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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 - 페미니즘 소설 ㅣ 다산책방 테마소설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표지에 쓰여있는: 페미니즘 소설.
이 소설은
(대놓고) 페미니즘에 대한 것이고, 그 목소리에 관한 것이다.
"아니라는데 왜 자꾸 그렇게 말하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제 인생을 살고 싶고 너랑 결혼하기 싫은 겁니다. 본격적으로 결혼 얘기가 나오고 나서야 꺼림직하던 모든 게 분명해졌어. 그동안 오빠가 나를 한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나를 무능하고 소심한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것. 오빠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나를 돌봐줬던 게 아니라 나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었더라. 사람 하나 바보 만들어서 마음대로 휘두르니까 좋았니? 청혼해줘서 고마워. 덕분에 이제라도 깨달았거든, 강현남, 이 개자식아!" _38쪽 (조남주, 『현남 오빠에게』)
표제작: 현남 오빠에게
만나는 남자가 있다, 아니
있었다. 대학교 때부터 '나'는 어쩐지 뭔가 불편했지만서도 불안함을 핑계로 계속 '강현남의 여자'로
지냈다.
수강신청도 도와주고, 집 얻기도,
공부도, 직업도, 미래도... 시간이 흘러 프로포즈를 받은 나는 그제야 스스로를 그리고 이 관계를 똑바로
쳐다본다.
이 결혼은 하지 않는다. 직장과
집을 버려가며(옮기며) 이별을 뱉는다.
아직도 앞으로도 수많은 주변
사람들이(남자들이) '주인공 여자를 위한' 조언을 계속해 댈 것이며,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개입하려 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자기
마음에 정직하고 스스로를 단단하게 믿는 사람이 되길.
이
응원은 이 소설의 주인공에게만 한정되지 않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
아 참, 그리고 현남씨와는 부디
안전이별 되시길.
...아니 근데 조남주 작가님은
왜 소설 안쓰시고 (자꾸) 르포 쓰시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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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한테 내보이려고 대학교 보내? 공부 백날 해서 석박사 따봤자 뭐에 써. 똑똑한 것들보다 예쁜 것들이 더 시집 잘 가더라. 안 그래?"" _106쪽 (김이설, 『경년更年』)
""그럼요, 우리 윤서는 그저 순진해져빠져서 공부 밖에 몰라요." 윤서는 되바라진 여자애구나. 그럼 윤서 엄마는 어떤 여자아이였을까. 나는 또 어떤 여자아이로 사람들에게 평가받았을까. 그 평가 때문에 얼마나 많은 여자아이들이 스스로를 속이소 살아왔던 걸까. 그나저나 그 평가는 누구의 시선에 의해 결정된 것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_113쪽 (김이설, 『경년更年』)
그 흔한 대화들에 대해
생각하다.
주변이 쌓아둔 시선들에 대해, 어떻게
보일지를 신경쓰는 나에 대해, 그렇게... 이제는 타인의 눈으로 나 스스로를 재단하는 나에 대해, 그리고 우리에
대해.
"이 일곱 편의 이야기들은 바로 거기서부터 이어진다. 컸던 혼란과 두려움이 보다 작은 혼란과 두려움을 낳는 데로부터.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스스로의 생각을 의심하는 데 지쳐 세상과 자신 중에 틀린 쪽이 아마도 자신이라고 생각할 뻔한 어떤 여성을 구해줄 것이다. 그 여성은 홀로 품고 있던 마음이 활자로 태연히 찍힌 것을 보고 자신에 대한 불신을 조금 거두어볼 것이다. 이미 자신은 틀렸다는 마음을 먹은 지 오래인 여성의 마음마저도 조금 돌려볼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이 자신을 꺼내어놓는 데 필요한 혼란과 두려움은 점점 작아지다가 자취를 감출 것이다." _282쪽 (이민경_발문, 『여성의 이야기에 오래 머무른다는 것은』)
일곱 편의 단편에서 여자들은 제
나름의 무대, 그 한가운데에 서있다.
인생일대의 고별편지, 상처 속에서
헛도는 모녀, 엔조이하는 아들과 막 초경을 한 딸을 키우는 갱년기의 엄마, 여자를 상처입힌 남자들에 대한 사냥, 우주 출산... 르포처럼 시작한
이 단편집은 전 우주적 스케일로 마지막 장을 닫는다.
여러 작가의 단편들은 그야말로
제각각인데 이상하게 한 주제 밑에 올망졸망 순서를 잘 지켜 앉아있는 모양새다.
각
작품 끝에 붙어있는 작가노트도 재미있다.
재미있게
읽었다.
여자들이 주인공으로 (심지어는
1인 주역으로) 등장하는 책들이 많아지고 있단다.
고무적인 일이다. 하긴
극단적으로는 내가 읽은 스릴러의 가장 최근 두권은 여자가 주인공이었다.
누군가 말했던 것처럼, 그래도
아직도, 우리에겐 여자들이 나대는(!) 영화/드라마/책이 너무 적다.
더 많은 그녀들이 나서야
한다.
희한한 직업의, 억세고, 드센,
욕심많은, 할 말 하는, 욕망을 좇는, 그런 여자들이 회자되어야 한다.
우리에겐 더 많은 찌질이들과 더
많은 주인공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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