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처럼 문지 스펙트럼
다니엘 페낙 지음, 이정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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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기간동안 초등학생 자녀의 독서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혹자는 13세 이전에 독서 자세를 바로 잡으라고 하고, 혹자는 초등교육은 독서가 전부라고 한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는데 이제 한 해와 반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12년 통틀어 요 녀석이 읽은 책이라고는 글밥이 큰 책 열다섯 권 남짓. 이대로 독서교육은 물건너 가는 것인가. 나의 아들은 그저 질문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도 못하는 학습 부진아로 평생을 살아야하는 것이 아닐까 마음이 불안해진다. 왜 독서 교육 전문가들의 아이들은 하나같이 책을 그리 몇 백권씩이나 읽는 것일까. 근자의 독서 관련 책들은 오히려 조바심나는 마음을 부추기는 것들 뿐이다.
그러한 가을에 다니엘 페나크의 <소설처럼>을 만났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한 문장이 생각났다. '책이 당신의 자녀들에게 걸어들어가도록 그냥 놔두라.'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면 어느 날 무엇에 홀린 듯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의 자녀와 만나게 될 것이다.'

나는 나의 아들이 힘겹고 외로운 날들에 책을 벗삼아 그 조금은 서늘한 시기를 따사롭게 보낼 수 있다면 좋겠다. 질문의 요지를 파악하는 독해력을 높이기 위한 독서, 어느 우수한 대학 입학 논술고사를 멋지게 치뤄내기 위한 독서가 아니라 어느 눈 나리는 겨울날 문득 창 밖을 바라보며 동일한 심정으로 나리우는 눈을 바라보았을 여느 작가들의 끄적거림을 평안한 마음으로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여유로움을 지닐 수 있다면......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나는 다시금 나는 꿈꾸어 본다. 대단한 독서교육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어쩌면 장난꾸러기 나의 아들 녀석도 언젠가는 재미있을 것 하나 없는 무수한 책들을, 작가들의 서로 다른 문체를 흥미롭게 생각하는 날들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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