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반격 - 2017년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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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힘들다고들 한다.
이러저러한데도 "안녕하시냐"고 한다.
『82년생 김지영』 씨는 결국 안 괜찮았다- 음, 이해는 받은 것으로 하자.
입사하지 못해서 안달이고, 입사해서는 우울해서 난리이고, 살지 못해서 살아내지 못해서 버틸 뿐이다.

#손원평 #서른의반격 #서른의_반격 #은행나무

 

"그 순간 더 늦기 전에 무언가를 해결해야 한다는, 그러니까 내 인생의 답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맥주를 한입 머금고 목구멍 밑에서부터 기어 나오는 불안과 섞어 삼켜버린다. (…) 창밖으론 야경이 점점 화려해져가는 서울의 풍경의 펼쳐져 있을 거다. 각자의 창으로 보이는 풍경이 조금씩 다른 것뿐." _37쪽

 

여기 괜찮지 않은 사람이 또 있다.

주인공은 88년생이고 올해로 서른이다.
그런데 아직 어른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온전히 독립적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취업에 계속 실패하고 대기업의 취미성 계열사에서 수개월째 인턴으로 딱갈이 중이다.
반지하에 산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일을 하기 시작한 남동생에게 잔소리나 들으며.
그러다가 우연히 어떤 남자를 만나고, 어쩌다가 시작한 우쿨렐레 수업에서 ‘동료’들을 만난다.
#너_내_동료가_되라
그렇게 주인공과 동료들은 '혁명'을 꿈꾸기 시작한다.

"술자리에서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 때가 있다. 나를 잠에서 깨게 한 단어는 '전복'이었다. 그 단어는 이질적이었고 생경했다. 전복. 분명 나는 그 단어를 들었다." _66쪽

 

그들은 그렇게 모인다.
아이디어/노동력/시간/자존심을 빼앗는 국회의원, 대기업, 직장상사, 친구, 교수... 가 잘먹고 잘사는 이 사회가 그들 공공의 적.
(그리고 모르는 척 하고는 있지만, 아마 우리 공공의 적)

((((스포는 하지 않으리))))

 

"내게 이들과의 만남은 세상과 소통하는 최소한의 사교클럽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안전해야 했다. 내 모든 것을 바쳐서 세상을 바꿀 용기도 꿈도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부유하고 있었다. (...) 그들과의 만남에서 나는 언제나 동질감과 위로를 느꼈지만 실은 그 동질감이야말로, 내가 가장 벗어나고 싶은 것이었다." _132쪽

 

"지면은 빠른 속도로 뒤로 밀려났고 그와 나 사이에 벌어졌던 모든 일들을 과거의 소실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날 무언가가 많이 바뀌었다. 그리고 무언가가 영원히 막을 내렸다." _219쪽

 

"그 노래를 부를 때면 항상 같은 얼굴이 떠올랐다. 그럴 때면 숙제 같은 질문들이 마음을 괴롭혔다.(…) 실패로 끝난 그 장난 같은 놀이들을 회상하노라면 뭔지 모를 소용돌이가 자꾸만 가슴을 휘저었다." _225쪽

 

계획은 소소하고 실현 또한 미비하다고 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그냥 살아 있기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한 번의 반격을 해낸 그 용기와 기억으로 또 한 번, 다른 한번을 버텨내고 혹은 다시 한번 꿈틀댈 수 있기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그냥 살아 있기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제 오늘 피부 좋아졌다는 소리를 계속 듣고 있는데
(1) 잘 자서 그렇고
(2) 잘 쉬어서 그렇고
(3) 잘 먹어서 그렇고
(4) 일을 안해서 그렇고
무엇보다 (5) 매일의 불만족과 불안과 불편에 대한 생각을 꺼두고 있어서 그렇다.

 

오늘 이력서를 업데이트 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그냥 살아 있기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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