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
조현경 지음 / 예담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성공의 순간 마시는 차가운 샴페인의 맛은 마치 축포처럼 터지는 기포와 함께 성공의 기쁨을 가장 잘 표현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성공을 축하하기 위해 달콤하고 아름다운 샴페인을 마시는 것이 아닐까.

조현경 작가의 첫 장편소설인 샴페인은 바로 성공의 샴페인의 마신 이후 세 여자의 이야기이다. 작가의 말처럼 샴페인은 주인공들의 성공 과정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라 성공한 이후 성공을 유지하기 위해, 더 행복해지기 위해 분투하는 여자들이 주인공이다. 보통 드라마나 소설은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끝내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매일 방영하는 드라마는 결국 주인공이 성공하고 결국은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라는 결말이 대부분이고, 로맨스 소설에서도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이후의 해피엔딩으로 책이 끝난다. 하지만 과연 드라마가 끝난 후, 책을 덮은 후 그들은 정말로 행복했을까?

 

재벌가 장녀이지만 사시를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해 현재 판사로 재직하는 서진, 패션의 도시 뉴욕에서 모자 디자이너로 화려하게 성공한 희경, 브로드웨이의 일개 코러스에서 뮤지컬 제작자로 혜성같이 등장한 혜리. 이미 성공의 달콤함을 맛 본 그녀들은 남의 눈에 비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성공을 지키기 위해, 행복을 찾기 위해 각각 다른 선택을 한다. 서진은 돈을 보고 자신과 결혼한 남편과는 찾을 수 없었던 여자로서의 사랑을 위해 모델 크리스와 사랑에 빠지고, 희경은 성공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일에만 몰두하며 사고뭉치 남편을 보살피기 바쁘다. 거짓말을 발판으로 성공한 혜리는 거짓 성공을 진짜 성공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 성공의 이면에 있는 애정과 사랑의 결핍, 가족의 분열,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술과 일에 몰두하는 삶, 한 번 맛본 성공이 가져다주는 쾌락을 놓치지 않고자 아둥바둥 거리는 거짓말로 점철된 삶을 사는 그녀들...그리고 이에 따라오는 고통과 몰락.

 

매일매일 신선한 샴페인을 마시던 서진에게 샴페인은 이미 식상한 것이 되었고, 내 힘으로 얻은 샴페인의 기쁨도 잠시 성공을 축하하지 못하는 주변사람들 덕분에 희경은 샴페인의 참맛을 느껴볼 기회도 가지지 못했다. 혜리는 누군가가 따라준 잠시 맛본 샴페인의 반짝임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고 부나방처럼 돌진한다.

그들을 보면서 과연 성공이 행복일까? 진정한 성공과 행복이란 무엇일까? 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샴페인을 마시던 순간의 황홀함은 잠시다. 차가웠던 샴페인은 금세 미적지근해지고, 입안에서 축포처럼 터지던 기포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성공의 순간 역시.

 

드라마 연출자였던 작가 덕분인지 읽는 내내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빨려 들어갔다. 일본에서 드라마로 제작중이라는데 어떤 모습으로 영상화될 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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