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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년 전에 이미 지불하셨습니다
라미 현 지음 / 마음의숲 / 2021년 6월
평점 :
과묵하기로 유명한 올해 83세 되시는 우리 아버지. 가끔 술을 드시면 고리타분한 옛이야기를 늘어놓으신다. 흥남부두 피난 이야기다. 반세기 훨씬 전의 이야기를 당신은 실감 나게 하신다곤 하지만 난 흥남이 어딘지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그럴 때마다 나는 아버지 또 저러시네!! 라며 화제를 바꾸든지 아니면 귀로 닫고 딴생각을 한다든지 하며 지혜롭게(?) 흘려보냈다.
라미 현 작가를 알게 된 건 우연히 본 TV 프로그램에서다. 카메라를 들고 새로운 역사를 찾아 나서는 그의 행동이 처음엔 낯설고도 무모하게 느껴졌다. 왜 사서 고생을 하지? 그래서 얻는 것이 뭔데 라며... 시작된 의문은 잔잔한 감동으로 이어져 여운을 남겼다.
그리고 책에서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책을 읽는 순간순간 지나간 역사의 긴박함과 긴장감에 몰입되어 이야기 속에 같이 동화되었다. 22개국 1,500여 명의 참전용사들을 기록했던 흔적과 돈으로 살 수 없는 휴머니즘을 훔치듯이 읽으며 눈시울을 적셨다. 참혹한 전쟁이 나를 울렸는지, 낯선 참전용사의 전우애와 애국심이 나를 울렸는지, 버릇처럼 이야기하시던 아버지의 전쟁 이야기가 다시 생각나 나를 울렸는지 잘 모르겠다.
이야기를 정독하며 한 장 한 장 참전용사들의 사진을 곱씹어보면 그들의 눈빛에서 또 표정에서 슬프고 아름다운 역사를 깨달을 수 있었다.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생존을 목표로 하는 삶을 살았던 참전용사분들을 삶을 영원히 마음속에 기억하고 싶다.
아버지에게 이 책을 꼭 선물해주고 싶다. 그리고 아버지가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흥남부두 이야기에 귀 기울여봐야겠다.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은 애국이라는 표현 자체를 낡은 것, 곤대스러운 것으로 쉽게 생각하곤 한다. 나라가 없는 서러움을 겪은 사람과 나라의 보호가 당연했던 사람의 마음가짐이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것은 아니다. 애국에 대한 그들의 간절함과 진정성이 쉽게 폄하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온몸으로 애국하는 마음>
나는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대한민국 국민과 정부가 오 선생님과 같은 한국전쟁 참전용사분들의 애국심을 조금만이라도 더 알아줬다면 보다 더 나은 대한민국이 되지 않았을까. 매달 3만 2천 원, 겨우 그것이 시간과 목숨을 바친 대가라니……. 어떤 마음은 돈으로 환산하려 해서 그 가치가 훼손되고 만다. 참전용사분들의 삶 또한 단순히 계산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_<진정한 ‘생존 연기’를 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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