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갇힌 사람들 - 불안과 강박을 치유하는 몸의 심리학
수지 오바크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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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몇년 동안 건강의 화두였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현대인 중 다이어트를 한 번 쯤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시도하고 체중감량으로 심적, 육체적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TV, 잡지, 인터넷, 길거리의 광고판 등등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는 마네킹같은 몸매를 가진 모델들-서구형 얼굴에 늘씬하다 못해 마른 몸을 가진 바비인형 같은 사람을 보여준다. 건강했던 사람들조차 이런 모델같은 몸이 되고자 헬스를 끊고, 온갖 다이어트를 하며, 성형수술도 서슴치 않으며 심지어 살찌지 않기 위해 먹는 것조차 거부한다. 단 100g의 체중증가에도 큰 일이 난 것처럼 호들갑이고 100g의 체충감소에 행복해한다.

 



 

수지 오바크는 묻는다.

현대인의 이런 모습들은 왜 생기는가? 자신의 신체에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더 건강한, 더 바람직한, 더 아름다운 몸을 갈구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이런 증상들의 기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과연 스스로의 몸에 만족하고 행복해지는 순간은 언제인가?

프로이드 이후 가장 영향력있는 정신분석 심리치료사로 알려진 수지 오바크는 이제 몸은 정신의 문제일 뿐 아니라 몸 자체의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프로이드 이래 몸에 생기는 여러 문제는 정신을 치료하면 해결될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세계화ㆍ단일화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다뤄야 할 몸의 문제는 정신을 치료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고 있지 않고 있다. 이제 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의 몸 그 자체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몸은 우리가 자라난 문화적 순간 순간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내가 겪은 모든 문화적 순간이 나의 말버릇, 자세, 손동작, 예절, 식사태도 등으로 표출된다. 다시 말하자면 태어난 아기를 기를 때의 부모의 육아방식, 아이가 자라면서 본 부모의 생활 모습, 아이를 대하는 부모 및 친지의 태고, 그리고 그 시대의 사회 문화 등 모든 것이 한 사람이 스스로의 몸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대하는지 등의 그 사람의 '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저자는 '우리의 몸에는 부모의 몸이 새겨져 있다'고 하면서 아기가 성장하여 스스로의 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있어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고 있다.

두 번째로 저자는 유전자 조작, 성형수술 등 몸이 겪는 문화적 변화가 몸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있다. 자연적으로 타고난 신체는 없다. 몸은 만들어지는 것이 되었다. 키가 작다면 키늘리는 수술을, 가슴이 크다면 가슴축소수술을, 피부색을 바꾸거나 신체 형태, 얼굴모양 등 몸의 모든 부분은 선택하여 재창조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화로 인해 미디어가 지구 곳곳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아름다움에 대하여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며, 아름다움이 상업화ㆍ계급화됨에 따라 자연적인 몸을 보다 더 '나은' 몸으로 바꾸는게 당연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생물학적인 몸에서 나아가 이제 몸은 개인이 새롭게 창조해야만 하는 일종의 작업이 된 것이다.

 

작가 씨몬 드 보부아르는 '여성은 태어나지 않는다. 만들어지는 것이다'라고 했고, 소아과의사 겸 정신분석가인 도널드 위니콧은 '아기라는 것은 없다. 엄마가 기르는 대상이 있을 뿐이다'라고 한 것처럼 수지 오바크는 몸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며 우리의 육체적 존재는 모든 면에서 자연의 결과물이라기보다는 우리를 키운 사람들이 우리의 자연적 몸을 취급한 방식에 따른 결과라고 주장한다. (260쪽 요약)

현대 사람들이 스스로의 몸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수지 오바크의 주장에 공감할 수 있다. [몸에 갇힌 사람들]을 읽었다면 이제는 더이상 몸을 달성해야 할 목표로 보는 것에서 탈피하여 '있는 그대로'의 몸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이다. 내 몸을 그 자체로 즐기고 사랑해야 한다는 가장 단순하고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면 "자!! 이제 내 몸과 나를 돌아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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