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란 무엇인가
시드 필드 지음, 유지나 옮김 / 민음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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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인 ‘작문‘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서사 구조에 대한 직관과 통찰력이 대단한 책입니다. 영리하고 치밀한 시나리오를 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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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턴 -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 민음사 모던 클래식 36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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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오 이시구로가 이렇게 위트 있는 사람이었다니.. 짧은 글에서도 느껴지는, 인간 존재에 대한 따뜻한 애정. 책에 실린 단편들이 묘하게 연결되는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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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세트 - 전3권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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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쳤다!'

내가 이 책을 읽는 중에, 그리고 다 읽은 후에 가장 많이 한 생각이다.

특정한 수식어를 사용하여서 이 책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이 책은 나의 인생 책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저서 중 아마도 가장 유명한 것은 <죄와 벌>일 것이다. 하지만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의 저서 중 가장 역작은 이 책이다.

독후감의 첫 시작부터 무차별적으로 이 책에 대한 찬사를 보냈는데, 이제 대체 왜 이런 찬사를 보내는지를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이 훌륭한 이유를 나는 크게 두 가지로 이야기하려고 한다.

하나는 탁월한 심리적 묘사와 캐릭터이고, 두 번째는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참고로 독후감에 스포는 없당!!


1.

<죄와 벌>을 읽은 사람이라면 그 책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도스토예프스키는 인물 심리 묘사를 상당히 치밀하게 잘 한다.

그의 심리 묘사를 보고 있자면 그 묘사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들고, 여기에 더하여서 마치 내가 그 인물이 된 듯한 느낌까지 갖게 된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도 그런 치밀하고 흡입력있는 심리 묘사가 나타난다. 명불허전 도스토예프스키다.

그런데, 그의 대표작인 <죄와 벌>과 비교하여서 이 책이 더 엄청난 점은 캐릭터가 상당히 다양하다는 것이다.

책의 제목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총 세 명인데,

첫째는 날라리에 불한당, 때로는 패륜아같이 보이기까지하는 캐릭터이며,

둘째는 인텔리, 학자에 종교적으로는 무신론자다.

그리고 셋째는 선량한 신학생이다.

세 형제의 캐릭터가 신분으로도, 성향으로도, 사회적인 시선으로도 겹치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

사실 이들 중 한 명의 캐릭터에 대해서도 그의 심리를 파악하고, 그 심리에서 나오는 행동을 구상해내기도 쉽지 않을텐데 도스토예프스키는 그들의 심리를 모두 완벽하게 묘사해낸다.

그것을 보고있자면, 도스토예프스키가 정말로 세 개의 상이한 인생을 모두 살아봤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래서 독자는 세 캐릭터에 대해서 잘 이해할 수 있다. 그의 묘사는 불친절하지 않다. 명확하고, 세밀하고, 정확하다.

이 책에는 극의 주된 인물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 세 명 외에도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그 캐릭터들 또한 상당히 다양하고, 캐릭터들 간에 이루어지는 대화를 통해서 우리는 캐릭터 한 명 한 명을 이해할 수 있다.


내가 도스토예프스키를 정말로 천재라고 느끼는 이유는 소설 속에서 대화가 상당히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독자가 그의 소설 속의 인물들과 장면을 하나하나 머릿속으로 상상해볼 수 있을 정도로 인물의 모습이나 행동을 상세히 묘사하기도 하지만,

극의 대부분이 심리 묘사나 대화로 이루어지고 또 플롯이 대화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 소설 안에 대화가 많다는 점이 사실 도스토예프스키 책의 크나큰 진입장벽이 되기도 하지만, 한번 그 장벽을 넘고 나면 그의 대화 속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인물들의 대화 안에 생각해 볼 철학적, 사상적 질문들을 많이 던져놓았다.

책의 큰 줄기나 중심이 되는 주제 의식 외에도 그의 책을 통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또 동시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 모든 생각들을 소설로, 그것도 상당히 유려하게 풀어낸 도스토예프스키는 정말 천재가 틀림 없다...


그리고 이 책은 묵직한 대화와 질문을 담아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왜냐하면 소설의 전체적인 줄기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주장르(?)는 범죄수사물이다. 사실 이 장르 자체가 시대를 막론하고 흥미와 몰입감을 주는 주제다.

여기에 가족 간의 막장 스토리 + 치정이 섞여져들어가 그야말로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게 만든다.ㅜㅜㅜ

간단히 말하자면, 아버지와 첫째 아들이 한 여자를 두고 설전을 벌이는데, 그 와중에 아버지가 살해를 당한다.

