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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
김헌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3월
평점 :
기존의 신화를 전체이용가로 순화해서 설명한게 보인다 신화 내용을 쉽고 이해하기 편하게 써놨으며 저자의 생각이 많이 들어가있다
원하는 상대에게 접근하기 위해 그 여인의 남편이나 그녀가 섬기는 여신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꼭 필요한 협력자를 얻기 위한 제우스의 집요한 노력을 보면서 저는 자문해 보았습니다. '나는 내게 꼭 필요한 친구나 동료, 협력자를 얻기위해 제우스처럼 나 자신을 얼마나 변신시켰나?" 신화에 표현된 글자 그대로만 보지 말고 그 말의 뜻을 곰곰히 깊게 생각해보면, 제우스의 위대함에 감탄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사람을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시나요? 제우스처럼 훌륭한 '바람둥이'가 되어 보면 어떨까요?
p88
제우스의 불륜이자 바람, 강간을 순화해서 재해석한 점은 흥미로웠다.
최고 신이라도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모든 걸 내던지고 상대방에게 맞추려는 모습은 본받을만 하긴 하다
헤파이토스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 아프로디테와 결혼을 하게 되지요. 그동안의 고생에 대한 보상이라고 할까요? 이렇게 헤파이토스는 아프로디테의 첫 남자가 됩니다.
p188
그런데 여신인 아프로디테의 바람에 관해서는 다른 시각으로 써놓아서 묘하게 거슬렸다. 사실 여러 신화마다 전승이 다른데 여기서는 크게 다루지 않는듯 하다. 헤파이토스가 헤라를 묶어놓고 풀어주기 위한 조건으로 아프로디테를 달라고 했다거나 혹은 제우스가 남신들의 싸움을 막기 위해 강제로 아프로디테를 헤파이토스와 결혼 시켰다는 등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모든 이야기에서 주제가 되는 아프로디테의 의사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아프로디테는 본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강제로 결혼한 것이다. 몇몇 신화학자들은 이런점을 짚고 넘어갔었다. 특히 이런 점은 현대인의 시각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서는 여신인 아프로디테를 남신인 헤파이토스의 '고생에 대한 보상' 이라고 말한다. 남성의 고생에 대한 보상은 왜 여자가 되어야 하는가? 설령 남성중심적인 신화의 내용이 그러할지라도 현대인의 시각에서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본다. 하지만 그런 글을 없었다. 묘하게 거슬린다.
못생긴 남편은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다른 남자에게 눈을 돌리곤 했습니다. 아프로디테는 남자를 선택할 때에도 품성이나 실력보다는 외모를 기준으로 삼았던 겁니다. 그녀는 신들 가운데 가장 건장하고 훤칠하고 잘생긴 남신과 뜨겁게 연애를 했으니까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 아프로디테의 남성편력이 서양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제국을 만드는 싹이 되었다니, 참으로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p193
남신인 제우스의 바람은 이유가 있고 본받을만 하지만 여신인 아프로디테의 바람은 다르다는 듯이 보여서 신경쓰인다. '품성이나 실력보다는 외모를 기준으로 삼는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리스의 여러 신들도 똑같이 바람을 폈으며 외모를 따졌다. 특히 제우스가 그러했다. 따라서 미의 신이자 사랑의 신인 아프로디테가 그런다는 것은 딱히 문제될 점은 없다고 본다. 게다가 헤파이스토스 역시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린 적이 있다. 전쟁의 신 아테나를 강제로 범하려고 했다가 실패했지만 말이다.
저자의 생각에 공감이 되고 재밌는 부분도 있지만 현대와는 조금 맞지 않는 올드한 생각도 보여서 아쉬웠다. 그래도 방대한 신화를 한권에 묶으려는 저자의 노고가 보여서 나름 즐겁게 읽었다. 그리스로마신화 입문으로 나쁘지 않다고 본다. 비슷한 느낌의 책으로는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가 생각났는데 솔직히 이윤기 작가의 책이 더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