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들 1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배수아 옮김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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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부터는 잠들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이 동원됩니다. 그 말은 곧, 불가능한 것을 실현시키려 애쓴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 사람은 어차피 잠들지 못합니다(그런데 신은 심지어 꿈도 없는 잠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잠들지 못하면서 머릿속으로 일에 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밤은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깨어 있는 밤과 불면의 밤. 당신에게 이 밤들에 대해서 자세히 쓰려고 한다면, 당신이 그것을 듣고자 한다면, 나는 영영 이 편지를 끝내지 못할 겁니다." p149

매일매일의 삶이 잠을 위한 싸움이었던 카프카. 반쯤 잠이 든 상태에서 찾아오는 환상과도 같던 꿈들은 그의 편지와 실제적인 글의 소재가 되기도 하였다. 그의 불면이 아니었던들 변신의 그레고르가, 소송의 요제프 k가 탄생될 수 있었을까. 이쯤되면 꿈과 환상, 환상과 현실이 모호하듯 모든 것의 경계선이 무너진다. 아니, 의미없어지기 시작한다. 그의 불면과 불면에서 기인한 불안함이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벌레로 바뀌어 버리는 그레고르를 탄생시켰나, 아니면 세상 속에 태어나버린 괴물이 그를 지속적으로 억압하여 불면의 밤을 만들었던 것인가.

어쩌면 반쯤 잠이 든 듯, 들지 않은 것 같은 불면의 밤은 종이를 반으로 접어 맞대어 둔 두 면을 풀로 붙여 두듯이 어쩌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이 결국은 같은 면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꿈에서 깨었을 때 전혀 달라지지 않는 현실이 두려워 우리는 때로 불면의 밤들을 선택하곤 하지 않았던가. 꿈과 현실이 온전히 반으로 나누어져 있지 않는다는 모호함은 종종 우리를 안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다만 그 날카로운 경계에 계속 서 있고자 할 때 삶은 위태로워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받아들이는 것. 두려움에 맞서는 것. 어제의 그 태양이 오늘 또한 또 다른 찬란한 빛으로 우리에게 비추일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
바로 그 때 나약한 인간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잠을 청할 수 있게 된다.

카프카의 불면의 밤이 아니었던들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없었겠지만, 위태로운 하루하루를 버텨 가느라 한낮의 몽상도, 한밤의 달디단 꿈의 대화 속으로 온전히 빠져들지 못했던 작가의 모습이 떠올라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영면한 카프카는 영원한 잠의 '꿈' 속에서 평안히 휴식할 수 있기를...

- 2020.12.28.
때론 모든 것이 꿈이길,
때론 모든 꿈들이 현실이길 바라는
'인생이라는 이름의 꿈'을 살아 나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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