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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신이 선택한 의사 : 더 피지션 1~2 세트 - 전2권
노아 고든 지음, 김소영 옮김 / 해나무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엇이 한 사람을 의사로 만드는가?
한 사람의 무엇이 그 사람의 소망을 이루어 주는가?
제목이 거창하게 '신이 선택한 의사'이지만,
영어 제목은 The Physician, 즉 의사이다. (책의 해설에서는 내과의사로 구분한다)
이 이야기는 11세기 초 크누트왕이 영국을 지배하던 당시에
아주 특별한 한 가지 능력을 타고난 남자아이가 의사의 꿈을 품고 여행을 시작해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주인공은 특별한 능력을 타고 났다. 그는 다른 사람의 손을 잡으면, 그 사람이 곧 세상을 떠날 운명인지를 직감적으로 알게 된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오래 일을 하고 많은 환자들을 만나다 보면 경험이 쌓여 소위 '감'이라는 게 생기는데, 소설의 주인공은 매우 정확한 감을 이미 어린 시절 타고 났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주인공 롭의 특출난 능력이 그의 성장에 큰 의미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능력이 의미있게 발휘되는 것은 처음으로 롭이 환자를 돌보기 시작했을 때, 페르시아에서 이븐 시나에게 어필을 할 때, 그리고 아들과의 유대감을 확인할 때 정도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롭은 이 능력이 없었어도 같은 길을 걸었을 것이고 결국에는 의사가 되었을 것이다.
롭을 의사로 만들어 준 진정한 힘은 의사가 되려는 열망, 그리고 미지의 세계에 끊없이 도전하는 용기이다. 그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영국에서 유럽을 횡단해 페르시아까지 넘어갔고, 종교의 배타성이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을 당시에 유대인인 척 행세하며 문화와 종교를 배웠다. 페르시아에서도 아직 그 원인조차 모르는 페스트의 창궐에 뛰어들기도 하였고, 비록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기에 가능했을 거라 생각하지만 금기인 인간 시체를 해부해 맹장의 존재를 확인하기도 하였다(픽션이다). 그는 자신이 무지한 것을 견디기 어려워 하였고, 더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 들었다. 의학 앞에서는 겸손했고, 여러 스승들에게 배우려고 애썼다.
무엇이 한 사람을 의사로 만드는가?
의사가 되고자 하는 열망, 어려움에 도전하는 용기와 끈기가 타고난 능력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주인공 롭은 이야기해주는 듯 하다. 이는 현 시대의 의사와 예비 의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며, 의사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무언가를 이루고자 할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의 클라이막스는 페스트가 창궐한 곳에 파견을 나가는 장면, 그리고 인간 시체를 해부하는 장면이 아닐까 한다. 그는 죽음의 공포에 맞서가며 페스트에 대항했고, 금기에 맞서가며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복부 통증을 해결하기 위해 시체 해부를 감행했다.
그는 벽돌을 쌓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그만큼 자신의 부족함에 대해 늘 안타까워 했다. 이 또한 모든 의사들에게 주는 중요한 메세지라 생각한다.
소설 자체의 호흡이 빠르지는 않지만, 11세기가 먼 얘기가 아닌 듯 느껴질 정도로 묘사가 세밀하고 부담스럽지 않다. 편안하게 읽기에(양은 좀 많은 편이다) 아주 좋은 소설일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