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남아 - 열혈남자 장혁의 진짜 이야기
장혁 지음 / 페이퍼북(Paperbook)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사실 나는 장혁을 좋아하지 않는다.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그는 열정이 넘치고 한없이 멋진 배우지만 그 몇 년 전의 사건이 자꾸 떠올랐다. 어찌보면 대중을 속이고 대중을 기만한 그를 어떻게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싶었다. 인터뷰에서 하는 말이 진심이라고, 그의 연기 속에는 진심이 담겨있다고, 그저 겉만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군가의 삶을 대변해주는 것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그가 그런 자격이 있는지도. 내가 참 과하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였다. 팬이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과 스타가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다르지 않나. 어쩌면 회의일지도 모르겠다. 무대 위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만 믿고 그 사람자체를 믿는다는 건 참 무모한 일이 아닌가. 
<진짜 사나이>에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중에도 그 과거를 잊어도 되는 건지 싶었다. 다 잊어버리고 지금 모습만을 봐도 괜찮을까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이 참 묘했다. 책을 읽으면서, 또 다양한 매체를 통해 지금의 장혁을 보면서 어렴풋하게나마 내가 느꼈던 것은 딱 하나였다. 솔직하다. 적어도 거짓말이나 허세로 상황을 꾸미려하지 않구나, 하는 점이었다. 이제 그럴 시기도, 그럴 이유도 없겠지만 말이다. 나는 편견을 벗고 장혁을 보려고 노력했다. 사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그 껍질도, 그 완고했던 껍질도 하나 둘 벗겨진 것은 사실이다. <진짜 사나이>에 출연을 결정한 것도, 과거를 숨기지 않고 오히려 드러내려는 것도 그랬다. 그가 살아온 삶의 흔적과 우직함이 오히려 편견에만 가득찼던 나를 부끄럽게 했다. 

책 속에는, 아니 장혁의 목소리에는 세상이 힘겨운 사람들을 토닥거리는 무언의 울림이 있었다. 만약 내게 언니나 오빠가 있었다면 전해들었을 말들. 그런 착각도 들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고향에 온 언니가 오빠가 어린 동생을 곁에 앉혀두고 밤새도록 인생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이것저것 오지랖도 펼치면서 무기력해있는 동생의 어깨를 그렇게 토탁이는 것이다. 그만큼 따뜻했고 사람냄새가 났다. 그 중에서 나를 위로해주었던 글귀 하나를 소개해본다.  

 

인생은 지금만 사는 게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것이다. 과거에서 와서 미래로 가는 것. 얼마나 자기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리듬감을 가지고 잘 가는지가 중요하다. 한번쯤은 멈춰도 보고, 미뤄도 보고, 더 앞서가보기도 하면서 입체적인 삶을 살아야한다는 걸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난 후에야 겨우 깨닫게 되었다. 평탄하기만 한 인생에는 발전이 있을 수 없다. (p173)  

 

한번쯤은 멈춰도 보고, 미뤄도 보고, 더 앞서가보고 하면서. 라는 말이 가장 인상깊었다. 조금 느리더라도, 혹은 너무 가쁘게 달려가기만 하는 불안감도, 그 어떤 것이라도 있는 그대로를 즐겨보라는 것. 지금 내게 얼마나 필요하고 간절했던 말인지 모른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기를 바라면서 자기 계발서 등의 책을 읽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요즘 말로 답정너라고 하려나. 근데 나는 내가 어떤 말을 듣고 싶은지도 몰랐고 그러나 이 어떤 답답함을 해소하지도 못하고 끙끙대기만 했다. 여기서 나름의 해답을, 나름의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참 감사하고 행복하다. 이 느낌 그대로. 나만의 방향을 열심히, 때로는 느릿느릿 찾아나가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