첫째 아들이 아버지와 여자 때문에 사이가 좋지 않음이 공공연한 사실이었고, 심지어 사건 발생 며칠 전에 첫째 아들이 "아버지를 죽여버리겠다."라고 술집에서 떠들고 다녔으니, 첫째 아들이 유력한 용의자였다. 아니, 사실 모든 사람들이 첫째 아들을 아버지의 살인범이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첫째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한 살인범인지를 두고 그 진범을 찾아나아가는 범죄 추리 수사물!!!

이정도 스토리면 사실 지금 당장 범죄물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 없을 정도다. 


2.

두번째로 내가 이 책을 훌륭하다고 하는 이유,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때문이다.

물론 앞서 말한 것 같이 책의 세세한 부분에서 담긴 메시지는 상당히 다양하지만, 나는 큰 줄기가 되는 이야기와 결말에 비추어 이 책의 주제를 "사랑과 용서"라고 말하고 싶다.

사랑이야,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시대에서도 여러 영화와 드라마, 숱한 소설들에서 다루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 사랑의 성질이 지금 시대에서 이야기하는 것과는 좀 다르다. 왜냐하면 <용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는 사랑에 대해서는 줄곧 이야기하고, 아름답다고 극찬하지만 용서에 대해서는 잊어버린 지 오래인 것 같다.

오히려 죄를 지은 누군가를 보면 비난하고, 혐오하고, 분노하는 것이 이 시대 대다수 사람들의 반응이다.

(사실 이런 모습은 이 시대만의 모습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100년여 전에 나온 이 책에서도 그런 모습이 보이니 말이다.

어쩌면 인간에게 있어 가장 본능적인 죄에 대한 태도일지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내용은 사람들의 이런 모습에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너가 죄인이라고 단정지은 그 사람, 정말로 죄인일까?

죄인에 대한 태도가 마냥 비난으로 끝나는 게 옳은걸까?


이 책에서는 정말 다양한 사상을 가진 인물들이 나와 서로를 마주하며 이에 대한 심층적인 토론을 나누는 장면이 많다.

사실 이때까지 내가 읽은 고전 중에서 이 책 만큼 다양한 사상에 대해 깊이 나누는 책이 없다.

다들 그저 하나의 사상 바탕 위에 세워져 있을 뿐, 고민하거나 토론하는 장면은 별로 없던 것으로 기억한다.

보통 우리는 시대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젖어 들며 살아가고,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것, 또는 사회에서 대중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을 진리로 생각하게 되기 마련이다.

이 시대는 선과 악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모든 사상이 제각기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이에 따라 다양한 사상들에 대한 토론이 많이 사라져가고 있는 시대다.

결국 "모든 것이 제각기 진리이니, 토론은 필요치 않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인 셈이다.

더 무서운 것은 이 생각 자체가 사실은 하나의 사상인데, 마치 사상이 아닌 양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 이 시대의 모습인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우리의 자연스러운 생각의 물줄기에 하나의 작은 돌멩이를 던져, 파동이 일어나게 만든다.

이것 자체가 이 소설이 가진 큰 의미 중 하나가 아닌가 한다...


3.

이제 독후감이자 결국에는 추천글인 이 글을 마무리하자면..

읽기에 조금 버거울 수도 있겠으나 (상당한 양의 길고 어려운 대화, 까다롭게 변화하는 러시아식 이름, 그리고 책 자체가 엄청난 장문)

인생에서 모두 이 책은 한번쯤 도전해보았으면 좋겠다!!!

마음 같아선 한번 더 읽고 싶지만 너무 길고 세상에 읽을 책은 많기에.. 좋은 기억을 남겨두고, 대신에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며 다니려고 한당.

어쩌면 러시아 문학의 가장 큰 진입장벽인, 까다롭게 변화하는 러시아식 이름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좀 주자면-


1) 러시아식 이름은 애칭이 있다. 친한 사람 끼리는 애칭을 부른다.

예를 들어 카타레나 -> 키티/ 카샤/ 뭐 이런식으로 변화한다. (이 애칭이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애칭은 부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데, 경험상 소설에서 한 사람이 부르는 애칭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카타레나를 보고 키티라고 부르는 사람은 계속 키티라고 부른다.

읽다보면 자주 나오는 인물들의 애칭은 쉽게 익혀진다. 

대개 애칭을 부르고, 정식적인 자리나 어색한 인물들 사이에서만 풀 네임을 부른다고 보면 된다. 결국 소설 흐름 파악에는 애칭이 좀 더 중요한 셈.


2) 러시아식 이름의 중간 이름은 ~의 아들 혹은 ~의 딸이라는 뜻이다.

남성의 경우,

~의 아들 =  ~~~비치 라고 보면 된다.

<니콜라이 안드레예비치 볼콘스키>에서 <안드레예비치>는 안드레의 아들이라는 뜻인거다.

여성의 경우에는

~의 딸 = ~~~브나 이다.

