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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 세사르 바예호 시선집
세사르 바예호 지음, 고혜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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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詩도 어려운데, 외국의 시, 그것도 남미의.
그런데 어쩐지 슬프다.
제목도, 시도, 그리고 그 시인의 삶, 시인의 그 나라가, 그리고 나도.
"그 누구도 오늘 나에게 물으러 오지 않았습니다.
이 오후에 그 아무것도 내게 청하지 않았습니다.
찬란한 빛이 행렬 아래에서
단 한 송이 묘지의 꽃마저 보지 못했습니다.
주님! 너무도 조금밖에 죽지 못했음을 용서해주세요.
이 오후에, 모든 이들은
내게 묻지고, 청하지도 않은 채 지나갑니다.
저들이 잊은 것이 무언지 나는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내 손에서는 남의 것처럼 이상합니다.
밖으로 나갔습니다.
모두에게 큰 소리로 말해주고 싶어서요.
여러분이 잊은 거, 여기 있어요!
이 인생의 오후에는사람들이 왜 내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지 나는 모릅니다.
그리고 내 영혼은 남의 것이 됩니다.
그 누구도 오늘 제게 오지 않았습니다.
오늘 오후에 나는 너무도 조금밖에 죽지 못했습니다."
_68쪽 (아가페)
외국어로 씌여진 시가 이렇게 섬세하게 읽히다니, 이건 번역가의 역량인가.
절판 되었던 책이 십 년 만엔가 새로 나왔다고 한다.
(절판된 그 책의 거래가가 얼마였다고 하더라,)
하드커버에, 표지 색이 너무 예쁘다.
그리고 겉이 고운만큼 속이 슬프다.
아무도 오지 않아서 조금 죽었다거나,
니가 죽었다는 걸 말해줄 사람이 나 밖에 없다거나.
나는, 내일이 월요일이라서,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면 출근이라서, 슬프고.
'그 짙은 어둠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이라는데, 나는 아직 거기까지 읽어 낼 힘이 없어 아쉬움이라.
...
그래도 가끔 이렇게, 오늘처럼 슬픈 날엔, 부둥켜 안아줄 만큼은 읽고 싶다.
가끔 꺼내 읽을 초콜릿, 아니 소독약 정도로.
"영원한 아침나절, 우리 모두 아침을 거르지 않고
서로를 마주볼 수 있게 되는 건 언제쯤일가.
이 눈물의 계곡으로 데려와달라고 한 적이 없는데,
언제까지 여기있어야 하는 건가."
_83쪽 (불행한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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