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문지 스펙트럼
사무엘 베케트 지음, 전승화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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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베케트의 첫사랑은 사랑해본 적이 전혀 없는 사람의 사랑이다. 어찌할 수 없이 벌어지는 일.  마음과 다르게 하는 행동. 고요를 깨뜨리는 소동. 이 질퍽하고 답답한 순간에 빠져들어 반복되고 생략된 이야기를 생각해본다. 베케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향하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당신이 방해가 돼요”


“그녀는 내 곁에 없을 때도, 나를 몹시 방해했다. 하기야 그녀는,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늘 같은 이유로 나를 방해한다. 그러나 지금은, 방해는 받아도 더 이상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아니면 아주 약간만 있는데, 무슨 말인가 하면, 방해받기, 난 그게 필요하다고도 말할 수 있으니까,”


“여하튼, 사랑 그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다.” 

_첫사랑



“결국 창문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다. 얼마든지 다른 이야기를 할 수도 있었는데. 어쩌면 다음번에는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살아 있는 자들이여, 그대들은 그 이야기도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걸 보게 될 거다.”

_추방자



“그래서 나 자신한테 이야기를 하나 해주려고, 나를 좀 진정시키기 위해서,”

_진정제


당신이 방해가 돼요.

그녀는 내 곁에 없을 때도, 나를 몹시 방해했다. 하기야 그녀는,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늘 같은 이유로 나를 방해한다. 그러나 지금은, 방해는 받아도 더 이상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아니면 아주 약간만 있는데, 무슨 말인가 하면, 방해받기, 난 그게 필요하다고도 말할 수 있으니까.

여하튼, 사랑 그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다.

결국 창문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다. 얼마든지 다른 이야기를 할 수도 있었는데. 어쩌면 다음번에는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살아 있는 자들이여, 그대들은 그 이야기도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걸 보게 될 거다.

그래서 나 자신한테 이야기를 하나 해주려고, 나를 좀 진정시키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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