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 몸도 마음도 내 맘 같지 않은 어른들을 위한 본격 운동 장려 에세이
가쿠타 미츠요 지음, 이지수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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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출간된 직후부터 이건 내가 읽어야될 책이다!!하고 도서관에 비치신청을 했다. 하지만 운동을 미루듯이 책읽는 것도 미뤄서.. 비치된지 반년도 더 지나고서야 드디어 읽어본다.

'본격 운동 장려 에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나도 운동에 대한 의욕을 가져보고자 읽기 시작한 책이지만, 작가는 시종일관 하기싫어, 하기싫어 라는 말을 하고 있다. 당황스럽다. 그래서 부제가 '본격 운동 장려(?) 에세이' 였구나! 당황스럽지만 솔직해서 좋다.

서문도 마음에 든다.
- 젋음과 새로움이 동의어가 아니듯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사람은 저절로 어른이 되지 않는다. 서른 몇해동안 한번도 적극적으로 해본적 없던 운동을 시작한 건 바로 이 예감 때문이었다. 나는 이대로 완전한 중년이 되어도 20대와 같은 호된 실연을 하고 10대 소녀처럼 상처받겠지. 한편 체력은 점점 달리고 나이와 정신과 육체는 점점 불균형해지겠지. 40대의 실연에 대비해서 튼튼한 마음을 갖자.

최근 내가 운동에 대한 의무감(?)을 갖는 이유도 이것이다. 체중감량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다이어트는 부차적인 이유다. 난 아직도 어리지만, 체력이 떨어지고 생활이 늘어지는 게 느껴진다. 난 앞으로도 하고 싶은게 많고, 체력을 이유로 앞으로 많이 남은 시간을 단순하게만 보내고 싶진 않으니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체력을 가지고 싶다.

이 에세이는 이렇게 나와 비슷한 이유로 운동을 시작한 작가의 경험들을 엮은 것이다. 30대 후반, 40대 초반쯤 됐겠거니 했는데 엄마랑 비슷한 나이였다. 오오 갑자기 더 대단해보인다. 하기싫어 하기싫어 하면서도 어느덧 10년째 꾸준히 운동을 해오고 있다.

'하기싫어'까지는 나와 같지만 또 다른 점은 이 사람은 한다는 것. 하기싫지만 하는 이유는 명쾌하면서도 귀여우면서도 현실적이다. 운동모임의 뒷풀이에 참석하고 싶어서, 마라톤이 끝난뒤 포장마차에서 음식을 먹고싶어서, 마라톤 참가를 빙자한 여행을 가고 싶으니까, 이런저런 이유들이지만 어쨌든 10년 가까이 '하고 있다'.

책속의 경험들은 모두 같은 흐름이다 '하기싫지만, 했다' 또는 '힘들지만, 해냈다'.
솔직한 운동경험 답게, 재미없는 건 재미없다고, 안 맞는건 안 맞는다고 얘기한다. '힘들지만 꾹 참고 했더니 보람되고 뿌듯하고 건강에도 좋고 어쩌구...'같은 흐름이었다면 읽다가 흥미가 식었을 거다.

싫다 싫다, 하고 있지만 어쨌든 작가는 운동에 꽤 성의를 들이고 있고 그렇기에 오랜 습관으로 만들수 있었을 것이다. 다리가 다쳐서 달릴 수 없음을 좋아하면서도 내심 불안해한다던가, 해보지 않으면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잘하는지 아닌지 알수 없어 라며 새로운 운동에 도전한다던가, 산길을 달리는 트레일 러닝은 특히 더 힘들지만 숲을 보는게 좋기 때문에 자기랑 잘 맞는것 같다든가. 몇시간째 달려서 너무나 지치지만, 여기서 걸어버리면 앞으로 계속 '그때 걸어버렸지..'라고 생각날 것 같으니까 걷지 않겠다던가!
이런 나랑은 다른 생각들이, 작가는 10년째 운동을 하고 나는 시작조차 하는 않는다는 차이를 만드는 거겠지.

앞으로 내가 경험할 일이 있을까 싶은, 마라톤이나 트레일 러닝의 풍경을 그려보는 것도 재밌었다. 달리는 주자들 옆에서 음식을 나눠주는 응원객들, 도심속 또는 바다를 바라보며 달리는 주자들, 비오는 골짜기를 오르는 사람들, 공원에 모여 요가를 하는 모습들...
마지막 에피소드로 나왔던, 와이너리를 달리는 이야기는 정말 이색적이었다. 포도밭 사이로 마라톤 코스를 만들고 와인과 음식을 먹으며 달린다. 급수대에서 와인이 나오고, 음식도 디너코스처럼 크루아상, 굴, 스테이크, 치즈 등을 나누어준다. 작가는 이거야말로 어른의 마라톤이라며 즐거워한다.
재밌겠다...

이러나 저러나 작가는 10년째 주말마다 달리고 있고, 운동을 습관으로 만들었다. 그러니 빼먹으면 허전하고, 이렇게 운동 에세이도 쓰는 거다. 그 '습관'으로 만든 비결이랄지 계기랄지 그걸 알고 싶었는데 그부분은 조오금 아쉽다. 그리고 아무래도 마라톤 얘기가 자주 나와서 후반부엔 대충 휘리릭 읽었다... 그치만 전체적으로 재밌는 에세이임에는 틀림없다.

제일 마지막에는 '즐거운 운동을 위한 어른의 여덟가지 자세'를 말해준다. 여기서 밑줄쳐야 하는 부분은 '어른'이다.
- 높은 뜻을 품지 않아야 오래 운동할 수 있다. 아무리 해봤자 이제 올림픽에 못 나간다.
- 살빼야지, 건강해져야지, 운동모임에서 여친/남친을 만들어야지, 같이 이득을 바라고 운동하면 좌절이 빨리 찾아온다.
- 운동이 질릴 때는 비싼 용품을 사면 '모처럼 샀으니까' 라면 그만두는 시기를 늦출 수 있다.
- 시원한 맥주, 스파, 마사지같이 운동 후 나에게 포상을 준다.

정말이지 신뢰도와 공감도가 확 올라가는 마무리이다.
계획을 세운다, 운동 후 날씬/건강해진 모습을 상상한다, 운동메이트를 만든다, 같은 뻔한 얘기가 아니라서, 기분좋게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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