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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방
김미월 지음 / 민음사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감탄하면서 읽었다. 말 그대로 소설다운 소설, 재미있는 소설을 원한다면 강추다. 김미월 소설가, 정말 글 잘 쓴다. <여덟 번째 방>은 한번 책을 펼치면 끝까지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다. 장편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읽어본 게 도대체 얼마만의 일인지 모르겠다. 엄청난 사건이 있거나 대단히 독특한 인물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김미월은 아주 솜씨 좋은 문장들과 튼튼한 이야기의 힘으로 독자를 끝까지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든다.
소설은 영대라는 25세 복학생 청년이 짝사랑하던 과 선배에게 꿈이 없어서 한심하다는 말을 듣고 충동적으로 집에서 나와 월 10만원짜리 쪽방에서 독립을 시작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소심하고 어리석지만 특별히 모난 데 없이 순박한 인간 영대. 소설에서 읽으면 왠지 동정이 가지만 현실에서 만난다면 좀 한심해 보일 것 같은 이 청년은 자신의 방에서 전에 살던 여자가 두고 간 스프링 노트를 발견하는데, 그 속의 이야기가 바로 이 소설의 중심 내용이다. 그 부분이 핵심이다. 노트 속에 나오는 여자가 여덟 번 이사 다니는 이야기. 정말 좋다. 읽으면서 몇 번이나 가슴이 뛰었고 슬펐고 종이로 밑줄을 그은 적도 많다.
사무실 언니도 이 책을 빌려줬더니 밤에 조금만 읽고 자려고 했다가 결국 새벽 5시까지 다 읽고 잤다고 한다. 그만큼 재미있다는 얘기다. 언니는 자기가 지방에서 서울 올라와서 이사를 많이 다녀서 그런지 정말 자기 얘기 같았다면서 마지막에 눈물이 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