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봄꽃들 다 지고 난 여름날 붉고 큰 꽃송이의 꽃을 피우고 활짝 핀 모습 그대로 지는 꽃, 능소화. 시들지 않고 꽃송이째 그대로 떨어지는 모습처럼 아름답지만 가슴아픈 사랑의 주인공 응태와 여늬. 피해보려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운명앞에 이별을 맞이했지만 그 운명에 지지 않고 오히려 직접 부딪히려 했던 강한 여자 여늬.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죽음까지도 두렵지 않았던 다만 이 세상에 아이와 홀로 남을 그 여인만을 걱저했던 한 남자, 응태. 그 둘의 사랑이 찬바람 불고 서늘해지는 이 가을 초입에 더욱 더 가슴아프고 아리게 다가온다. 4백년이 지난 지금, 능소화 흐드러지게 핀 어디에선가 그 둘이 다시 만나 그 옛날 못다한 사랑을 꼭 이루었음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