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도시
미사키 아키 지음, 권일영 옮김 / 지니북스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높은 건물, 복잡한 길, 많은 사람들,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도시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들이다. 처음 <사라진 도시>에 대한 책소개를 보았을 때, 이런 도시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이를 막기 위한 사람들의 모습을 다룬 SF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르도, 내용도 잘못 짚었다. 제목은 <사라진 도시>지만 정작 사라진 것은 그 도시에 살았던 사람들이고, 이 책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언젠가의 미래, 이야기가 진행되는 국가에서는 약 30년 주기로 도시의 소멸이 일어난다. 예고도 없고, 저항도 없으며 순식간에 한 도시에 살던 사람이 사라지는 도시의 소멸. 항상 진행되어 온 일이기에 모든 사람이 도시의 소멸을 알고 있지만, 슬픔을 민감하게 감지하는 도시의 막강한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시의 소멸에 대해 말하고 기록을 남기는 것은 금기시되어 있다.

이 전에 소멸된 도시 '쓰기가세' 근교의 '쓰가와'라는 도시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갑자기 잃어도 슬픔을 내색할 수 없는 사람들, 어쩌다 도시의 소멸에서 벗어나 살아남았지만 기피의 대상이 되는 도시에 오염된 사람들, 도시에 의해 오염될 걸 알면서도 도시의 소멸을 다루는 관리국에 근무하는 사람들 등 소멸로 인해 소중한 것을 잃거나 인생이 어긋난 사람들이 운명처럼 모여든다. <사라진 도시>는 슬픔과 아픔을 딛고 언제 어디에서 다시 발생할 줄 모르는 도시의 소멸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고통과 희망을 다루고 있다. 

<사리진 도시>에서 중요한 것은 도시의 소멸을 막을 수 있을지 없을지가 아니다. 남겨진 사람들이 슬픔과 아픔을 딛고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과정, 미래를 향한 희망이 <사라진 도시>의 중요한 내용이다. 남겨진 사람들은 자신이 상처입을 것을 알면서도 치열하고 슬프게 도시의 소멸에 맞서고 있다. 오히려 그래서 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희망의 메세지가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생소한 용어와 일본어를 바로 직역해놓은 듯한 번역에 쉽게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사라진 도시>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어느 도시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용어도 색다르고, 생소한 의미를 지닌 것을 사용한 듯하다. 익숙하지 않아 쉽게 읽히지 않았던 단어들은 이야기에 녹아들어 갈 수록 이야기에 잘 어울리는 단어가 되어 점차 빛을 발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라진 도시>는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이 전하고자 하는 희망의 메세지를 멋진 스토리와 구성 속에 담아놓았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니 아름다운 글귀와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에 마음이 가득 한 느낌이 든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한 번 더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