이었다. 말의 품격을 읽으면서 말의 품격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분석한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논한 적이 있었는데, 그런 책이 나왔다. 표현의 감각 이 책은 일상의 디테일한 상황 묘사와 언어의 디테일한 분석을 통해 언어를 보다 바르고 품격있게 쓸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기분 나쁘게 해서 미안해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위 두 가지 표현 중 어느 쪽이 맞는 사과 표현일까. 일상적으로 쓰이는 표현이지만 한 표현에는 상대의 감정에 대한 공감이 다른 표현에는 유감이 들어있다. 이로 인해 다른 한 표현에는 사과 표현으론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사소해 보이는 '표현'은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대화란 부모나 친구 사이, 관계 속에서 익히는 것으로 정확히 배울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많은 이들이 관계 속에서 화법을 익히다 보니 잘못된 화술을 습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잘못된 언어습관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좀 더 바른 어휘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한 권의 책으로 어휘의 디테일과 사용에 대해 심도 있게 짚어주는 만나기 쉽지 않다. 이 책에 대한 평이 후하다 생각할 수 있을 텐데, 이런 유의 책이 필요함에도 어휘의 의미와 활용을 디테일하게 짚어주는 화술 화법 책이 책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소설? 에세이?

표현의 감각은 어떤 책

묘한 구성의 책이다. 읽는 동안 이 책이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짧은 엽편인지 장편인지 여러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쓴 책으로 보인다. 소설가이자 작사가인 저자 한경혜 작가는 자신의 장기를 잘 살려 책을 기획한 듯 보인다. 결론만 말하자면 이 책은 장편 소설이다. 그러나 엽편과 에세이적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 맘에 드는 편을 골라 읽거나 거꾸로 읽거나 읽는데 전혀 무리가 없는 책이다.

소설 '표현의 감각'은 세연이라는 한 여성의 일상, 사회, 연애 속에서 다루는 언어를 다루고 있다. 한 편 한편이 짧은 엽편처럼 상황을 다루고 있다. 엽편이나 에세이처럼 제목으로 구성된 한 편으로 기승전결의 구성으로 한편이 완결성을 갖추고 있다. 앞에도 적었으나 따로 떼어서 읽어도 읽는 것에 전혀 무리가 없다. 한 편의 이야기에서 언어와 함께 관계에 대한 소회를 다룬 에세이처럼 보이기 때문에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들 역시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다. 순차적으로 이야기를 읽으면 많은 관계 속에서 성숙해진 세연의 자립기(?)를 다룬 장편 소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이야기 속 세연의 삶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아 읽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세연을 응원하게 될 것이다.

엽편, 에세이, 장편, 모든 구성을 갖추고 있다고? 이렇게 글을 쓰는 게 가능한가. 가능했다. 탄탄한 기획과 구성을 통해 만들어진 이야기까지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매력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삶에 대한 내공도 깊어 읽는 동안 참 많이 배웠다.

책 속의 문장들

어디까지 말할 수 있을까?

세연은 다년간 경험을 통해 진실보단 사실만을 말할 때 호감을 제일 많이 얻었다는 걸 깨달았다. 낱낱이 다 말하는 건 속없는 사람이 되기 쉬웠고 운만 띄우는 건 의뭉스러운 사람이 되기 쉬웠다. 첫 직장에서 잘린 이야기를 낱낱이 이야기했던 면접은 모두 떨어졌다. 여기서 낱낱이란 제 감정까지 모두 섞은, 하소연과 분노를 더한 모든 것이었다. 운만 띄웠던 면접 역시 떨어졌다.

할 필요가 있을 때만 할래 중에서

상대에 따라 다르게 말할 줄 알아야 하고 상황에 따라 골라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사회적 인간이라면 상식의 범주에서 엄격하게 구분한다. 매우 쉬운 말이라서 그 다른 느낌을 우리는 쉽게 포착하기도 하지만 교묘하게 이용하기도 한다.

다른 말이 가진 상식 중에서

궁금하다고 해서 다 물어선 안 되는 것이 질문자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예의이자 의무이다. 질문받지 않을 권리가 훨씬 크다는 뜻이다.

질문받지 않을 권리에 대하여 중에서

읽고 나서

책의 첫인상과 내용이 다를 경우 좋은 평을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표현의 감각의 경우는 기대했던 내용과 실제가 전혀 달랐다. 에세이라 생각했는데, 소설이었던건 정말 의외였다. 읽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고, 마지막까지 읽으면서 주인공에게 공감하는 자신이 있었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좋았던 책은 처음이라 설렜고, 책을 읽고, 두 번을 다시 읽었다.

언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모두에게 진실하고 한결같은 태도로 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대에 따라 다르게 말할 줄 알아야 하고 상황에 따라 골라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이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말이란 도구를 상황에 맞게 잘 사용하고 있는가? 나의 섣부름으로 나 또는 주변의 누군가가 다친 것은 아닐까. 소중한 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섣부르게 선택한 언어가 그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았을지 생각하게 된다.

표현의 감각을 읽고 책이 너무 좋아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했다는 후기를 보았다. 정말 좋은 책이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74114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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