예를 들어, <리자베타 카를로브나 볼콘스카야>라면 카를로어쩌고씨의 딸 리자베타 라는 뜻인거다.

따라서 인물의 이름을 볼 때 중간 이름에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아버지 이름이다.

중간 이름보다는 앞의 이름, 그리고 애칭에 유념하면 된다.

중간 이름이 같다면 형제 혹은 자매라는 뜻이니 족보 파악에 꽤 유용하고, 또는 동명이인이 나올 경우 보통 중간 이름이나 성씨로 인물을 간파하면 된다.

러시아에는 비슷한 이름이 너무 많아서.. 차라리 중간 이름이 있는 게 더 인물 파악이 쉬울 때도 있다 ㅋㅋㅋ


위의 두 개만 알아도 어렵게만 보였던 러시아식 이름이 조금은 쉬워지는 걸 느낄 수 있다.

특히 중간 이름... 이거 모를 때에는 정말 어렵게 여겨졌었는데 알고 난 후로 좀 더 쉽게 러시아 문학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앞서도 말했듯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는 인물이 정말 많이 나오고,

주요 인물 외에는 스쳐지나가는 인물도 꽤 많다. 그러니 스쳐지나가는 인물의 이름에는 너무 집착하지 말도록 하자. 사람 이름 보다가 지친다.

이런 독자의 어려움을 이해하여 보통의 번역서에는 맨 앞장에 주요 인물의 이름과 간단한 신분을 써주는 편이니 잘 참고하면 된당.


내가 사랑하는 러시아 문학이고, 소설이라 좀 길게길게 독후감을 썼는데...

소설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그리고 읽는 데 있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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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세트 - 전3권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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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의 역작. 그의 소설적, 사상적 천재성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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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6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백승무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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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작가 레프 톨스토이의 마지막 장편 소설인 부활.

장편소설로는 <안나 카레리나>, 단편으로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포함한 몇 작품을 읽은 후 나에게는 호감인 작가였기에, <전쟁과 평화>나 <부활>을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부활>을 먼저 읽게 되었다. 아직 1권 밖에 읽지 못했지만, 1권까지 읽은 서평을 써보려고 한다.


1. 러시아 문학치고(?), 고전 치고 읽기 용이하다!

문학동네의 번역의 능력인지, 톨스토이의 <부활>이 쉬운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러시아 문학 치고는 가벼운 편이다. 읽기가 쉽다. 톨스토이의 동일한 장편과 비교하자면, <안나 카레리나>에는 톨스토이가 살던 러시아 사회의 시대적 배경이 많이 녹아 들어가 있고, 여기에 더하여 톨스토이가 관심 있어하던 정치나 사회 이슈에 대한 이야기가 대화에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부활>은 좀 다르다. 배경이 되는 교도소나, 인물들의 직업인 판사, 지방 국회 의원, 매춘부 등은 현재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직업이다. 현재 존재하지 않는 배경이라면 신분제도 정도가 있겠지만, 그 정도는 이해가 어렵지 않다. 여기에 전체적인 줄거리는 귀족 남성과 하층민 여성의 사랑 이야기이다. 이 구도는 현대 소설이나 드라마에도 많이 쓰이는 소재이다. 이렇게 인물이나, 배경이나, 소재가 어렵지 않은데, 여기에 더하여 매력적인 요소는 이 소설이 "고전"이라는 사실이다. 레프 톨스토이라는 대문호가 쓴 고전이기에, 결코 가볍지는 않다. 내용을 따라가는 건 어렵지 않지만 그 안에 녹아 들어가 있는 문제 의식이나, 던지는 질문들이 묵직하다. 고전이나 레프 톨스토이, 러시아 문학에 도전해보고 싶었지만 번번히 실패하였던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 러시아 문학인데 이름이 어렵지 않다.)


2. 왜 사람은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을까

시대가 아무리 흘러도, 이상하리만큼 사람은 비슷하다. 사람이 비슷하기 보다는 사람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인 특성이 비슷하다는 게 조금 더 올바른 표현일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 본질을 꿰뚫어 본 작가가, 그것을 녹여내어 소설로 만들게 되면 '고전'이 된다. 우리는 고전을 통해 사람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공감하고, 깨닫게 될 수 있다. 고전이 가지는 의미가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부활>에서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특별히 몇 개를 꼽아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2-1. 선택에 대한 문제

이 소설의 제목은 왜 <부활>일까? 남자 주인공인 네흘류도프가 인생에 있어서 큰 선택을 감행하며, 그 선택을 통해 인격적으로 부활하게 되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부활1>에서는 네흘류도프가 이전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며, 그가 사회의 통념과 내면의 갈등을 뒤로 하고 이전의 삶으로부터 돌이키기를 결정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때 네흘류도프가 선택하는 삶은 "선함"을 추구하는 삶이다. 사실 매 순간 선함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이 옳은 것임을 알고 있지만, 선한 것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자기 부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 내가 편한 것을 따르려는 마음, 이제까지의 나의 선택이 옳았다는 믿음을 부인해야만 '선함'을 따르겠다고 결심할 수 있게 된다.

선택하기까지의 그 과정은 참으로 어렵지만, 그에 뒤따르는 달라진 삶의 모습은 꽤나 감동적일 것 같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선'과 '악'의 잣대가 개인에게로 넘어가서 그 경계가 다소 모호해져 버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모든 사람이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어렴풋한 '공동선'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 '공동선'을 따르는 사람을 볼 때 느껴지는 묘한 경외감이나 감동이 있다. 네흘류도프에게서 그런 경외감이나 감동이 느껴지는 것 같다.


2-2. 교회에 던지는 톨스토이의 날카로운 질문

<부활>이라는 소설을 쓰고 톨스토이가 러시아 정교회에게 상당히 큰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왜 그럴까 싶었는데.. 읽어보니 알겠더라. 상당히 신랄하게 당시 러시아 정교회의 행동들을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당시 러시아 정교회의 행동들이 우리 시대에 메스컴에 비춰지는 몇 교회들의 모습과 비슷하여서 참으로 놀랍다. 정말 시대는 변해도 사람은 변하지 않는가보다.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으니 행동도 비슷하다. 그리고 그 비슷한 행동이 200년 전 소설에서 발견될 때의 놀라움과 참담함이란.... 이런 톨스토이의 비판에 러시아 정교회가 자신을 돌아보았더라면 참 좋았을 것 같다. 마찬가지로, 현대의 교회들도 <지금 교회가 가고 있는 길이, 하고 있는 행동이 정말 예수가 이 땅에 와서 행하려고 했던 일들과 부합하고 있나>라는 시대의 질문에 대해, 등을 돌리고 교회 안에 갇혀있기보다는 자신을 돌아보기를 참으로 바란다.


3. BUT 아쉬웠던 점은

1) 네흘류도프는 선한 길을 너무 쉽게 선택하는 것 같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가 못하다. 네흘류도프는 어쩌면 아주 이상적인 인간상일지도 모른다. 내면의 갈등이 조금은 존재하지만 결정을 내리는 게, 그리고 그 후 선한 길을 따라 실제로 행동하는 것이 모두 자연스럽고 쉬워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결정을 내리는 것도 어렵고, 결정을 따라 사는 것은 더 어렵다. 선한 길을 택하려고 결심한 사람도 작은 선택의 순간들에서 번번히 무너지기 일쑤다. 소설에서 이상적인 인간상을 제시해주는 것은 좋지만, 나랑 너무 동떨어진 세계라면 그 인물은 그저 소설 속의 인물로만 남게 되지 않을까!


2) 톨스토이가 잘 알았던 귀족 세계, 그 당시 귀족들은 사회 고위층이었는데, 그 안의 세계는 그다지 고귀하지 못했다. 하지만 귀족들은 고귀하게 보이기를 원했고, 그 간극이 그들의 위선적인 행동을 낳았다. 톨스토이는 그것을 잘 알았던 것 같다. 그리고 고발하길 원했고, 그렇게 했다! 톨스토이는 귀족 사회에 만연한 위선과 허영을 낱낱히 파헤쳤고, 그에 비교하여 귀족들과 사회가 '추악하다'라고 보았던, 평민을 넘어선 범죄자 사회 안에 있는 선량함들을 보여주었다. 이런 비교가 소설적 기법이고, 톨스토이가 그것을 통해서 무엇을 보여주려고 했는지는 알 것 같다. 하지만 귀족에 대한 그의 시선이 날카롭기만 한 것은 못내 아쉬웠다. 어느 집단이나 선한 면과 추악한 면을 동시에 갖고 있기 마련인데, 귀족을 향한 그의 시선에는 조소만 가득하다. 톨스토이가 허영심을 특히 혐오했던 것 같기는 하지만... 난 균형이 좋기 때문에 그의 이런 시각이 아쉬웠다고 감히 말해보겠다.

사람은 흐르는 강물과 같다. 강물은 어디에 있든 언제나 같은 물이다. 다만 강은 어떤 곳은 좁고 물살이 빠르고 어떤 곳은 넓고 물살이 느리며, 어떤 곳은 맑고 어떤 곳은 흐리며, 어떤 곳은 차갑고 또 어떤 곳은 따뜻하기도 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누구나 인간의 모든 특성을 맹아처럼 품고 있어서 어떤 때는 이런 특성이, 어떤 때는 저런 특성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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